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077분 읽기

음주측정거부 처벌 요건 | 측정 요구가 정당해도 처벌받나요

음주측정거부는 음주 수치와 별개로 처벌받는 범죄입니다. 거부죄가 성립하는 네 가지 요건, 측정 요구의 적법성을 가르는 사실관계, 형사처벌과 면허 취소 절차를 정리했습니다.

새벽 단속 지점에서 "여기 불어 주세요"라는 말을 들었는데, 입을 대지 않고 돌아선 상황을 떠올려 보겠습니다. 수치가 찍힌 적이 없으니 처벌할 근거도 없겠지 싶은 생각이 드시죠. 실제로는 요건이 갖춰진 측정에 대한 거부는 음주 수치와 별개로 처벌받는 범죄입니다. 그래서 다툴 지점은 '거부했는가'보다 '그 요구가 적법했는가'에 놓입니다.

수치가 없어도 남는 죄

측정 거부는 음주운전과 따로 정해진 범죄입니다. 도로교통법 제44조 제2항은 경찰공무원이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호흡 측정을 요구할 수 있고, 운전자는 이에 응해야 한다고 정합니다. 응하지 않으면 제148조의2에 따라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받습니다.

이 형량을 음주 수치 구간과 나란히 놓으면 계산이 달라집니다.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 0.08% 미만이면 법정형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인데, 거부의 법정형은 그 구간의 상한에서 시작하죠. 수치를 피하려는 선택이 형량에서 유리하지 않도록 설계된 겁니다.

"안 불면 증거가 없다"는 계산은 법이 이미 막아 두었습니다.

거부죄는 운전자가 실제로 얼마나 마셨는지를 증명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도 음주운전과 다릅니다. 검사가 증명할 대상은 요구가 적법했다는 것과 운전자가 응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거부 사건에서는 수치 대신 요구 과정의 사실관계가 판단의 중심에 놓입니다.

거부죄가 성립하는 네 가지 요건

법원이 거부죄를 인정하는 틀은 네 가지 요건으로 정리되고, 하나라도 비면 거부죄는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 운전 중이거나 운전을 막 마친 상태일 것
  •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것
  • 경찰공무원이 호흡 측정을 요구했을 것
  • 운전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응하지 않았을 것
  • 앞의 두 요건은 요구가 적법했는지를, 뒤의 두 요건은 거부 행위가 있었는지를 묻습니다. 보통은 뒤쪽만 떠올리죠. 하지만 실제 다툼은 대부분 앞쪽에서 생깁니다. 첫 번째 요건은 장소에 대해서도 한 가지 알아 둘 점이 있는데, 제44조에는 '도로에서'라는 한정이 없어서 아파트 단지나 주차장처럼 도로가 아닌 곳에서 운전한 경우에도 충족될 수 있습니다.

    경찰이 술 냄새, 붉은 얼굴, 비틀거림, 불분명한 말투를 단속 보고서에 적는 것도 두 번째 요건을 채우기 위해서입니다. 경찰은 대체로 이런 징후를 확인한 뒤 호흡 측정을 여러 차례 요구하고, 끝내 응하지 않으면 거부로 기록해 나중에 출석을 요구합니다.

    요구의 적법성을 가르는 사실관계

    판단이 갈리는 지점은 요구 시점에 경찰이 운전과 음주를 합리적으로 의심할 수 있었는지이고, 요구가 위법했다면 그 요구에 불응해도 거부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법원은 운전을 마친 뒤 요구까지의 간격, 경찰이 운전 사실을 알게 된 경위, 요구 당시의 음주 징후를 함께 봅니다.

    가정해 보겠습니다. 접촉사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현장에서 곧바로 불어 보라고 했다면 대체로 앞의 두 요건을 갖춘 것으로 봅니다. 반대로 주차를 마치고 귀가해 한참 쉬던 사람을 찾아가 불게 했다면, 운전 직후라고 보기 어려워 요구의 적법성이 문제가 됩니다.

    지금 그날의 기억을 되짚으며 "나는 이미 시동을 끈 뒤였다"는 대목을 곱씹고 계실 텐데요. 시동을 껐다는 사실 하나로 결론이 나지는 않습니다. 경찰이 운전 사실을 어떻게 파악했는지, 요구까지 얼마나 걸렸는지와 맞물려 판단합니다.

    차 안에서 잠들어 있다가 요구를 받은 경우도 자기 일로 착각하기 쉽습니다. 이때는 운전을 한 것인지부터 다투게 되고, 시동이 걸려 있었는지, 차가 놓인 위치가 어디였는지, 직전에 움직였는지 같은 사정에 따라 결론이 갈립니다.

    다만 요구가 적법했다면 "실제로는 마시지 않았다"는 사정은 거부죄를 면하게 하지 못합니다. 이 죄는 취했는지가 아니라 요구에 응했는지를 묻기 때문입니다.

    거부로 보는 행동과 보지 않는 행동

    말로 한 번 "못 하겠다"고 했다고 거부가 곧바로 확정되는 것도, 입을 대고 불었다고 거부가 아닌 것도 아닙니다. 법원은 숨을 불어 넣는 시늉만 하거나 측정이 되지 않도록 하는 행동도 거부로 봅니다. 기준은 말이 아니라, 실제로 측정이 가능하도록 응했는지입니다.

    반대로 말로 거부 의사를 비쳤더라도 경찰이 다시 기회를 주었는지, 운전자의 거부 의사가 확정적이었는지는 다툼의 대상이 됩니다. 경찰이 잠깐의 머뭇거림을 곧바로 거부로 처리했다면 바로 이 부분이 쟁점입니다.

    호흡 측정에 응한 뒤 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하는 것은 거부가 아니라 다른 절차입니다. 제44조 제3항은 호흡 측정 결과에 불복하는 운전자의 동의를 받아 혈액 채취 등의 방법으로 다시 측정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이 요청에 경찰이 어떻게 반응했는지는 나중에 호흡 측정 결과의 신빙성을 따질 때 쓰입니다.

    정당한 사유가 인정될 여지도 있습니다. 호흡기 질환처럼 신체 사정으로 호흡 측정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그렇습니다. 그때도 그 사정을 현장에서 밝혔는지, 객관적으로 뒷받침되는지가 함께 검토됩니다.

    형사처벌과 면허 처분, 두 갈래

    거부 이후의 일은 형사 절차와 면허 처분이라는 두 갈래로 따로 진행됩니다. 형사 절차는 경찰 조사와 검찰 송치를 거쳐, 검사가 약식명령을 청구하거나 정식으로 기소하는 순서입니다. 면허 처분은 경찰이 아닌 행정 절차에서 정해집니다.

    면허는 도로교통법 제93조 제1항에 따라 정당한 측정 요구에 불응하면 취소 대상이 됩니다. 취소된 뒤 다시 면허를 받을 수 없는 기간은 과거 음주 전력이 있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형사재판의 결과가 면허 처분을 자동으로 바꾸지는 않으니, 각각을 따로 다퉈야 합니다.

    면허 취소는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안에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으로 다툽니다. 소송을 내도 처분의 효력이 자동으로 멈추지는 않고, 집행정지 결정을 따로 받아야 합니다. 이 단계에서도 핵심 쟁점은 요구의 적법성이라서, 형사에서 정리한 사실관계가 그대로 쓰입니다.

    벌금형으로 끝나더라도 전과 기록은 남고, 직업이나 자격에 따라 별도의 제한이 붙을 수 있습니다.

    처음의 그 장면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새벽 단속 지점에서 "불어 주세요"라는 말 앞에 서 있던 순간은 이제 수치가 비어 있는 장면이 아닙니다. 경찰이 무엇을 보고 요구했는지, 운전을 마친 뒤 얼마 만이었는지, 어떤 말과 행동으로 응하지 않았는지가 그 장면의 결론을 가를 겁니다.

    김정웅

    김정웅변호사

    민사 · 노동/산재 · 형사 · 부동산 · 교통사고 · 파산/회생 · 기업법무 · 의료 · 성범죄 · 행정 · 이혼/가사전남법무법인 양영앤정훈

    2013. 장흥군, 강진군 자문변호사 2018. 삼성전자 광주법인 자문변호사 2020. 장흥군의회 자문변호사 장흥교도소, 장흥경찰서, 장흥군, 강진군 다수 위원회 위원 활동 전) 법무법인 정훈 대표변호사 現 법무법인 양영&정훈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양영&정훈은 광주와 전남 지역의 든든한 법률 파트너로서 고객의 권리와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다른 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