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279분 읽기

중고 노트북 장물취득죄 처벌 기준, 몰랐다면 무죄일까

중고거래로 산 노트북이 도난품이라며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면, 처벌은 거래 당시 장물임을 의심할 사정이 있었는지로 갈립니다. 미필적 고의 기준과 조사 절차를 정리했습니다.

중고거래 앱으로 산 노트북을 몇 달째 잘 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경찰서에서 "구입하신 노트북이 도난품이라 장물취득 혐의로 조사가 필요하다"는 전화가 옵니다. 값을 치르고 산 사람이 왜 조사를 받아야 하는지 당황스러우시죠.

중고거래로 노트북을 샀는데, 도난품이라며 경찰에서 장물취득으로 조사받으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저도 처벌받나요?

장물취득죄는 살 때 그 물건이 훔친 물건일 수 있다는 점을 알았어야 성립합니다. 그래서 결론은 물건의 출처가 아니라, 거래하던 그날 장물이라고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01 장물취득죄 성립 요건

장물은 절도·강도·사기·횡령 같은 재산범죄로 얻은 물건 그 자체를 뜻합니다. 누군가 훔친 노트북은 몇 사람의 손을 거쳐도 장물이고, 이를 돈을 주고 넘겨받는 행위가 장물취득입니다. 형법 제362조 제1항은 장물을 취득한 사람을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경찰이 중고거래 매수인에게 적용하는 조문이 이것입니다.

다만 이 조문은 알고 산 사람을 처벌합니다. 형법 제13조는 범죄를 이루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를 벌하지 않습니다. 장물취득에서 인식해야 할 사실은 물건이 재산범죄로 얻은 것이라는 점입니다. 도난품을 샀다는 결과만으로는 죄가 되지 않습니다.

인식의 시점도 정해져 있습니다. 법원은 물건을 넘겨받는 순간을 기준으로 봅니다. 살 때는 몰랐다가 경찰 연락으로 처음 알았다면 장물취득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따져야 할 날은 전화가 온 날이 아니라 판매자에게 돈을 건넨 날인 거죠.

장물취득죄는 살 때 훔친 물건일 수 있다는 점을 알았어야 성립합니다. 도난품을 샀다는 결과만으로는 죄가 되지 않습니다.

02 미필적 고의 판단 기준

법원은 장물인 줄 확실히 알았는지까지 요구하지 않습니다. 장물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하면서도 샀다면 그 정도의 인식으로 충분하다는 것이 판례의 일관된 태도입니다. 이런 인식을 미필적 고의라고 부릅니다. "확실히는 몰랐다"는 말만으로 혐의를 벗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속마음은 볼 수 없으니 법원은 겉으로 드러난 사정에서 고의를 추론합니다. 판례가 드는 기준은 물건을 가진 사람의 신분, 물건의 성질, 거래 대가, 그 밖의 거래 상황입니다. 중고거래로 옮기면 판매자가 누구였는지, 물건 상태와 가격이 어땠는지, 어디서 주고받았는지를 봅니다.

시세보다 싸게 샀으니 곧 장물죄라는 생각은 흔한 오해입니다. 중고품은 원래 새 제품보다 싸고, 이사나 급전 때문에 서둘러 파는 사람도 많거든요. 그래서 가격은 여러 정황 가운데 하나입니다. 싼 이유를 판매자가 어떻게 설명했는지와 함께 놓고 봅니다.

03 중고 노트북 거래 두 사례

같은 도난품을 샀어도 거래 당시 사정에 따라 고의 판단은 정반대로 나올 수 있습니다. 시세가 120만 원인 같은 모델을 두 사람이 샀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A는 110만 원을 냈습니다. 판매자는 "새 모델로 바꿔서 판다"며 박스와 충전기를 갖춰 동네에서 직거래했습니다. 대금은 판매자 본인 명의 계좌로 들어갔습니다.

B가 낸 돈은 40만 원입니다. 판매자는 가입 이틀째인 계정에 "급처, 현금만"이라고 글을 올렸고, 두 사람은 밤늦게 지하철역 출구에서 만났습니다. 충전기와 박스는 없었습니다. 바닥의 제품 정보 스티커는 떼어져 있었고, 이전 사용자의 계정 잠금도 걸린 채였습니다.

읽기만 해도 어느 쪽이 불리한지 느껴지실 겁니다.

A의 거래에는 의심할 단서가 없습니다. 그래서 A의 고의는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B는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B도 급처라서 쌌다고 말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시세의 3분의 1 가격에 구성품이 없고, 스티커가 떼어져 있고, 계정 잠금까지 걸려 있었다면 정상적인 중고품으로 믿었다는 설명은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가격 하나가 아니라 의심할 단서가 몇 겹으로 쌓였는지가 고의 판단을 바꿉니다.

04 장물 고의 인정 정황

두 사례의 결론이 달라진 것은 가격 하나 때문이 아닙니다. 의심할 단서가 몇 겹으로 쌓였는지가 달랐습니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대체로 다음 정황을 함께 봅니다.

  • 가격: 시세와 얼마나 차이가 났고, 그 이유를 판매자가 어떻게 설명했는지
  • 물건 상태: 구성품, 계정 잠금, 지워진 일련번호나 스티커
  • 판매자와 거래 방식: 계정 이력, 현금만 고집했는지, 만난 시간·장소
  • 산 뒤의 행동: 곧바로 되팔았거나 같은 판매자에게 비슷한 물건을 여러 번 샀다면 불리하게 읽힙니다.
  • 지금 판매자와의 채팅방을 처음부터 다시 넘겨 보고 계실 텐데요. 판매글, 채팅, 송금 내역에는 그날의 사정이 시간 순서대로 담겨 있습니다. 원본 그대로 남겨 두면 조사에서 거래 경위를 설명하는 뼈대가 됩니다.

    채팅에 "출처는 묻지 마세요" 같은 문장이 있을 수 있습니다. 내가 "혹시 훔친 건 아니죠?"라고 묻고도 분명한 답 없이 거래를 마쳤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기록이 있다면 몰랐다는 설명은 내 기록과 정면으로 부딪힙니다. 이때는 다툼의 초점이 고의가 있었느냐보다 처분의 수위로 옮겨 가는 일이 많을 겁니다.

    05 중과실 장물취득과 장물양도

    고의가 인정되지 않아도 적용될 수 있는 조문이 있고, 산 뒤의 행동이 새 혐의가 되기도 합니다. 형법 제364조는 업무상 과실이나 중대한 과실로 장물을 취득한 사람을 1년 이하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중고 매입을 업으로 하는 사람은 업무상 과실까지 책임을 집니다. 일반 매수인은 중대한 과실이 있을 때 책임을 집니다.

    고의가 없다는 말과 책임이 전혀 없다는 말은 같지 않습니다.

    중대한 과실이란 조금만 주의했어도 장물임을 알 수 있었는데 그 주의를 현저히 게을리한 경우입니다. B처럼 단서가 겹쳤다면 "정말 몰랐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더라도 이 조문이 검토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A처럼 단서가 없었다면 과실을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경찰 연락을 받은 뒤의 행동은 따로 따져집니다. 살 때는 몰랐더라도 장물이라는 사실을 안 뒤 그 노트북을 다시 팔면, 법원은 이를 장물양도로 봅니다. 장물양도는 장물취득과 같은 제362조 제1항의 형으로 처벌됩니다. 연락을 받은 뒤의 판단 하나가 새 혐의를 만드는 셈이죠.

    06 경찰 조사 절차와 기간

    경찰 연락부터 처분까지는 출석, 물건 제출, 조사, 경찰의 결정 순서로 진행됩니다. 기간은 대개 몇 주에서 몇 달입니다. 경찰은 판매자 계좌나 앱 기록으로 매수인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매수인 조사는 판매자를 추적하는 과정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1) 출석 요구: 날짜는 협의해 정합니다. 이때 참고인인지 피의자인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통화로 길게 해명하기보다 날짜만 정하는 편이 낫습니다.

    2) 노트북 제출: 경찰은 대개 임의제출 형식으로 노트북을 받아 압수합니다. 제출 전에 초기화하면 거래 당시 상태를 확인할 수 없게 됩니다.

    3) 조사: 피의자로 조사받을 때는 진술거부권을 고지받습니다(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기억나지 않는 부분을 추측으로 채우면 진술이 엇갈립니다.

    4) 경찰의 결정: 혐의가 있다고 보면 검찰에 송치하고, 그렇지 않으면 불송치합니다. 불송치하면 기록이 검사에게 보내지고, 검사는 검토한 뒤 90일 이내에 돌려보냅니다(형사소송법 제245조의5).

    불송치 통지를 받은 피해자가 이의신청을 하면 사건은 검찰로 넘어갑니다(형사소송법 제245조의7). 송치된 사건은 검사가 기소, 기소유예, 혐의없음 가운데 처분을 정합니다.

    07 압수된 노트북과 거래대금 반환

    형사 혐의를 벗어도 노트북은 대개 피해자에게 돌아갑니다. 낸 돈은 판매자에게 받아야 합니다. 민법 제249조는 평온하고 공연하게, 선의로 과실 없이 산 사람에게 소유권을 인정합니다.

    판매자가 진짜 주인이 아니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도품이라면 제250조에 따라 피해자가 도난당한 날부터 2년 안에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압수된 장물도 보통 피해자에게 돌려줍니다.

    예외는 경매나 공개시장, 같은 종류의 물건을 파는 상인에게서 선의로 산 경우입니다. 이때 피해자는 내가 낸 값을 변상해야 물건을 돌려받습니다(민법 제251조).

    개인 판매자에게 낸 돈은 수사로 판매자가 특정되면 돌려 달라고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판매자에게 재산이 없으면 실제로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혐의없음으로 끝나면 전과에 해당하는 범죄경력자료에는 오르지 않습니다. 수사를 받았다는 사실은 수사경력자료로 남았다가, 법이 정한 보존기간이 지나면 삭제됩니다.

    정리하면, 처벌 여부는 거래한 그날 장물이라고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었는지로 정해지고, 연락을 받은 뒤 되팔면 장물양도라는 새 혐의가 생깁니다.

    경찰서에서 걸려 온 전화는 처음엔 도난품을 샀다는 사실 하나로 혐의가 정해진 것처럼 들렸을 겁니다. 하지만 그 전화가 알려 준 것은 물건의 출처였지, 내가 그날 무엇을 알았는지가 아닙니다. 처벌 여부는 판매글을 읽고, 판매자를 만나고, 돈을 건넨 그 하루의 장면 안에 이미 들어 있습니다.

    062-223-7877

    김정웅

    김정웅변호사

    민사 · 노동/산재 · 형사 · 부동산 · 교통사고 · 파산/회생 · 기업법무 · 의료 · 성범죄 · 행정 · 이혼/가사전남법무법인 양영앤정훈

    2013. 장흥군, 강진군 자문변호사 2018. 삼성전자 광주법인 자문변호사 2020. 장흥군의회 자문변호사 장흥교도소, 장흥경찰서, 장흥군, 강진군 다수 위원회 위원 활동 전) 법무법인 정훈 대표변호사 現 법무법인 양영&정훈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양영&정훈은 광주와 전남 지역의 든든한 법률 파트너로서 고객의 권리와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다른 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