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메리츠금융그룹으로부터 2,000억 원의 긴급운영자금을 지원받아 다시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홈플러스는 운영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지난 7월 3일 한때 회생절차 폐지 결정까지 받았지만, 이후 메리츠금융그룹과 2,000억 원 규모의 DIP 대출 약정을 체결했고, 자금조달 방안이 마련되면서 법원이 폐지 결정을 취소했습니다.
이어 서울회생법원이 8월 5일 대출을 허가하면서 실제 자금이 투입됐고, 홈플러스는 8월 13일부터 임시휴업했던 67개 점포의 정상영업을 재개했습니다.
이미 법인회생에 들어간 회사가 어떻게 다시 2,000억 원이나 빌릴 수 있었을까요?
이 글에서는 법인회생 중에도 신규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 홈플러스가 받은 DIP 금융이 일반적인 기업대출과 무엇이 다른지, 그리고 자금난을 겪는 회생기업이 신규 운영자금을 조달하려면 무엇을 검토해야 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법인회생을 신청한 회사도 신규대출을 받을 수 있나요?
법인회생은 회사의 영업을 중단하고 보유재산을 처분하는 파산절차와 달리, 사업을 계속하면서 채무를 조정해 회사를 정상화하는 절차입니다.
따라서 기존 채무의 상환을 조정하더라도 직원 급여와 원재료비, 임대료, 상품 매입대금처럼 앞으로 사업을 계속하기 위한 새로운 운영자금은 필요합니다.
채무자회생법도 이를 예정하고 있습니다.
회생절차 개시 후 관리인이 회사의 업무와 재산에 관해 새로 자금을 차입해 발생한 채권은 원칙적으로 공익채권에 해당합니다. 또 회생 신청 후 개시결정 전이라도 법원의 허가를 받아 사업 계속에 반드시 필요한 자금을 차입했다면 그 채권 역시 공익채권이 될 수 있습니다.
즉 회생 신청을 했으니 이제 회사는 어떤 대출도 받을 수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정상기업이 신용대출을 받는 것처럼 자유롭게 자금을 조달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회생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신규 차입의 필요성과 회사가 실제로 살아날 가능성, 자금의 사용처 등을 함께 검토하게 됩니다.
DIP 금융은 일반적인 기업대출과 무엇이 다른가요?
홈플러스가 받은 2,000억 원은 흔히 DIP 금융(Debtor-in-Possession Financing) 이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하면 이미 회생절차에 들어간 기업이 영업을 계속하기 위해 새롭게 조달하는 자금입니다.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이미 재무상태가 악화된 회사에 신규 자금을 빌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상당한 위험을 부담합니다. 따라서 법은 일정한 요건을 갖춘 신규자금 채권을 일반적인 과거 채권보다 강하게 보호합니다.
회생절차 개시 후 관리인의 자금차입으로 발생한 채권은 공익채권이 될 수 있고, 공익채권은 원칙적으로 회생계획에 의하지 않고 수시로 변제하며 회생채권과 회생담보권보다 우선해 변제합니다.
여기서 더 중요한 규정도 있습니다.
회사의 재산으로 모든 공익채권을 지급하기에도 부족해진 경우, 회사의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 법원의 허가를 받아 빌린 신규자금에 관한 채권은 다른 공익채권보다도 먼저 변제하도록 채무자회생법 제180조 제7항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우선변제 구조가 있기 때문에 금융기관도 회생기업에 신규자금을 공급할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는 것입니다.
홈플러스는 어떻게 2,000억 원을 새로 빌릴 수 있었나요?
홈플러스 사례를 보면 DIP 금융이 왜 필요한지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홈플러스는 회생절차를 진행하고 있었지만 직원 급여와 상품대금 등을 지급하고 매장을 계속 운영하기 위한 현금이 부족해졌습니다.
결국 최소한의 운영자금 약 2,000억 원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7월 3일 회생절차 폐지 결정까지 받았습니다.
그러자 홈플러스는 메리츠금융그룹으로부터 2,000억 원의 DIP 금융을 조달하는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메리츠 측은 아무런 조건 없이 돈을 빌려준 것은 아닙니다. 보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회장이 2,000억 원 대출 전액에 연대보증을 제공하기로 하면서 메리츠금융그룹이 자금 지원을 최종 승인했습니다.
이후 서울회생법원이 8월 5일 DIP 대출을 허가했고 실제 2,000억 원이 홈플러스에 투입됐습니다. 홈플러스는 이 돈을 상품 확보와 납품업체·배송업체 관련 자금 등에 투입하면서 매장을 다시 열 수 있었습니다.
즉 홈플러스 사례는 회생기업이라도 앞으로 영업을 계속해 회사를 살릴 가능성이 있고 이를 위한 자금조달 구조가 마련된다면 신규대출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회생기업이면 누구나 DIP 대출을 받을 수 있나요?
법원이 허가한다고 해서 금융기관이 반드시 돈을 빌려줘야 하는 것도 아니고, 금융기관이 대출 의사를 밝혔다고 해서 모든 조건의 차입이 그대로 허용되는 것도 아닙니다.
채무자회생법은 회생기업의 자금차입을 허가할 때 법원이 채권자협의회의 의견을 듣고 회사와 채권자의 거래상황, 회사의 재산상태, 이해관계인의 이해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DIP 금융을 실제로 조달하고 법원의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다음 사항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홈플러스의 경우 대출기관인 메리츠가 자금지원 조건으로 MBK와 김병주 회장의 연대보증을 요구했지만, 대표자의 연대보증이 DIP 금융의 법적 필수요건은 아닙니다.
따라서 다른 회생기업이 DIP 금융을 조달하는 경우에도 대표 개인의 보증 여부, 담보 제공, 금리와 상환조건 등은 자금을 공급하는 금융기관과 회사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홈플러스 사례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2,000억 원이라는 금액 자체가 아니라 운영자금 확보 여부가 실제 회생절차의 존속을 좌우했다는 점입니다.
회생은 기존 채무를 조정하는 것만으로 성공하는 절차가 아닙니다. 회생계획으로 기존 채무를 아무리 많이 줄이더라도 당장 직원 급여나 상품·원재료 구입비를 지급하지 못해 영업이 중단되면, 회사가 계속 영업해 돈을 벌고 그 수익으로 채무를 변제한다는 회생의 전제 자체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법인회생을 준비하는 기업이라면 기존 빚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만 계산할 것이 아니라 회생 신청 이후 최소 몇 개월 동안 회사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자금이 얼마인지, 현재 현금흐름으로 이를 감당할 수 있는지, 부족한 자금은 어떤 방법으로 조달할 수 있는지까지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법무법인 양영앤정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