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장례를 치른 뒤 큰형이 "유언 같은 건 없었다"고 못을 박는데, 생전에 들었던 이야기와 아무래도 맞아떨어지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유언장의 존재는 심증으로 다툴 문제가 아니라, 공증사무소 원본 조회와 가정법원 검인기록 확인이라는 두 절차로 먼저 확정해야 합니다. 이 두 곳에서 흔적이 잡히지 않으면 자필 유언일 가능성이 크고, 그때부터는 대응 방식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순서를 거꾸로 밟는 분이 참 많습니다.
추적 가능성의 분기
유언의 방식에 따라 '확인이 되는 유언'과 '사실상 확인이 안 되는 유언'으로 갈립니다.
여기서 가장 흔한 오해를 하나 짚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유언을 등록해 두는 공적 등록부가 없습니다. "조회하면 나오지 않느냐"는 질문에 늘 이 설명부터 드리게 됩니다.
검인의 기능
민법 제1091조 제1항은 유언증서를 보관하거나 발견한 사람이 상속개시를 안 후 지체 없이 가정법원에 검인을 청구하도록 정합니다. 봉인된 증서는 제1092조에 따라 상속인이나 그 대리인이 참여한 자리에서 개봉해야 합니다. 다만 검인은 그 시점의 상태를 기록해 보존하는 절차이고, 유언의 유효·무효를 판단해 주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검인을 받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유언이 무효가 되지도, 숨긴 사람이 곧바로 상속인 자격을 잃지도 않습니다. 공정증서 유언은 애초에 검인 대상이 아니며, 구수증서 유언은 급박한 사유가 끝난 날부터 7일 내에 검인을 청구해야 합니다.
확인의 네 단계
지금 형에게 따져 묻기 전에 서류부터 모으고 계신다면, 방향은 맞습니다.
유언서를 은닉한 게 사실이라면
민법 제1004조 제5호는 상속에 관한 유언서를 위조·변조·파기 또는 은닉한 사람을 상속인이 되지 못하게 합니다. 다만 실무에서 은닉은 증서의 소재를 알 수 없게 만들어 발견을 적극적으로 방해한 정도를 뜻하고, 그저 보관하면서 알리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가상의 예시로 대조해 보겠습니다. 형이 유언서를 갖고 있다가 분할협의 자리에서 뒤늦게 꺼냈고 내용에 훼손이 없다면, 결격보다는 유언 해석과 유류분 문제로 넘어갑니다. 반대로 자신에게 불리한 자필 유언서를 태웠거나, 다른 상속인이 특정 공정증서의 존재를 대며 요구했는데 원본을 다른 곳으로 옮겨 은닉한 정황이 남았다면 평가가 달라집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은닉 자체를 정면으로 다투기보다 유류분반환청구로 곧장 가는 편이 빠르고 확실한 사안도 적지 않습니다.
기한과 준비물
민법 제1019조 제1항에 따른 상속포기·한정승인은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부터 3개월입니다. 유류분반환청구권은 제1117조에 따라 상속개시와 증여·유증 사실을 안 날부터 1년, 상속개시된 때부터 10년이면 소멸합니다. 상속회복청구는 제999조에 따라 침해를 안 날부터 3년, 침해행위가 있은 날부터 10년입니다. 유언장을 찾는 데만 시간을 쓰다 이 기간이 지나 버리는 경우가 가장 아깝습니다.
상담 때는 이 정도만 챙겨 오시면 좋습니다.
돌이켜보면, 형제 사이가 결정적으로 어긋나는 지점은 재산 액수가 아니라 "숨겼다"는 말이 오간 순간이었습니다. 아직 아무것도 확인하지 못한 상태여도 괜찮습니다. 서류 몇 장으로 확인 가능한 범위와 그렇지 않은 범위를 나누는 일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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