2026.10.2510분 읽기

사실혼 배우자 상속권 없을 때 전세 승계·유족연금 받는 법

혼인신고 없이 20년 산 사실혼 남편이 사망했다면 상속은 못 받아도 전세 보증금 승계와 국민연금 유족연금은 받을 수 있습니다. 집 명의별 결론과 기한을 정리했습니다.

20년을 함께 산 남편의 장례가 끝나자 남편의 자녀들이 집을 비워 달라고 하면, 그 요구가 맞는지부터 묻게 됩니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배우자가 상속을 받지 못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도 받을 것이 아무것도 없지는 않습니다. 남은 몫은 그 집이 남편 소유였는지, 남편 이름의 전·월세였는지, 남편이 국민연금 유족연금 요건을 갖췄는지에 따라 정해집니다.

20년 함께 산 사실혼 남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는데, 남편 자녀들이 집을 비우라고 합니다. 저는 아무것도 받을 수 없나요?

상속에서 빠지는 자리

혼인신고 없이 부부로 살아온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권이 없는 것은 법이 혼인을 신고로만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민법 제812조는 혼인이 신고로 효력이 생긴다고 정합니다. 제1003조가 상속인으로 정한 배우자도 이 신고를 마친 배우자로 해석됩니다. 헌법재판소도 이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해 왔습니다.

사실혼은 혼인신고만 하지 않았을 뿐, 부부로 살겠다는 뜻을 서로 갖고 실제로 부부처럼 생활한 관계를 말합니다. 법은 연금이나 임대차에서는 이 관계를 혼인에 준해 보호하지만, 상속만큼은 예외로 둡니다. 누가 상속인인지는 제3자도 서류로 곧바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해서, 신고라는 형식으로 선을 긋는 것입니다.

숫자를 넣으면 차이가 분명해집니다. 남편 명의 아파트가 7억 원이고 자녀가 둘이라고 해 보겠습니다. 법률상 배우자라면 민법 제1009조 제2항에 따라 자녀 몫에 5할을 더해 1.5 대 1 대 1로 나누므로, 7분의 3인 3억 원을 받습니다. 사실혼 배우자의 몫은 0원이고, 7억 원은 자녀 둘이 3억 5천만 원씩 나눕니다.

상속에서는 혼인신고를 마친 배우자만 배우자입니다. 사실혼 배우자의 상속분은 0원입니다.

혼인신고 없이 지내던 그때는 서류 한 장이 3억 원을 가르리라 짐작하기 어려웠습니다.

상속인이 아니어서 생기는 일도 있습니다. 남편에게 빚이 있었더라도 사실혼 배우자는 그 빚을 물려받지 않고, 상속포기 같은 절차도 밟지 않아도 됩니다. 상속이 시작된 것을 안 날부터 3개월 안에 포기나 한정승인을 정해야 하는 쪽은 상속인인 자녀들입니다.

사망으로 닫히는 재산분할

남편이 숨져 사실혼이 끝났다면 재산분할도 청구할 수 없습니다. 살아서 사실혼을 정리할 때는 법원이 이혼에 준해 재산분할을 인정하지만, 한쪽이 숨져 끝난 경우에는 인정하지 않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사망으로 끝난 관계의 재산은 상속 제도로 정리되는데, 사실혼 배우자는 그 상속에서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20년을 함께 모은 재산 앞에서 이 대목이 가장 야속하게 들릴 겁니다.

관계가 끝난 시점이 사망 전이었다면 결론이 달라집니다. 한쪽이 의식을 잃은 동안 다른 쪽이 사실혼을 끝내겠다는 뜻을 밝히고 재산분할을 청구한 사례가 있었는데, 법원은 그 뒤 상대가 숨졌더라도 재산분할을 인정했습니다. 관계가 생전에 이미 해소되었으니 사망으로 끝난 사실혼이 아니라고 본 것입니다. 갑작스러운 사망이었다면 이 길은 애초에 열린 적이 없는 셈입니다.

상속인이 없을 때 함께 살던 사람이 재산을 나눠 받는 길도 있습니다. 민법 제1057조의2의 특별연고자 분여인데, 상속인이 한 사람도 없어야 쓸 수 있습니다. 남편에게 자녀가 있다면 이 제도는 처음부터 해당하지 않습니다.

집 명의가 가르는 길

그 집에 계속 머물 수 있는지는 집의 명의에 달려 있습니다. 집이 남편 소유였다면 남편이 숨진 때부터 자녀들의 소유가 되고, 사실혼 배우자에게 계속 살 권리는 원칙적으로 남지 않습니다. 자녀들이 집을 비워 달라고 한 근거가 이것입니다.

남편 서랍에서 등기권리증이나 임대차계약서를 찾아 펼쳐 보고 계실 텐데요, 먼저 볼 것은 등기사항증명서의 소유자와 계약서의 임차인 이름입니다. 소유자가 남편이면 이 절의 설명이, 임차인이 남편이면 다음 절의 설명이 적용됩니다. 어느 쪽이든 내 이름으로 되어 있다면 처음부터 내 재산, 내 계약입니다.

그렇다고 자녀들이 판결 없이 문을 바꾸거나 짐을 내놓을 수는 없습니다. 소유자라도 나가지 않는 사람을 내보내려면 판결을 받아 강제집행을 거쳐야 합니다. 자녀들은 보통 내용증명으로 나갈 날짜를 정해 요구하고, 응하지 않으면 건물인도 소송을 냅니다. 소장 부본을 받은 날부터 30일 안에 답변서를 내지 않으면 변론 없이 판결이 날 수 있습니다.

그러면 판결이 날 때까지는 그냥 살아도 되느냐고 되묻게 되죠. 판결 전에 쫓겨나지는 않지만, 공짜로 사는 것은 아닙니다. 남편이 숨진 뒤 자녀들 소유가 된 집에 머문 기간만큼, 자녀들은 월세에 해당하는 돈을 부당이득으로 돌려 달라고 청구할 수 있습니다. 버티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 금액도 함께 불어납니다.

전셋집 승계의 요건

집이 남편 이름의 전세나 월세였다면 결론이 정반대가 될 수 있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9조는 임차인이 숨졌을 때 그 집에서 함께 살던 사실혼 배우자가 임차인의 권리와 의무를 이어받는 경우를 정해 두었습니다. 전셋집에서는 이 조문이 자녀들의 요구에 맞설 직접적인 근거입니다.

승계 여부는 자녀들이 그 집에서 함께 살았는지로 갈립니다. 상속인이 아무도 없으면 사실혼 배우자가 혼자 승계합니다(제1항). 상속인이 그 집에서 함께 살지 않았다면 사실혼 배우자가 승계하되, 같이 살던 2촌 이내 친족이 있으면 그와 공동으로 승계합니다(제2항). 반대로 자녀가 한집에서 살고 있었다면 임차권은 보통의 상속재산이 되어 자녀들에게 갑니다.

남편 이름의 전·월셋집은 자녀가 함께 살지 않았다면 보증금까지 사실혼 배우자가 이어받습니다.

승계가 일어나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권리도 사실혼 배우자에게 넘어옵니다. 제9조 제4항은 임대차에서 생긴 채권과 채무가 승계한 사람에게 귀속된다고 정합니다. 보증금이 3억 원이라면 자녀들이 상속재산이라며 나눠 달라고 해도 받을 사람은 승계한 배우자입니다.

자녀들이 집을 비우라고 할 근거도 없습니다. 다만 밀린 월세가 있으면 그 채무도 함께 넘어옵니다.

승계에는 임대인의 동의가 필요 없습니다. 원하지 않는다면 임차인이 숨진 뒤 1개월 이내에 임대인에게 반대의 뜻을 밝혀야 합니다(제9조 제3항). 월세 부담이나 밀린 차임이 크다면 이 1개월 안에 승계를 받을지부터 정하게 됩니다.

유족연금이라는 통로

상속법과 달리 연금법은 사실혼 배우자를 배우자로 대합니다. 국민연금법 제3조 제2항은 이 법의 배우자에 사실상의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을 포함합니다. 그래서 남편이 유족연금이 나오는 요건을 갖춘 가입자나 수급자였다면 사실혼 배우자가 1순위 유족이 됩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과 공무원연금법도 유족인 배우자에 사실혼 배우자를 포함합니다.

유족연금액은 법이 정한 비율로 나옵니다. 남편의 가입기간이 10년 미만이면 기본연금액의 40%, 10년 이상 20년 미만이면 50%, 20년 이상이면 60%이고, 여기에 부양가족연금액을 더합니다. 유족연금은 상속재산이 아니라 유족 자신의 권리여서 자녀들과 나눌 대상이 아닙니다. 받을 권리는 5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합니다.

서류상 가족이 아닌 사람이 청구하면 공단은 사실혼이었는지를 따로 확인합니다. 주민등록상 같은 주소였는지, 생계를 함께 했는지, 주변이 부부로 알았는지를 보여 줄 자료를 내라고 하는 것이 보통인데요. 20년을 같은 주소에서 살았다면 그 기록 자체가 가장 강한 근거가 됩니다.

유족연금 청구는 국민연금공단 지사에서 본인이 직접 할 수 있습니다. 임대인에게 승계 사실을 알리는 데도 법이 정한 형식이 따로 없으니 직접 알리면 됩니다. 자녀들과 집이나 보증금의 주인을 두고 다투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소송 절차가 필요합니다.

결론을 바꾸는 사정

남편 명의 재산이라도 그 대금을 실제로 내가 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는 재산분할이 아니라 내 돈을 돌려 달라는 일반 민사 청구여서, 상속인인 자녀들을 상대로 따로 다퉈 볼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함께 살림한 세월이 아니라, 내 계좌에서 대금이 빠져나간 기록 같은 자금 흐름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20년 동안 어느 계좌에서 무엇을 샀는지가 지금 가장 쓸모 있는 기록인 셈입니다.

남편이 생전에 직접 남긴 것도 받을 수 있습니다. 법이 정한 방식을 갖춘 유언이나 생전 증여, 생명보험 수익자 지정이 그렇습니다. 다만 유언으로 받은 재산은 자녀들이 유류분을 이유로 일부 돌려 달라고 청구할 수 있습니다.

남편에게 혼인신고가 남아 있는 법률상 아내가 따로 있다면 위 설명은 상당 부분 달라집니다. 법원은 이런 중혼적 사실혼을 원칙적으로 보호하지 않고, 법률혼이 사실상 이혼 상태로 굳어 있었다는 사정이 증명될 때에만 사실혼 배우자를 유족으로 인정해 왔습니다. 관계가 생전에 이미 정리되었는지, 자녀가 그 집에 함께 살았는지도 앞의 결론을 하나씩 뒤집는 조건입니다.

정리하면, 상속과 사망 뒤 재산분할은 막혀 있지만 남편 이름 전·월셋집의 승계와 유족연금은 사실혼 배우자가 챙길 수 있는 몫입니다.

남편 이름의 전셋집이나 월셋집에 산다면, 가장 먼저 닥치는 기한은 승계를 원하지 않을 때 임대인에게 반대의 뜻을 밝히는 1개월입니다. 이 기간은 남편이 숨진 날의 다음 날부터 세므로, 3월 10일에 숨졌다면 4월 10일이 마지막 날입니다. 계속 살 생각이라면 이 기간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승계는 이루어집니다. 계약서 임차인 칸의 이름을 다시 확인하고, 그날까지 남은 날수를 달력에서 세어 보세요.

02-594-2353

유지은

유지은변호사

이혼/가사서울법률사무소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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