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에 모은 예금이나 부모님께 상속받은 집은 이혼할 때 원칙적으로 나누지 않습니다. 다만 배우자가 그 재산을 지키거나 불리는 데 실제로 힘을 보탰다면 분할 대상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이 한 가지가 같은 상속 주택, 같은 예금에서 정반대 결론을 만듭니다. 그 경계가 어디에 그어지는지 순서대로 설명합니다.
재산분할은 부부가 함께 이룬 재산만 나누는 제도입니다
재산분할은 이혼할 때 혼인 중 쌓은 재산을 기여한 만큼 나누는 제도입니다. 근거인 민법 제839조의2 제2항은 가정법원이 '당사자 쌍방이 협력하여 이룩한 재산의 액수 기타 사정'을 참작해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한다고 규정하고, 재판상 이혼에는 제843조가 이를 준용합니다. 나눔의 기준은 명의가 아니라 협력입니다.
혼인 전 재산과 상속·증여 재산은 이 기준 밖에 놓입니다. 민법 제830조 제1항은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각자의 특유재산으로 정하는데, 이 조항이 상속받은 집과 결혼 전 예금을 분할 대상에서 빼는 일차 근거입니다.
그렇다고 명의가 곧 결론은 아닙니다. 혼인 중 한쪽 명의로 샀더라도 부부가 함께 번 돈으로 샀다면 실질은 공동재산이어서 분할 대상이 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혼인 중 부부가 협력해 형성한 재산은 명의와 무관하게 분할 대상이고, 혼인 전 재산과 상속·증여 재산은 원칙적으로 대상이 아닙니다. 이 원칙에 예외를 만드는 것이 유지·증식에 대한 기여입니다.
같은 상속 주택인데 결론이 갈리는 두 가정
남편이 부친에게 상속받은 집이 있고, 상속 당시 시세는 3억 원, 혼인 12년 뒤 이혼 시점 시세는 5억 원이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첫 번째 가정에서는 집에 대출이 없고, 아내는 가사를 맡았을 뿐 집에 돈이나 관리 노력을 들인 적이 없습니다. 오른 2억 원은 동네 시세가 오른 결과입니다. 이 경우 집은 분할 대상에서 빠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두 번째 가정에서는 상속 당시 집에 1억 원의 담보대출이 있었고, 혼인 중 아내의 급여가 들어간 생활비로 이를 모두 갚았습니다. 아내가 집의 감소를 막는 데 구체적으로 협력한 셈이어서, 집은 분할 대상이 되고 아내의 기여가 몫으로 반영됩니다.
두 가정을 가른 것은 혼인 기간도 시세 상승폭도 아닌, 재산 자체에 닿은 구체적 협력이 있었는가입니다. 같이 살며 가사를 했다는 사정만으로 상속 재산의 가치까지 공동 기여로 보는 데에는 법원이 신중한 편입니다. 시세가 올랐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기여가 인정되면 집 전체가 아니라 기여한 만큼 나뉩니다
특유재산이 분할 대상이 되는 기준은 판례가 정리해 왔습니다. 상대방이 그 재산의 유지에 협력해 감소를 막았거나 증식에 협력했다면 특유재산도 분할 대상이 된다는 흐름입니다. 자금 투입, 대출 상환, 임대 관리처럼 눈에 보이는 행위가 대표적입니다.
대상이 된다고 반으로 나누라는 뜻은 아닙니다. 법원은 재산마다 기여 정도를 따져 비율을 정하고, 상속 재산이라면 상속받은 쪽의 몫을 훨씬 크게 잡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번째 가정의 집 5억 원에 아내의 비율을 10%로 본다면 5천만 원이 되는 식인데, 10%는 설명을 위한 숫자일 뿐 실제 비율은 기여 규모와 혼인 기간에 따라 달라집니다.
기여가 인정되지 않은 특유재산도 완전히 무관하지는 않습니다. 조문의 '기타 사정'으로 참작되어, 한쪽이 큰 특유재산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나머지 재산을 나눌 때 비율이나 방식에 반영되기도 합니다.
결혼 전 모은 돈은 혼인 중에 어디로 갔는지가 결론을 정합니다
결혼 전 예금이 본인 통장에 그대로 남아 있다면 특유재산입니다. 문제는 그 돈이 혼인 중에 움직였을 때입니다.
결혼 전 예금 8천만 원을 부부 공동생활의 전세보증금에 보탰다고 가정하면, 그 보증금은 공동생활의 재산이어서 분할 대상이 되고 8천만 원은 출자한 쪽의 기여로 크게 반영됩니다. 돈의 출처가 특유재산이라는 이유로 보증금 전체를 빼 달라는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특유재산을 처분하거나 해약해 산 재산은 그 대체재산으로서 특유재산이 된다는 것이 판례의 흐름입니다. 결혼 전 예금만으로 본인 명의 오피스텔을 샀고 공동 자금이 들어가지 않았다면 오피스텔도 같게 봅니다. 대체재산이라는 말이 낯설어도 원리는 단순합니다.
경계는 돈이 섞였는가에 있습니다. 부부 생활비 통장에 합쳐 월급과 뒤섞였다면 어디까지가 결혼 전 돈이었는지 가르기 어렵고, 그 불리함은 특유재산이라고 주장하는 쪽이 집니다.
지금 오래된 통장 내역을 거슬러 올라가며 이 돈이 어느 돈이었는지 맞춰 보는 중이실 텐데, 바로 그 작업이 이 다툼의 중심입니다.
특유재산이라는 주장은 주장하는 쪽이 자료로 받쳐야 합니다
혼인 중에 늘어난 재산은 부부가 함께 이룬 것으로 보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그래서 특유재산이라는 점은 그렇게 주장하는 쪽이 보여 줘야 합니다. 상대 배우자는 통상 재산이 늘어난 구간의 입출금, 대출 상환 계좌, 공사비 지급 내역을 요구하고, 법원에 금융거래정보 제출을 신청하기도 합니다. 가정법원에는 재산명시와 재산조회 제도도 있습니다.
입증할 내용은 세 갈래로 정리됩니다.
이 자료가 모두 없어도 상담은 시작됩니다. 거래 내역은 금융기관에서 다시 발급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혼인 기간이 2~3년으로 짧고 배우자가 그 재산에 보탠 돈도 노력도 없다면, 그 집이나 예금을 분할 대상에 넣으려는 다툼은 얻는 것이 적습니다. 이 경우 다툴 몫은 혼인 중 함께 쌓은 다른 재산입니다.
이혼한 뒤에도 청구할 수 있지만 기한이 정해져 있습니다
재산분할 청구권은 제839조의2 제3항에 따라 이혼한 날부터 2년이 지나면 소멸합니다. 협의이혼은 이혼 신고가 수리된 날, 재판상 이혼은 판결이 확정된 날부터 셉니다.
이혼 신고를 하면서 재산분할을 따로 정하지 않았더라도, 2년 안이라면 나중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 아직 이혼 전이라면 이혼 소송에 재산분할 청구를 함께 담아 한 번에 판단받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미 이혼하셨다면 가장 먼저 닥치는 기한은 이 2년입니다. 세는 기준일은 협의이혼이면 신고가 수리된 날, 재판상 이혼이면 판결이 확정된 날이니, 그 날짜가 언제인지부터 확인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