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139분 읽기

재심 무죄 형사보상·국가배상 동시 청구, 금액과 기한 정리

재심 무죄가 확정되면 형사보상과 국가배상을 함께 청구할 수 있을까요? 겹치는 금액의 공제 방식, 가족 고유의 위자료, 두 청구의 기한을 정리했습니다.

50년 만에 재심 무죄가 확정되면, 가족은 형사보상과 국가배상이라는 두 단어를 한꺼번에 듣게 됩니다. 그리고 많은 가족이 같은 걱정을 합니다. 하나를 받으면 다른 하나는 막히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죠.

아버지가 50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받으셨습니다. 형사보상금을 받으면 국가배상은 못 받나요?

둘 다 청구할 수 있습니다.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이하 형사보상법) 제6조 제1항은, 보상받을 사람이 다른 법률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을 막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같은 손해를 두 번 받지 않도록, 먼저 받은 돈을 나중 금액에서 뺍니다. 실제로 얼마를 받는지는 갇혀 있던 기간, 수사기관의 불법이 확인됐는지, 그리고 기한을 지켰는지에서 갈립니다.

Q. 3년을 갇혀 지냈다면 형사보상은 얼마일까요

형사보상액은 갇혀 있던 날수에서 출발합니다. 가령 아버지가 1975년에 연행돼 미결구금과 복역을 합쳐 1,095일을 갇혀 지냈고, 재심 법원이 수사 과정의 불법 구금과 강압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해 확정됐다고 해 보겠습니다. 아버지는 지금 살아 계십니다.

형사보상법 제5조 제1항과 같은 법 시행령은 하루 보상액을 최저임금법상 일급 최저임금액 이상, 그 5배 이하로 정합니다.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되면 원판결에 따라 갇혀 있던 기간과 형 집행도 이 계산에 들어갑니다(같은 법 제2조 제2항).

기준 연도는 '보상청구의 원인이 발생한 연도'입니다. 살아 계신 분이 무죄를 확정받았다면 1975년이 아니라, 무죄가 확정된 해의 최저임금이 기준이 됩니다.

그해 일급 최저임금이 8만 원이라고 넣어 보면, 하루 상한은 그 5배인 40만 원입니다. 여기에 1,095일을 곱한 4억 3,800만 원이 보상의 상한이 됩니다. 실제 단가는 이 범위 안에서 법원이 정하는데, 구금 기간, 잃은 수입, 정신적 고통, 수사기관의 고의·과실 같은 사정을 살핍니다(같은 조 제2항).

50년 전에 빼앗긴 하루가, 오늘의 임금으로 다시 계산되는 셈입니다.

Q. 형사보상과 국가배상은 무엇이 다를까요

형사보상은 국가의 잘못을 묻지 않는 보상이고, 국가배상은 국가의 불법을 묻는 손해배상입니다.

형사보상은 무죄가 확정됐고 그 사건으로 갇혀 있었다는 두 사실만 있으면, 수사기관에 고의나 과실이 없었어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잘못의 정도는 액수를 정할 때만 고려됩니다. 청구는 무죄재판을 한 법원에 하며(형사보상법 제7조), 소송이 아니라 결정으로 끝나는 절차입니다.

국가배상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 따라,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나 과실로 법령을 위반해 손해를 입혔다는 점이 증명돼야 합니다. 다툼은 민사소송으로 진행합니다. 대신 인정되면 구금만이 아니라 고문으로 상한 몸, 출소 뒤 막힌 생계, 가족이 따로 겪은 고통까지 손해에 들어옵니다.

그래서 재심 무죄가 곧 국가배상 승소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새로운 증거가 나와 무죄가 났을 뿐 수사 과정의 위법이 드러나지 않은 사건이라면, 형사보상은 받아도 국가배상은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진실화해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이나 재심 판결문이 불법 구금과 가혹행위를 이미 인정했다면, 그 기록이 국가배상의 단단한 근거가 됩니다.

Q. 형사보상금을 먼저 받으면 국가배상은 끝일까요

두 제도가 겹칠 때의 셈법은 형사보상법 제6조에 들어 있습니다. 형사보상을 먼저 받은 사람이 같은 원인으로 손해배상을 받을 때는, 그 보상금을 빼고 배상액을 정합니다(제3항).

순서가 반대라면 제2항이 적용됩니다. 이미 받은 배상금이 보상금과 같거나 많으면 형사보상을 하지 않고, 적으면 그만큼 빼고 보상합니다.

앞의 가정에 숫자를 더 넣어 보겠습니다. 형사보상으로 4억 원을 받았고, 국가배상 판결에서 아버지 본인의 손해가 6억 원으로 인정됐다고 해 보죠. 조문대로라면 4억 원을 뺀 2억 원이 더 지급됩니다. 어느 쪽을 먼저 받든, 본인 몫의 합계는 두 금액 중 큰 쪽에 맞춰지는 구조입니다.

공제는 아버지 본인 몫의 배상에서 일어납니다. 배우자와 자녀가 수감자의 가족으로 살며 겪은 고통은, 형사보상이 다루지 않는 각자의 손해입니다. 따라서 가족 고유의 위자료는 형사보상금 때문에 줄어들지 않습니다. 형사보상에서 멈추면 바로 이 몫을 통째로 놓치게 됩니다.

형사보상이 바닥을 깔고, 국가배상이 그 위를 채웁니다.

Q. 판결문 속 자백 때문에 보상이 줄어들까요

판결문에 자백이 남아 있다는 사실만으로 형사보상이 줄지는 않습니다.

재심을 준비하며 옛 판결문을 끝까지 읽은 가족이라면, 아버지가 범행을 인정했다는 대목에서 한참 멈췄을 겁니다. 형사보상법 제4조 제2호가 수사나 심판을 그르칠 목적으로 거짓 자백한 경우 법원이 보상청구를 전부나 일부 기각할 수 있게 정해 두어서, 더 마음에 걸리는 대목입니다.

법원은 이 조항을 좁게 읽습니다. 고문이나 협박, 잠을 재우지 않는 조사 끝에 나온 자백에는 수사를 속이려는 목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자백은 감액 사유가 아니라고 보는 것이 법원의 판단 흐름입니다. 재심 판결이 그 자백의 임의성, 곧 스스로 원해서 한 진술인지를 부정했다면 그 판단이 그대로 근거가 됩니다.

아버지가 이미 돌아가셔서 가족이 재심을 이끌었다면 청구인은 상속인입니다. 형사보상법 제3조는 이때 상속인이 청구하게 하면서, 사망한 사람의 재심 무죄는 보상 청구에 관해 사망한 때 있었던 것으로 봅니다. 이 경우 하루 단가의 기준 연도를 따로 따져야 합니다.

국가배상에서도 아버지 본인의 청구권은 상속분대로 상속인에게 넘어가고, 가족 고유의 위자료는 저마다 원고가 되어 따로 청구합니다.

Q. 두 청구의 기한은 언제까지일까요

형사보상은 무죄재판이 확정된 사실을 안 날부터 3년, 확정된 때부터 5년 안에 청구해야 합니다(형사보상법 제8조). 둘 중 하나라도 지나면 청구할 수 없습니다. 확정 사실을 늦게 알았어도 확정일부터 5년이 바깥 한계입니다. 청구를 받은 법원은 6개월 이내에 보상결정을 해야 합니다(같은 법 제14조 제3항).

국가배상법 제8조가 민법을 따르도록 하므로, 국가배상에는 민법 제766조 제1항의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시효가 적용됩니다.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세는 장기 시효도 원래 함께 걸렸습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2018년 8월, 진실화해법이 정한 중대한 인권침해·조작의혹사건 등에 이 장기 시효를 적용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했습니다. 그래서 50년이 흘렀다는 사실만으로 청구권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남는 3년을 언제부터 세느냐가 다음 문제입니다. 재심으로 무죄를 받은 사건에서 법원은 대체로 재심 무죄판결이 확정된 때를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로 봅니다. 다만 사건이 위 유형에 들어가는지, 진실규명결정이 언제 나왔는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어서, 이 대목은 아버지 사건의 기록을 놓고 따져야 합니다.

국가 측은 소송에서 흔히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주장부터 내고, 위자료 액수가 과하다고 다툽니다. 그러니 형사보상 결정을 기다렸다가 국가배상을 시작할 이유는 없습니다. 두 절차를 나란히 진행해도 제6조가 겹치는 금액을 정리해 주고, 그사이에도 국가배상의 3년은 계속 흐르기 때문입니다.

Q. 청구부터 명예회복까지 순서는 어떻게 될까요

두 절차는 대개 아래 순서로 진행되는데요, 단계마다 놓치기 쉬운 일이 하나씩 있습니다.

1) 형사보상 청구와 결정: 법원은 검사와 청구인의 의견을 들은 뒤 6개월 안에 결정합니다. 결정문만 받으면 돈이 저절로 들어온다고 여기기 쉽습니다.

2) 보상금 지급 청구: 결정한 법원에 대응하는 검찰청에 지급을 따로 청구해야 합니다. 보상결정이 송달된 뒤 2년 안에 하지 않으면 권리를 잃습니다(형사보상법 제21조).

3) 국가배상 소송: 1심 판결까지 1년 안팎이 걸리는 일이 흔하고, 국가가 항소하면 더 길어집니다. 가족 각자를 원고로 넣지 않으면 그 사람의 위자료는 판단 대상에 오르지 않습니다.

4) 명예회복: 무죄가 확정된 때부터 3년 안에 무죄재판서 게재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기소한 검사가 소속된 지방검찰청에 법무부 인터넷 홈페이지 게재를 신청하는 방식입니다(같은 법 제30조).

정리하면, 형사보상과 국가배상은 둘 다 청구할 수 있고 겹치는 금액만 빠집니다. 가족 고유의 위자료는 국가배상에서만 받을 수 있으니, 두 절차의 기한을 따로 챙겨야 합니다.

무죄가 선고된 날이 아니라 확정된 날이 언제인지 지금 한 번 확인해 두세요. 두 청구의 기한을 따질 때 출발점이 그날이기 때문입니다.

1심이나 항소심에서 선고됐다면 검사가 7일 안에 상소하지 않아야 확정되므로, 선고일과 확정일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 날짜 하나가 손에 있으면, 두 청구의 순서는 그다음에 정해도 됩니다.

02-522-7500

이정도

이정도변호사

형사 · 교통사고 · 노동/산재 · 기타서울법무법인 아이엘

사법시험 출신 음주운전/교통사고/형사/노동 전문 이정도 변호사입니다. 용인시청 고문변호사/서울시 공익변호사/국방부 검찰단 사망장병의 유족 및 군범죄피해자 국선변호인 등 다수의 활동경력으로 증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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