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206분 읽기

과거사 국가배상 소멸시효 완성 판결, 끝이 아닌 이유와 소 제기 기한

과거사 국가배상 소송에서 소멸시효 완성이라는 말을 들으셨나요? 시효가 멈추는 사정과 멈추지 않는 사정, 장애가 풀린 날부터 소 제기 기한, 소장 작성 시 유의점을 설명합니다.

법원에서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말을 들으셨다고 해서 거기서 끝난 것은 아닙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국가가 만들어 둔 법률이나 은폐, 조작 때문에 애초에 소송을 낼 수 없었던 기간은 시효가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봅니다. 다만 실무에서 승패를 가르는 지점은 '장애가 있었느냐'가 아니라 '그 장애가 풀린 날로부터 며칠 만에 소장을 접수했느냐'입니다. 여기서 문 앞에서 돌아서는 사건을 저는 여러 번 봤습니다.

보상금을 받았다는 이유로 40년을 접어두셨던 유족

김 씨의 아버지는 1980년 5월 광주 도심에서 계엄군의 총격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유족들은 1990년대 초 관련 보상법에 따라 보상금을 수령했고, 그 순간 사건은 서류상 종결된 것으로 정리됐습니다. 당시 법에 '보상금을 받으면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는 화해간주 조항이 있었기 때문이죠.

김 씨는 변호사 사무실 두 곳을 찾아갔다가 같은 답을 들었다고 하셨습니다. '이미 화해가 된 것으로 되어 있어 소를 내면 각하됩니다.' 그래서 20년을 더 접어두셨죠. 그리고 2021년 5월 27일, 헌법재판소가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청구권까지 화해된 것으로 보아 재판받을 권리를 막는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하면서 상황은 뒤집혔습니다.

이후 유족들이 위자료 소송을 냈고, 국가는 '40년이 지났다'고 맞섰지만, 대법원은 위헌 결정 전까지는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가 있었다고 보고 마침내 유족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시효가 멈추는 사정과 아무리 딱해도 멈추지 않는 사정

이 둘의 경계를 정확히 아셔야 합니다. 법원이 보는 기준은 '그 사람이 못 했느냐'가 아니라 '누구라도 못 했느냐'입니다.

시효 진행이 멈추는 쪽 (객관적, 법률상 장애)

  • 법률 조항 자체가 소 제기를 봉쇄하고 있던 경우(화해간주 규정 등)
  • 국가가 사망 경위나 가해 주체를 조작, 은폐해 피고를 특정할 수 없었던 경우
  • 유죄판결이 살아 있어 재심으로 취소되기 전이었던 경우
  • 시효 진행이 멈추지 않는 쪽 (주관적 사정)

  • 법을 몰랐다, 시효 제도를 몰랐다
  • 생계가 어려웠다, 오래 투병했다
  • 국가를 상대로 이겨봐야 소용없을 것 같았다는 판단
  • 이런 경우, 아무리 사정이 절박해도 시효를 멈추지 못합니다. 상담에서 '그동안 아파서 못 냈다'는 말씀만으로는 항변을 깨지 못하는 이유죠.

    장애가 풀린 날부터 몇 달이었는지가 핵심

    국가배상 청구권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국가에 대한 금전채권이라는 점에서 5년의 장기시효가 함께 문제 됩니다. 그런데 과거사 사건에서 진짜 다툼은 이 숫자가 아닙니다.

    실무의 흐름은 이렇습니다. 장애가 해소된 뒤에는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해야 하고, 그 상당한 기간은 원칙적으로 6개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될 때에만 최장 3년까지 넓혀서 봅니다. 헌재 결정일 직후 소를 낸 유족과, 2~3년을 더 흘려보낸 뒤 소를 낸 유족의 결론이 갈리는 지점이 정확히 여기입니다.

    제가 본 사건 중에도, 같은 마을 유족 두 분이 같은 사실관계로 소를 냈는데 한 분은 결정 후 넉 달 만에, 다른 한 분은 2년 반이 지나서 접수했습니다. 뒤늦은 쪽은 그 기간 동안 왜 소를 낼 수 없었는지를 따로 소명해야 했고, 재판은 훨씬 길어졌죠.

    현재 진실화해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을 받으신 분이라면 그 결정 통지일이 기산점이 되므로, 결정서를 받아 두고 몇 년째 미뤄 두셨다면 지금이 가장 위험한 시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청구서를 쓸 때 반드시 갈라놓아야 하는 네 가지

    1. 장애 해소일 특정: 위헌 결정일인지, 재심 무죄 확정일인지, 진실규명결정 통지일인지를 하나로 확정해야 합니다. 여기가 어긋나면 나머지 주장이 다 흔들립니다.

    2. 기존 수령금의 성격 분리: 과거 받은 보상금이 사망, 상해에 대한 것인지, 생활지원금인지 항목별로 분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번 청구가 그와 겹치지 않는 정신적 손해라는 점을 서면에서 명확히 구분해야 감액을 막을 수 있습니다.

    3. 청구권자 정리: 돌아가신 분이 겪은 위자료의 상속분과, 유족 본인의 고유 위자료(민법 제752조)는 별개입니다. 따라서 상속인이 여럿이면 지분 계산까지 소장에 반영해 두어야 합니다.

    4. 시효 항변 반박 구조 세우기: 스스로 권리 행사를 막아 놓고 이제 와 시효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 금지(민법 제2조)에 반한다는 점을 사실로 뒷받침해 써야 합니다.

    혼자 소장을 쓰실 때 가장 자주 무너지는 곳이 2번과 4번입니다. 위자료와 물적 손해를 뭉뚱그려 청구하면 '이미 보상받았다'는 반박에 그대로 걸립니다. 또 내용증명으로 배상을 요구해 두고 안심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최고는 그 후 6개월 내에 소를 제기해야 중단 효력이 유지된다는 점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또한 1심에서 시효로 기각되면 판결서를 받은 날부터 14일 안에 항소해야 하고, 이 기간은 되돌릴 방법이 없다는 점도 유의하셔야 합니다.

    상담 오실 때 이 서류들만 챙기시면 됩니다

    과거 보상금 결정통지서와 수령 내역, 진실규명결정서나 재심 판결문, 제적등본과 가족관계증명서, 그리고 예전에 소송이나 진정을 넣으셨다면 그 기록이면 충분합니다. 서류가 흩어져 없더라도 오래된 일이라 당연한 일이니, 기억나는 시기와 경위만 정리해 오셔도 됩니다. 저희는 그 자료로 먼저 기산점부터 확정하고, 남은 기간이 몇 달인지 계산해 드린 뒤 소 제기 여부를 말씀드립니다.

    '이미 끝난 일 아니냐'고 스스로 결론 내리기 전에, 장애 사유가 언제 풀렸는지 한 번만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시효는 지나간 시간이 아니라,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던 시간만 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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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도변호사

    형사 · 교통사고 · 노동/산재 · 기타서울법무법인 아이엘

    사법시험 출신 음주운전/교통사고/형사/노동 전문 이정도 변호사입니다. 용인시청 고문변호사/서울시 공익변호사/국방부 검찰단 사망장병의 유족 및 군범죄피해자 국선변호인 등 다수의 활동경력으로 증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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