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광주 광산구의 한 아파트에서 관리사무소 경리 직원과 전직 관리사무소장, 친인척 등이 관리비와 장기수선충당금을 빼돌렸다는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해당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관리비 계좌를 추적한 결과 2008년부터 관리비가 직원과 친인척 등의 계좌로 오간 정황을 확인했고, 이체 금액을 합산하면 약 440억 원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다만 440억 원은 현재 입주자대표회의가 주장하는 금액으로, 실제 횡령액과 가담자는 향후 수사를 통해 확정돼야 합니다.
아파트 관리비 횡령이 발생하면 입주민들은 관리사무소 직원 개인의 범죄로만 보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장기간 같은 직원에게 회계업무를 맡기고도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업체가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관리·감독 책임도 물어야 하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관리사무소 직원이나 관리사무소장이 관리비를 횡령한 경우 입주자대표회의에도 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자치관리와 위탁관리는 무엇이 다른지, 횡령한 관리비를 돌려받으려면 어떤 자료를 확보하고 누구의 재산을 가압류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관리사무소장이 관리비를 횡령하면 입주자대표회의도 책임질까요?
관리사무소 직원이나 관리사무소장이 관리비를 횡령했다고 해서 입주자대표회의가 횡령액 전부를 자동으로 배상하는 것은 아닙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공동주택의 입주자 등을 대표해 관리에 관한 주요 사항을 결정하는 자치 의결기구입니다. 관리비 예산과 결산을 승인하고 관리주체의 업무를 감독하지만, 관리비를 실제로 부과·징수·보관하고 지출하는 업무는 관리주체와 관리사무소가 담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입주자대표회의의 책임을 판단하려면 횡령한 사람과 입주자대표회의 사이의 관계, 관리 방식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입주자대표회의가 해당 직원을 직접 고용하고 구체적으로 업무를 지휘·감독했다면 민법상 사용자책임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입주자대표회의 임원들이 횡령 사실을 알면서 묵인하거나 허위 결산을 승인하고, 관련 자료를 은폐하는 데 관여했다면 공동불법행위 책임도 물을 수 있습니다. 반면 정상적인 결산자료와 허위로 작성된 장부를 믿었고 횡령을 알거나 가담한 사정이 없다면, 횡령이 발생했다는 결과만으로 곧바로 전액 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자치관리와 위탁관리에 따라 책임지는 사람이 달라질까요?
아파트가 자치관리 방식인지 위탁관리 방식인지에 따라 관리사무소 직원의 사용자와 배상책임의 주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자치관리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자치관리기구를 구성해 아파트를 관리하는 방식입니다.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사무소장과 회계직원을 직접 채용하고 급여를 지급하며 업무를 지휘했다면, 해당 직원의 횡령에 대해 사용자책임이 인정되는지가 검토될 수 있습니다.
위탁관리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주택관리업자와 계약을 맺고 관리업무를 맡기는 방식입니다. 이 경우 관리사무소장과 직원은 원칙적으로 위탁관리업체 소속이므로, 우선 횡령한 직원과 주택관리업체의 책임을 살펴봐야 합니다.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업체와 계약했다는 이유만으로 관리사무소 직원의 사용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도 위탁관리업체 소속 직원에 대해 입주자대표회의가 실제 업무 수행을 구체적·개별적으로 지휘·감독하지 않았다면 사용자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습니다.
다만 위탁관리라고 해서 입주자대표회의의 책임이 항상 배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복적으로 회계 이상이 보고됐는데도 확인하지 않았거나, 특정인에게 인출 권한을 집중시키고 관리업체의 시정 요구를 묵살하는 등 별도의 과실이 있었다면 그 자체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회계감사에서 횡령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입대의 책임이 인정될까요?
공동주택관리법상 입주자대표회의 감사는 관리비와 사용료, 장기수선충당금의 부과·징수·지출·보관 등 회계업무와 관리업무 전반을 감사합니다. 공동주택 회계처리기준도 입주자대표회의 감사가 분기별로 지출 증빙을 감사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감사가 횡령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 전원이 횡령액을 배상하는 것은 아닙니다. 배상책임을 물으려면 다음 사항을 밝혀야 합니다.
외부 회계감사를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입주자대표회의의 감독 책임이 모두 없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반대로 외부감사인이 허위 잔액증명이나 반복적인 계좌이체를 통상적인 감사절차로 발견할 수 있었는데도 이를 놓쳤다면, 회계법인 또는 감사인의 책임도 별도로 검토할 수 있습니다.
결국 책임 대상은 횡령한 직원 한 사람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관리사무소장, 위탁관리업체, 횡령에 가담한 친인척, 감독 의무를 위반한 입주자대표회의 임원과 외부감사인 가운데 누구에게 어떤 과실이 있었는지를 개별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횡령한 관리비를 돌려받으려면 가압류부터 해야 할까요?
형사고소를 해서 횡령 혐의가 인정되더라도 빼돌린 관리비가 자동으로 입주민에게 반환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피해를 회복하려면 형사절차와 함께 손해배상청구, 부당이득반환청구 및 재산보전 절차를 검토해야 합니다.
횡령 관련자가 부동산이나 예금을 처분할 가능성이 있다면 본안소송 전에 가압류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고소장에 적힌 추정액만으로는 부족하고, 횡령을 소명할 계좌거래 자료, 허위 전표,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서와 손해액 산정표를 함께 제출해야 합니다.
관리사무소장은 업무 수행 중 고의나 과실로 입주민에게 재산상 손해를 입히면 배상책임을 부담하며, 이를 보장하기 위해 보증보험이나 공제에 가입하거나 공탁해야 합니다. 다만 법정 보장금액은 500세대 미만 공동주택은 3천만 원, 500세대 이상은 5천만 원이므로, 피해액이 크다면 보증만으로 전액을 회수하기는 어렵습니다.
아파트 관리비 횡령 사건에서는 처벌받을 사람을 찾는 것만큼 실제 손해액과 반환청구의 상대방을 확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치관리인지 위탁관리인지, 관리비 계좌와 인출 권한을 누가 관리했는지,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업체가 이상 거래를 언제 알았는지를 먼저 확인한 뒤, 책임 대상별로 가압류와 손해배상청구를 준비해야 합니다.
법무법인 양영앤정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