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에 나온 지지율 표를 블로그에 캡처해 올려도 되나요
언론에 보도된 지지율 표를 캡처해 블로그에 올리셨다면, 문제가 되는지는 숫자 자체가 아니라 그 숫자 옆에 조사 개요를 함께 적었는지, 그리고 게시한 날짜가 언제인지에서 갈립니다. 공직선거법은 여론조사 결과를 옮기는 행위 자체를 '공표'로 보고, 언론사가 아닌 개인에게도 같은 표기 의무를 지웁니다.
블로그, 카페, 밴드, 단체 대화방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기사를 그대로 옮겼을 뿐"이라는 항변이 통하지 않는 지점이 여기 있습니다.
같은 기사를 옮겼는데 한쪽만 문제되는 경우
이해를 돕기 위해 사례를 들어 비교해 보겠습니다.
A는 지역 신문에 실린 여론조사 기사를 캡처하면서, 기사 하단의 조사의뢰자·조사기관명·조사일시·표본크기·응답률·표본오차를 본문에 그대로 옮겨 적고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등록 페이지 주소를 함께 걸어두었습니다.
B는 같은 기사에서 지지율 숫자 두 개만 뽑아 이미지로 만들고 "○○ 후보 압도적 우세"라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두 후보의 격차는 오차범위 안이었고, 조사기관과 조사일시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두 사람 다 남의 조사 결과를 옮겼을 뿐입니다. 그런데 B에게는 두 가지 문제가 동시에 붙습니다.
차이는 개요를 함께 옮겼는지
공직선거법 제108조 제5항은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보도하는 사람에게 조사의뢰자, 조사기관·단체명, 피조사자 선정방법, 표본크기, 조사지역·일시·방법, 표본오차율, 응답률, 질문내용을 함께 공표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문이 "누구든지"로 시작하기 때문에, 개인 블로그 운영자도 그대로 적용을 받습니다.
다만 완화 장치가 있습니다. 선거여론조사기준은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등록된 조사 결과를 인용해 공표하는 경우, 조사기관명과 조사일시를 밝히고 나머지 사항은 등록된 홈페이지 주소를 표시하는 것으로 갈음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A가 안전했던 이유가 이것입니다.
정리하면, 인용 게시물에 최소한 이 정도는 들어가야 합니다.
여기까지는 표기의 문제입니다. 다음이 더 무겁습니다.
오차범위 안의 격차를 순위로 단정해버리면
공직선거법 제96조는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하여 공표하거나 보도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숫자를 조작하지 않아도, 해석을 비틀면 이 조문에 걸립니다.
실무에서 가장 흔한 유형이 오차범위 문제입니다. 두 후보 지지율이 38%와 35%이고 표본오차가 ±3.1%포인트라면, 이 조사만으로 순위를 단정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압도적 1위", "더블스코어"처럼 제목을 달면 결과를 왜곡한 것으로 평가될 여지가 생깁니다.
반대로 A처럼 "오차범위 내 접전"이라고 쓰거나 수치를 그대로 옮긴 경우에는 왜곡 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같은 표를 인용해도, 표에 없는 결론을 붙이는 순간 성격이 바뀝니다.
선거일 전 6일부터는 인용 불가
공직선거법 제108조 제1항은 선거일 전 6일부터 선거일 투표마감시각까지 정당 지지도나 당선인을 예상하게 하는 여론조사의 경위와 결과를 공표하거나 인용해 보도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많이들 놓치는 대목이 있습니다. 금지되는 것은 '그 기간에 실시한 조사'가 아니라 '그 기간에 공표하는 행위'입니다. 한 달 전에 나온 조사, 이미 언론에 보도된 조사라도 이 기간에 새로 올리면 금지 대상입니다.
그리고 기간이 시작되기 전에 올려둔 게시물을 그대로 두는 경우, 계속 게시 상태를 어떻게 볼 것인지가 다투어집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삭제를 요청하는 경우도 이 지점입니다.
공소시효도 짧습니다. 공직선거법 제268조 제1항에 따라 선거일 후 6개월이 지나면 원칙적으로 공소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짧다고 안심할 일은 아닙니다. 그 6개월 안에 조사와 처분이 몰리기 때문에, 연락을 받은 시점부터는 시간이 대단히 빠르게 흘러갑니다.
게시물을 지우기 전에
선관위에서 전화를 받고 가장 먼저 하시는 일이 삭제입니다. 심정은 이해하지만, 삭제 자체가 위법은 아니어도 나중에 "어떤 문구로 올렸는지"를 스스로 증명할 수 없게 됩니다. 조사 개요를 적어두었다는 사실을 입증할 자료가 사라지는 겁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표기 누락 하나로 안내를 받은 정도라면 변호사를 선임하기보다 즉시 보완하고 경위서를 성실히 내는 편이 빠르고 합리적입니다. 다만 후보자·캠프 관계자이거나, 반복 게시·왜곡 문구가 함께 지적된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조사를 앞두고 계신다면 이 순서로 정리해 두시면 됩니다.
지금 게시물을 지울지 말지 고민하며 이 글을 읽고 계신다면, 판단 순서는 삭제가 아니라 보존이 먼저입니다. 위 자료를 챙겨 오시면 첫 상담에서 표기 누락에 그치는 사안인지, 왜곡 공표까지 다투어질 사안인지를 구분해 드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