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장례를 치르고 1년 반쯤 지나 다른 일로 아파트 등기부를 떼어 보셨을 겁니다. 거기서 그 집이 몇 년 전 이미 '증여'로 형 앞으로 넘어가 있었다는 걸 처음 알게 됩니다. 그 순간 '유류분은 1년'이라는 말이 떠오르고, 그 1년은 이미 지났다는 계산이 따라왔을 것입니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1년 반이 지나서야 형이 아파트를 미리 증여받은 걸 알았습니다. 지금이라도 유류분을 청구할 수 있나요?
그러나 그 1년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부터 세지 않고, 돌아가신 사실과 돌려받아야 할 증여가 있었다는 사실을 모두 안 날부터 셉니다. 정말 이번에 처음 알았다면 지금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 결론을 뒤집을 수 있는 변수는 형이 '그 전에 이미 알고 있었다'는 사정을 증명하느냐 하나입니다.
1년이 시작되는 날
민법 제1117조에 따르면 유류분 반환청구권은 두 기간 가운데 하나만 지나도 시효로 소멸합니다. 하나는 상속이 개시된 사실과 반환해야 할 증여·유증이 있었던 사실을 안 때부터 1년이고, 다른 하나는 상속이 개시된 때부터 10년입니다. 형이 아버지 생전에 받은 아파트가 바로 그 '반환해야 할 증여'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이 사안의 기한은 이 조문 하나로 갈립니다.
두 기간은 출발하는 날이 다릅니다. 1년은 알게 된 날에 맞춰 늦게 출발할 수 있지만, 10년은 사망한 날 이미 출발했습니다. 사망 후 1년 반 만에 알았다면 10년 쪽은 8년 반이 남았으니, 실제 다툼은 1년을 어느 날부터 세느냐 하나로 좁혀집니다.
법원은 '안 때'를 단순히 증여 이야기를 들은 때로 보지 않습니다. 상속이 개시된 사실, 증여가 있었던 사실, 그리고 그 증여가 유류분을 침해해 돌려받을 수 있다는 점까지 알았을 때를 출발점으로 삼습니다. 기준도 '알 수 있었던 때'가 아니라 실제로 '안 때'입니다. 등기부는 누구나 뗄 수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1년이 앞당겨지지는 않습니다.
1년은 사망일이 아니라 상속개시와 반환할 증여가 있었다는 사실을 모두 안 날부터 셉니다. 기준은 알 수 있었던 때가 아니라 실제로 안 때입니다.
마지막 날은 민법의 기간 계산 규정으로 셉니다. 알게 된 첫날은 빼고 다음 날부터 세며(제157조), 1년 뒤 기산일에 해당하는 날의 전날로 기간이 끝납니다(제160조). 가령 3월 10일에 처음 알았다면 이듬해 3월 10일이 마지막 날이고, 그날이 토요일이나 공휴일이면 그다음 날로 넘어갑니다(제161조).
형 쪽의 시효 항변
청구를 받은 형이 먼저 꺼내는 건 대개 아파트 값이 아니라 날짜입니다. 장례 때 친척들 앞에서 말했다거나, 아버지 재산을 정리하면서 같이 등기부를 봤다는 식으로 1년이 이미 지났다고 맞서는 것이죠. 시효가 끝났다는 주장은 그 주장을 내세우는 쪽이 증명해야 합니다. 그래서 언제 알았는지를 입증할 부담은 형에게 있습니다.
아마 지금 형과 나눈 지난 대화를 돌이켜보며, 혹시 그때 이미 들었던 건 아닌지 헷갈리고 계실 텐데요. 그 기억을 가르는 기준은 '증여 사실'을 들었느냐입니다. "아버지가 형을 많이 챙겼다"는 말과 "집은 형 앞으로 해 줬다"는 말은 법적으로 무게가 전혀 다릅니다.
다만 법원은 정황을 보고 '알았다'고 추인하기도 합니다. 아버지 재산이 사실상 그 아파트 하나였고 그것이 형에게 넘어간 사실을 알았다면, 돌려받을 수 있는 증여라는 점까지 알았다고 보는 것이 법원의 흐름입니다. 증여가 무효라고 다투느라 청구를 미뤘다는 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무효 주장에 상당한 근거가 없으면 출발점을 늦춰 주지 않습니다.
착각하기 쉬운 경우가 하나 있습니다.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 이미 집을 형에게 줬다는 말을 들었다면, 증여 사실은 그때 안 것이고 남은 요건은 상속개시뿐입니다. 이 경우 1년은 대개 사망 무렵부터 흐르므로, 1년 반이 지난 지금은 끝났을 가능성이 큽니다. 같은 1년 반이라도 증여를 언제 처음 알았느냐에 따라 결론이 정반대가 됩니다.
언제 알았는지는 시효를 주장하는 형이 증명해야 합니다. 다만 생전에 증여 이야기를 들었다면 1년은 대개 사망 무렵부터 흐릅니다.
결국 다툼은 달력 위의 하루를 두고 벌어집니다.
증여 시점의 오해
증여가 오래전 일이라 유류분 대상이 아니라는 말도 자주 듣게 되는데요. 형이 아버지의 자녀, 곧 공동상속인이라면 증여가 몇 년 전이었는지는 대상 여부를 가르지 않습니다. 그 말이 맞는 경우는 따로 있습니다.
민법 제1114조는 상속개시 전 1년 동안 한 증여만 계산에 넣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하지만 이는 상속인이 아닌 사람이 받은 증여에 관한 기준입니다. 공동상속인이 받은 증여에는 특별수익 규정인 제1008조가 준용되므로(제1118조), 법원은 1년보다 앞선 증여도 시기와 관계없이 산입합니다.
아파트를 형이 아니라 형수나 조카가 받았다면 원칙대로 1년 기준이 적용됩니다. 이때는 증여한 쪽과 받은 쪽이 모두 유류분권리자의 손해를 알았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헷갈리기 쉬운 '10년'도 증여 시점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제1117조의 10년은 상속이 개시된 때부터 셉니다. 증여가 20년 전이었더라도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10년이 안 됐다면 이 기간은 남아 있습니다.
유류분액 계산
자녀의 유류분은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입니다(제1112조 제1호). 계산의 바탕은 아버지가 사망 당시 남긴 재산에 증여를 더하고 채무를 뺀 금액입니다(제1113조 제1항). 아파트는 증여 당시가 아니라 상속이 개시된 때의 시가로 평가합니다. 몇 년 사이 집값이 올랐다면 오른 값으로 계산된다는 뜻입니다.
가령 어머니가 먼저 돌아가셨고 자녀는 형과 둘뿐이며, 아버지 명의로 남은 재산도 빚도 없고, 사망 당시 아파트 시가가 8억 원이라고 해 보면 이렇습니다. 계산의 바탕은 8억 원이고, 법정상속분 2분의 1의 절반이니 유류분 비율은 4분의 1입니다. 유류분액은 2억 원인데, 상속으로 받은 것이 없으므로 2억 원 전부가 돌려받을 부족분이 됩니다.
막연하던 권리가 숫자 하나로 바뀌는 대목입니다.
반환은 원칙적으로 아파트 지분 그 자체로 받습니다. 위 예라면 4분의 1 지분의 이전등기를 구하는 식이죠. 형이 그사이 아파트를 팔았다면, 산 사람이 유류분권리자에게 손해가 된다는 사정을 알고 산 경우가 아닌 한 지분을 되찾기 어렵습니다. 그때는 형에게 돈으로 받는 가액반환으로 갑니다.
1년 안의 의사표시
그렇다면 남은 기간 안에 소송까지 내야 하느냐고 묻게 됩니다. 1년 안에 할 일은 형에게 반환을 청구한다는 뜻을 전하는 것입니다. 법원은 유류분 반환청구를 재판 밖의 의사표시로도 할 수 있고, 그 의사표시로 제1117조의 시효가 중단된다고 봅니다. 아파트의 몇 분의 몇을 돌려 달라는지까지 특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 점에서 일반적인 돈 문제와 다릅니다. 보통의 채권은 내용증명으로 독촉하더라도 6개월 안에 소송 등을 하지 않으면 시효 중단의 효력이 사라집니다(제174조). 유류분은 반환청구의 의사표시 자체가 권리 행사로 평가됩니다. 그렇게 뜻을 전한 뒤 지분 이전등기를 구하는 권리에는 제1117조의 1년이 다시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입니다.
보통은 이런 순서로 움직입니다.
1) 등기부를 뗍니다. 인터넷등기소에서 아파트 등기부를 발급받아 소유권이 넘어간 원인과 날짜를 확인하고, 발급일을 처음 안 시점의 기록으로 남겨 둡니다.
2) 형에게 유류분 반환을 청구한다는 내용증명을 보냅니다. 상속재산을 다시 나누자는 요구만 적으면 반환청구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3) 아파트를 팔지 못하게 묶는 처분금지가처분은 신청부터 결정까지 대개 몇 주가 걸립니다.
4) 협의가 안 되면 반환 소송으로 갑니다. 유류분 소송은 가정법원이 아니라 지방법원의 민사사건입니다. 시가 감정이 끼면 감정에만 몇 달이 걸려, 1심이 1년을 넘기는 일도 드물지 않습니다.
1번과 2번은 당사자가 직접 해도 되는 일입니다. 등기부는 누구나 발급받을 수 있고, 내용증명도 우체국에서 바로 보낼 수 있죠. 3번부터는 법원에 신청서를 내고 담보를 거는 절차가 시작됩니다.
처음 안 날의 기록
지금 청구할 수 있으려면 세 가지가 함께 갖춰져야 합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10년이 지나지 않았을 것, 형이 받은 증여를 처음 안 날부터 1년이 지나지 않았을 것, 그리고 그 '처음'이 형의 반론을 견딜 만큼 분명할 것입니다.
위 설명은 아파트 말고는 상속재산도 빚도 없고, 증여받은 사람도 형 한 명이라는 가정에 서 있습니다. 남은 재산이나 다른 증여가 있으면 부족분 계산이 달라집니다. 아버지 생전에 집 이야기가 오간 정황이 있으면 출발점을 두고 다툼이 커질 겁니다.
정리하면, 형이 받은 증여를 처음 안 날부터 1년 안에 반환청구의 뜻을 전하면 시효는 멈춥니다. 공동상속인에게 한 증여라면 오래전 증여도 계산에 들어갑니다.
1년 반이 지나서야 형 앞으로 넘어간 아파트를 알게 된 그날, 이미 늦었다고 여긴 계산은 시계를 사망일에 맞춰 둔 데서 나왔습니다. 그날 본 '증여'라는 글자가 정말 처음이었다면, 시계는 그 순간부터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남은 일은 그 전에 형이나 아버지에게서 집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었는지, 자기 기억과 휴대전화 속 대화를 대어 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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