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장례를 치르고 돌아와 매달 나가는 변제금부터 떠올리셨을 겁니다. 상속받은 재산은 개인회생 절차의 재산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그 사실만으로 변제금이 저절로 오르지는 않습니다.
개인회생 변제 중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상속을 받으면 변제금이 오르나요? 포기해도 괜찮을까요?
결과는 두 가지로 갈립니다. 물려받을 몫이 지금의 변제 총액을 흔들 만큼 큰지, 그리고 포기한다면 법이 정한 방식과 기한을 지키는지입니다.
01 상속분이 들어가는 자리
변제 기간 중에 받은 상속분은 채권자 몫을 계산하는 재산에 포함됩니다. 이 재산 묶음을 개인회생재단이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해 채권자에게 얼마를 갚아야 공정한지 따질 때 계산에 넣는 채무자의 재산 전부입니다.
채무자회생법 제580조 제1항은 개시결정 당시의 재산뿐 아니라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새로 얻은 재산과 소득도 개인회생재단에 속한다고 정합니다. 변제 중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면 그 상속분이 바로 진행 중에 얻은 재산입니다. 그래서 이 조문이 적용됩니다.
몫의 크기는 법정상속분으로 가늠합니다. 어머니와 자녀 둘이 상속인이면, 민법 제1009조 제2항에 따라 배우자는 자녀 몫에 5할을 더 받아 비율이 1.5 대 1 대 1이 됩니다. 아버지 명의 아파트가 3억 5천만 원이라고 가정하면, 이를 3.5로 나눈 1억 원이 내 몫으로 잡힙니다.
실제 몫은 아버지에게 대출 같은 빚이 있었는지, 예금이 얼마였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첫 작업은 재산과 빚을 함께 확인하는 일인데요, 사망신고 때나 그 뒤에 안심상속 원스톱서비스를 신청하면 금융거래와 부동산, 자동차 등을 한 번에 조회할 수 있습니다.
02 저절로 오르지 않는 변제금
흔한 첫 오해는 상속이 생기면 다음 달부터 변제금이 바로 오른다는 생각입니다. 인가된 변제계획은 변경안이 인가되기 전까지 그대로 효력을 가지므로, 상속만으로 이번 달 이체 금액이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 계획이 끝까지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계획을 흔드는 기준은 청산가치입니다. 청산가치는 지금 파산해서 재산을 모두 처분하면 채권자가 받아 갈 금액을 말합니다. 같은 법 제614조 제1항 제4호는 총변제액이 이보다 적지 않아야 변제계획을 인가한다고 정합니다. 상속으로 재산이 늘면 이 기준선도 같이 올라갑니다.
상속만으로 이번 달 변제금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다만 늘어난 청산가치만큼 총변제액을 맞춰야 하는 문제가 남습니다.
숫자로 옮겨 보면 이렇습니다. 월 80만 원씩 36개월, 모두 2,880만 원을 갚는 계획에서 처음 청산가치가 500만 원이었다고 해 봅시다. 단순하게 계산해 상속분 1억 원을 더하면 청산가치는 1억 500만 원이 됩니다. 인가 요건을 다시 따진다면 지금 계획은 통과할 수 없습니다.
계산만 놓고 보면 막막해지는 대목입니다.
실제로는 늘어난 청산가치에 맞춰 총변제액을 끌어올리는 문제로 정리됩니다. 지분을 처분해 한 번에 추가로 갚거나 월 변제금을 올리는 방법이 있고, 차이가 이 정도라면 대개 앞쪽이 현실적입니다. 상속분이 남은 빚을 다 갚고도 남는 규모라면 남은 채무를 한 번에 갚고 절차를 끝내는 쪽이 계산상 맞을 수 있습니다.
03 알리지 않았을 때의 결과
두 번째 오해는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같은 법 제619조 제1항은 변제가 끝나기 전이면 채무자뿐 아니라 회생위원과 개인회생채권자도 변경안을 낼 수 있게 합니다. 내가 침묵한다고 해서 변경이 막히지는 않습니다.
상대방의 움직임도 어느 정도 예상됩니다. 회생위원은 상속을 알게 되면 직접 변경안을 내거나 채무자에게 제출을 권고할 수 있습니다. 상속 부동산이 등기되면 금융기관 채권자도 등기부로 이를 알 수 있습니다.
차이는 누가 먼저 꺼내느냐에서 납니다. 스스로 알리고 변경안을 내면 추가 변제의 방법과 시기를 채무자가 먼저 제안하게 됩니다. 반대로 숨긴 사실이 드러나면 법원은 재산을 감춘 것으로 보고 절차 폐지 여부를 따지게 됩니다. 면책 뒤에 드러나더라도, 부정한 방법으로 받은 면책은 취소될 수 있습니다.
변제가 두세 달밖에 남지 않았다면 그냥 넘겨도 되지 않느냐고 되물으실 수 있습니다. 변경안은 변제 완료 전이면 언제든 낼 수 있어서, 남은 기간이 짧다는 사정이 결론을 바꾸지는 않습니다. 변경안이 인가될 때까지는 기존 변제금을 그대로 내야 합니다. 결과를 기다린다며 이체를 멈추면 그 자체로 변제계획을 지키지 않은 것이 됩니다.
04 포기의 효과와 법원의 시선
물려받지 않는 길도 법이 열어 둔 선택입니다. 상속포기는 가정법원에 신고해야 효력이 생기고(민법 제1041조), 효과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민법 제1042조).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이 되므로 개인회생재단에 들어올 상속분 자체가 생기지 않습니다.
포기가 채권자에게 손해를 끼치는 일 아니냐는 걱정이 남으실 텐데요. 사해행위는 채권자를 해치는 재산 처분이라서 채권자가 취소를 구할 수 있는 행위입니다. 대법원은 상속포기를 이 사해행위로 보지 않습니다. 이미 가진 재산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재산이 늘어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결정이고, 가족 관계와 맞닿은 인적 결단이라는 이유입니다.
이 판단 흐름에 비추면 개인회생 중의 포기도 그것만으로 절차 폐지 사유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회생위원이 포기 경위를 물을 수 있습니다. 가정법원의 포기 수리 심판문을 회생위원에게 제출해 두는 편이 깔끔합니다.
아버지에게 재산보다 빚이 많았다면 포기는 더 분명한 선택이 됩니다. 빚까지 그대로 물려받는 단순승인을 하면, 그 빚을 이번 절차에서 어떻게 다룰지 따로 다툼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상속 단계에서 포기하거나, 물려받은 재산 한도에서만 빚을 갚는 한정승인으로 정리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05 3개월의 셈법
포기는 상속이 시작된 것을 안 날부터 3개월 안에 해야 합니다(민법 제1019조 제1항). 안 날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사실과 내가 상속인이 된 사실을 안 날이어서, 임종을 지켰거나 그날 연락을 받았다면 사망일이 기준입니다. 기간은 그다음 날부터 세므로 3월 10일에 돌아가셨다면 6월 10일이 마지막 날이고, 그날이 토요일이나 공휴일이면 다음 날로 넘어갑니다.
1) 돌아가신 분의 마지막 주소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에 상속포기 신고서를 냅니다.
2) 3개월 안에 접수만 되면 기한은 지킨 것이고, 수리 심판은 그 뒤에 나와도 됩니다.
3) 심판문이 나오면 회생위원에게 내서 포기 사실을 알립니다.
지금 형제들과 아버지 집을 어떻게 할지 의논하며 결정을 미뤄 두고 계실 수 있습니다. 그 의논과 상관없이 3개월은 따로 흐릅니다. 기한을 넘기거나, 그 전이라도 아버지 예금을 찾아 생활비로 쓰는 등 상속재산을 처분하면 단순승인한 것으로 봅니다(민법 제1026조 제1호·제2호). 기한 안이라도 마음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포기를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민법 제1024조 제1항).
상속포기는 안 날부터 3개월 안에 가정법원에 신고해야 합니다. 그 전에 아버지 예금을 찾아 쓰면 포기할 수 없게 됩니다.
아버지가 개인회생 신청 전에 이미 돌아가셨는데 재산목록에서 상속분이 빠졌다면 출발점이 다릅니다. 이때는 포기 기한이 대부분 지났습니다. 문제도 변제 중의 상속이 아니라 신청 때의 누락을 바로잡는 쪽으로 옮겨 갑니다.
06 분할협의라는 다른 길
세 번째 오해는 형제들과 협의해 내 몫을 0으로 정하면 포기와 같다는 생각입니다. 두 제도는 결과가 비슷해 보여도 법적 성격이 서로 반대편에 있습니다.
상속포기는 가정법원에 신고해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으로 만드는 절차입니다. 상속재산 분할협의는 상속인 자격을 가진 채 가족끼리 재산을 나누는 약속입니다. 그래서 내 몫을 0으로 정하면, 이미 내 것이 된 지분을 다른 가족에게 넘긴 것으로 평가됩니다.
법원은 빚이 재산보다 많은 상속인이 분할협의로 자기 몫을 내놓으면 원칙적으로 사해행위로 봅니다. 개인회생 중이라면 개인회생재단의 재산을 처분한 것으로 비칩니다. 앞에서 본 폐지나 면책 취소 문제로 번지기 쉽습니다. 포기한 뒤 어머니나 형제가 받은 몫을 나에게 돌려주기로 한 경우도 같은 의심을 받습니다.
포기 기한을 넘긴 뒤 형제들이 도장만 찍으면 된다며 분할협의서를 내밀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내 손에서는 같은 도장입니다. 그러나 법은 3개월 안의 포기 신고와 그 뒤의 분할협의를 전혀 다른 행위로 봅니다.
도장을 찍는 시점이 결론을 바꾸는 셈입니다.
정리하면, 상속분은 개인회생재단에 들어가고 내가 숨겨도 변경안은 채권자 쪽에서 나올 수 있습니다. 3개월 안에 포기할지, 받고 변제계획을 바꿀지 정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가장 먼저 닥치는 기한은 상속포기의 3개월입니다. 이 기간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사실과 내가 상속인이 된 사실을 안 날의 다음 날부터 셉니다. 오늘은 그 날짜를 확인해 달력에 마지막 날을 적어 두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포기와 변경 가운데 어느 쪽이 맞는지는 그 날짜 안에서 따져도 늦지 않을 겁니다.
062-223-78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