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기일을 두 번 남겨둔 시점에 등기부를 떼어봤더니, 한 달 전 날짜로 낯선 근저당이 잡혀 있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 답부터 드리자면, 담보대출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분할받을 몫이 자동으로 줄어들지는 않습니다. 금액을 가르는 것은 대출 실행 시점이 아니라 그 돈이 어디로 갔는지 여부입니다. 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근저당권설정 통지서 한 장
이해를 돕기 위한 가상의 예시입니다. 혼인 19년 차 부부가 조정 중이고, 공동생활의 터전이던 아파트는 남편 단독 명의였습니다. 아내가 조정 도중 등기사항증명서를 열람해 보니 채권최고액 3억 6천만원의 근저당이 새로 설정돼 있었습니다.
남편 측은 조정에서 "집에 빚이 있으니 순재산은 얼마 남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여기서 재판부가 실제로 묻는 것은 하나입니다. 실행된 대출금 3억원이 지금 어디 있느냐는 것입니다.
생활비와 자녀 학비, 기존 신용대출 상환에 쓰였다는 계좌 흐름이 나오면 그 채무는 공제 대상입니다. 반대로 남편 개인 증권계좌나 형제 명의 계좌로 흘러 들어간 것이 확인되면, 그 돈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여전히 남편이 보유한 재산으로 취급됩니다.
기준 시점의 오해
"대출 전 재산으로 계산되는 것 아니냐"고 묻는 분들이 많지만, 실무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재산분할의 대상과 가액은 원칙적으로 조정성립일 또는 사실심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산정하기 때문에, 그 사이에 생긴 채무도 일단 심리 대상에 들어옵니다.
다만 여기에 중요한 보정 원리가 붙습니다. 혼인관계가 파탄된 뒤 일방이 임의로 처분하거나 은닉한 재산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보아 분할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것이 실무의 일관된 판단 흐름입니다. 기준 시점은 원칙일 뿐, 그 시점을 이용해 재산을 빼돌린 행위까지 보호하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여기까지는 원칙론입니다.
사용처가 가르는 경계
같은 3억원 대출인데 결론이 정반대로 갈리는 지점을 나란히 놓아 보겠습니다.
결국 입증 부담이 어디에 놓이느냐의 싸움입니다. 대출을 실행한 쪽이 통장과 영수증으로 사용처를 설명하지 못하면, 그 불이익은 설명하지 못한 사람이 집니다. 많이들 놓치는 대목인데, 대출 직후 현금 인출이 반복된 내역은 오히려 본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대출금이 자녀 유학비와 기존 채무 상환에 들어간 것이 계좌로 깨끗이 확인되는 사안이라면 처분금지가처분까지 밀고 가는 것은 실익이 적습니다. 그때는 채무를 인정하고 기여도 다툼에 힘을 싣는 편이 낫습니다.
지금 걸 수 있는 잠금장치
지금 등기부를 확인하고 계신 단계라면, 순서는 이렇습니다.
혼자 대응할 때 가장 많이 어긋나는 지점은 2번과 3번의 차이를 모른 채 사전처분만 받아두고 안심하는 경우입니다. 그 사이에 소유권이 제3자에게 넘어가면, 되돌리는 절차는 몇 배로 길어집니다.
놓치면 되돌릴 수 없는 기간
기한은 사실만 짚겠습니다. 민법 제839조의2 제3항에 따라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한 날부터 2년이 지나면 소멸합니다. 이 기간은 소멸시효가 아니라 제척기간이라 중단이 없습니다.
이미 명의가 제3자에게 넘어간 경우에는 민법 제839조의3의 재산분할청구권 보전을 위한 사해행위취소권을 검토합니다. 행사 기간은 취소원인을 안 날부터 1년, 법률행위가 있은 날부터 5년입니다. 등기부를 뒤늦게 확인한 분들이 여기서 걸리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상담 전에 챙겨두실 것
지금 등기부부터 떼어보셨고 문제의 소지가 보인다면, 준비하실 것은 복잡하지 않습니다. 다음 자료를 정리해 오시면 첫 상담에서 바로 판단선을 그을 수 있습니다.
상담은 이 자료로 시점을 먼저 확정하고, 사전처분과 가처분 중 무엇이 필요한지, 사실조회 신청 범위를 어디까지 잡을지 정하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조정 중에 생긴 담보대출은 방치하면 그대로 인정되고, 다투면 사용처 입증 문제로 바뀝니다. 지금 마음이 급하신 것이 당연합니다. 다만 급하게 감정적으로 항의하기보다, 등기부와 계좌부터 한 부씩 모아두시는 편이 훨씬 더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