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광주 서구의 한 종합병원이 경영난으로 회생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의료진이 잇따라 퇴사하고 응급실 운영까지 중단됐습니다.
특히 응급실이 문을 닫던 날 직원들에게 권고사직이 통보됐고, 다른 부서에도 권고사직 대상자를 정하라는 지시가 내려진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병원은 당시 임금체불까지 발생한 상황에서 회생을 통한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환자와 매출이 감소한 병원에서는 인건비가 가장 큰 고정비 중 하나인 만큼 병상이나 진료과를 축소하면서 인력까지 줄여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병원이 회생 중이라는 이유로 직원들에게 권고사직을 요구해도 되는 걸까요?
오늘은 병원 회생 과정에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권고사직을 진행할 수 있는지, 직원이 거부하면 경영상 해고가 가능한지, 인력 감축 과정에서 병원장이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을 살펴보겠습니다.
회생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직원에게 권고사직을 요구해도 되나요?
권고사직 자체를 제안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다만 권고사직은 병원이 일방적으로 직원을 내보내는 해고가 아니라, 병원이 퇴직을 권유하고 직원이 이를 받아들여 근로관계를 종료하는 합의퇴직입니다. 고용노동부 역시 권고사직과 해고를 이처럼 구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병원이 '회생 중이니 다음 달부터 나오지 마세요'라고 통보하는 것만으로 권고사직이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직원이 퇴직 조건을 확인한 뒤 자발적으로 동의해야 합니다.
특히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압박하거나, 실제로 사직 의사가 없는 직원에게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하게 했다면 문제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대법원도 근로자가 진정한 사직 의사 없이 사용자의 압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제출한 경우에는 형식이 사직이라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한 해고로 판단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회생을 이유로 일괄적으로 사직서를 받아두는 방식은 오히려 부당해고 분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직원이 권고사직을 거부하면 경영상 해고할 수 있나요?
직원이 권고사직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서 곧바로 해고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인건비 절감을 목적으로 직원을 일방적으로 해고하려면 근로기준법 제24조의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이른바 정리해고 요건을 갖춰야 합니다.
법에서는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어야 하고, 병원이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했는지,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으로 대상자를 선정했는지를 요구합니다. 또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대표에게 해고 예정일 50일 전까지 통보하고 해고 회피방법과 대상자 선정기준 등에 관해 성실하게 협의해야 합니다.
병원이 회생절차에 들어갔다는 사실은 심각한 경영상 어려움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정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회생 신청 = 정리해고 가능'이라는 공식이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대법원도 유동성 위기로 회생절차를 진행하던 회사의 정리해고 사건에서 단순히 회생절차에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경영상 필요와 해고 회피 노력, 대상자 선정기준, 협의 절차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해고의 정당성을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병원은 먼저 신규채용 중단, 적자 진료과 조정, 인력 재배치, 자연퇴직 활용 등 실제로 인원을 덜 줄일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응급실이나 적자 진료과 직원부터 줄여도 될까요?
병원이 특정 진료과나 병동 자체를 폐쇄한다면 해당 부서의 인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사정은 인력조정의 객관적인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응급실 운영을 완전히 중단하거나 환자가 거의 없는 병동을 폐쇄한다면 그 부서에서 필요한 인원이 과거보다 감소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도 단순히 해당 부서를 없애니까 모두 퇴사시키면 된다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권고사직에 직원이 동의하지 않아 이후 경영상 해고까지 진행한다면 누구를 남기고 누구를 해고하는지에 대한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이 필요합니다. 담당 업무가 실제로 없어졌는지, 다른 부서로 전환배치할 수 있는지, 필요한 자격이나 업무수행 능력 등을 객관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역시 경영상 해고 대상자를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선정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병원은 일반 회사와 달리 인력을 줄이는 과정에서 의료기관의 인력·시설 기준과 환자 진료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따라서 병원 회생을 위한 인력 구조조정은 인건비 절감액뿐 아니라 어느 진료과를 유지하고 어떤 인력이 반드시 필요한지를 함께 계산해야 합니다.
권고사직하면 밀린 급여와 퇴직금도 회생계획으로 미룰 수 있나요?
직원이 퇴직한다고 해서 밀린 급여와 법정 퇴직금까지 일반적인 거래처 채무처럼 회생계획에 넣어 장기간 나눠 갚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채무자회생법 제179조 제1항 제10호는 채무자의 근로자에 대한 임금·퇴직금 등을 공익채권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공익채권은 원칙적으로 회생계획에 의하지 않고 수시로 변제하고 일반 회생채권과 회생담보권보다 우선해 변제합니다.
따라서 20명의 직원을 권고사직시키면 다음 달 인건비는 줄어들 수 있지만, 이미 발생한 체불임금과 퇴직금 지급부담은 오히려 한꺼번에 현실화될 수 있습니다.
또 권고사직 조건으로 별도의 위로금이나 특별퇴직금을 약정했다면 그 돈의 법적 성격과 지급조건은 법정 퇴직금과 별도로 검토해야 합니다.
따라서 권고사직 대상 인원과 예상 퇴직금, 밀린 임금, 남아 있는 의료인력으로 병원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지, 권고사직을 거부한 직원에 대해서는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 것인지까지 미리 계산해야 합니다.
결국 병원 회생에서 인력 구조조정은 '몇 명을 내보낼 것인가'보다 '어떤 인력을 어떤 절차로 줄여야 병원을 계속 운영하면서 노동법상 문제까지 피할 수 있는가'를 먼저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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