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광주에서는 예비후보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해당 후보자의 명의를 사용해 선거구민 등에게 약 2만6천 건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혐의로 한 지지자가 경찰에 고발됐습니다.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법이 허용하는 방법으로 특정 후보자의 지지를 호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 지지자가 자신의 이름으로 문자를 보내는 것과 후보자가 직접 보낸 것처럼 명의를 표시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후보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문자를 보냈더라도, 본인이 선거운동의 주체인 것처럼 가장하거나 후보자의 허락 없이 이름을 사용했다면 공직선거법 위반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오늘은 후보자의 동의 없이 후보자 명의로 선거문자를 보냈을 때 실제 발송자와 후보자, 문자발송업체 중 누가 처벌될 수 있는지, 후보자가 몰랐다는 사실은 무엇으로 입증하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지지자가 후보자 이름으로 선거문자를 보내면 처벌될까요?
공직선거법은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지지자가 자신의 책임과 명의로 특정 후보자의 지지를 호소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행위가 모두 불법은 아닙니다.
그러나 후보자와 협의하지 않은 채 발신자를 후보자로 표시하거나 '후보자 ○○○입니다'와 같이 후보자가 직접 작성해 보낸 것처럼 문자를 발송했다면 문제가 달라집니다.
공직선거법 제253조는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진실과 다른 성명·명칭 또는 신분을 표시해 전화나 그 밖의 전기통신으로 통신한 사람을 처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후보자의 허락 없이 후보자 본인이 보낸 것처럼 표시했다면 성명 등의 허위표시죄가 적용될 수 있으며,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문자 내용이 후보자를 칭찬하거나 지지하는 내용이었다고 해서 허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후보자에게 유리한 내용인지보다 수신자가 실제 발송자를 후보자로 오인하도록 성명이나 신분을 표시했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입니다.
문자에 허위사실이나 상대 후보자를 비방하는 내용이 포함됐다면 허위사실공표죄나 후보자비방죄 등 별도의 혐의가 함께 문제 될 수도 있습니다.
후보자 동의 없이 대량문자를 보내면 어떤 문제가 추가될까요?
휴대전화로 수신자를 한 명씩 선택해 문자를 보내는 것과 문자발송 프로그램을 이용해 수천·수만 명에게 동시에 전송하는 것은 적용되는 규정이 다릅니다.
공직선거법 제59조에 따르면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선거운동은 원칙적으로 가능하지만, 자동 동보통신 방식의 대량문자는 후보자와 예비후보자만 보낼 수 있습니다. 자동 동보통신은 동시에 20명을 초과해 전송하거나 프로그램이 수신자를 자동으로 선택해 보내는 방식입니다.
후보자와 예비후보자가 자동 동보통신 방식으로 보낼 수 있는 횟수는 합산해 8회를 넘을 수 없으며,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1개의 전화번호를 사용해야 합니다.
따라서 일반 지지자가 후보자의 동의 없이 문자발송업체를 통해 수만 건의 선거문자를 보냈다면 후보자의 명의를 허위로 표시한 문제뿐 아니라, 자동 동보통신 방식의 선거운동 주체와 횟수, 신고 전화번호 제한을 위반했는지도 함께 조사받을 수 있습니다.
수신자 전화번호를 어디에서 확보했는지도 확인 대상입니다. 선거인명부나 단체 회원 명부, 고객정보 등을 권한 없이 이용했다면 개인정보보호법 등 다른 법률 위반까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후보자가 몰랐어도 함께 처벌될까요?
후보자의 이름으로 선거문자가 발송됐다는 사실만으로 후보자가 자동으로 처벌되는 것은 아닙니다.
형사책임을 물으려면 후보자가 문자 발송을 지시하거나 사전에 승인했는지, 발송자와 공모했는지 등이 확인돼야 합니다.
만일 후보자나 선거사무소가 문자 문안을 전달하거나 수정해 주고, 발송 대상자 명단 또는 선관위에 신고한 전화번호를 제공했거나 발송 비용을 부담한 정황이 있다면 후보자의 지시·승인 여부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발송 전후에 발송 건수와 반응을 보고받거나 같은 방식의 문자 발송이 반복됐는데도 이를 계속 이용했다면 공모 또는 방조 여부도 조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지지자가 후보자나 선거사무소와 상의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문자를 작성하고 자신의 비용으로 발송했으며, 후보자가 사후에 이를 알고 즉시 중단을 요구했다면 후보자에게 같은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결국 후보자의 책임은 명의가 사용됐다는 결과보다 문자 작성과 발송비 결제, 연락처 제공, 발송 결과 보고 등 구체적인 관여 사실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실제 발송자와 문자업체 중 누가 처벌될까요?
후보자 명의를 임의로 사용해 문자를 기획하고 발송을 의뢰한 사람은 우선적인 수사 대상이 됩니다. 직접 발송 버튼을 누르지 않고 문자업체에 전송을 맡겼더라도 문안과 수신자 명단을 제공하고 비용을 결제했다면 실제 행위자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선거사무장이나 자원봉사자가 발송을 진행했다면 자신의 지위보다 누구의 지시를 받고 어떤 역할을 담당했는지가 중요합니다. 후보자를 도우려고 했다거나 선거사무소에서 일했을 뿐이라는 이유만으로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문자발송업체는 단순히 고객이 의뢰한 문자를 기술적으로 전송했고 명의 도용이나 불법 선거운동을 알지 못했다면 곧바로 같은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후보자의 동의가 없다는 사실이나 신고되지 않은 전화번호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문안 작성, 수신자 명단 정리, 횟수 분산 등 불법 발송에 적극 협조했다면 공범이나 방조 책임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선관위나 경찰은 문자 원문과 발신번호, 발송업체 계약서, 비용 결제내역, 후보자 측과 발송자 사이의 카카오톡·문자 대화, 수신자 명단의 출처, 발송 전후 통화내역 등을 통해 실제 지시자와 비용 부담자를 확인합니다.
이미 후보자 명의의 문자가 발송돼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관련 대화나 발송내역을 삭제하지 말고, 누가 먼저 발송을 제안했고 문안을 작성했는지, 후보자의 승인을 받았는지, 연락처와 비용은 누가 제공했는지를 시간순으로 정리해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후보자 측은 명의가 무단으로 사용됐다는 사실을 언제 알았고 이후 어떤 중단 조치를 했는지를 입증할 자료도 함께 보관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