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배상이란 무엇일까요? 단순하게 말하면 '국가가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하는가'의 문제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국가'에는 지방자치단체도 포함됩니다. 이 글에서 '국가'라고 하면 '국가 또는 지자체'를 모두 아우르는 개념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국가가 손해를 책임지는 두 가지 경우
국가배상에는 두 개의 축이 있습니다. 하나는 국가배상법 제2조, 다른 하나는 제5조입니다.
이 두 조항이 국가배상법의 양대 산맥입니다. 이 구조를 먼저 잡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구체적인 논점을 하나씩 붙여나가면 됩니다.
제2조는 공무원이 직무를 수행하다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혔을 때 그 책임을 누가 지느냐의 문제입니다. 공무원이 잘못했는데 왜 국가가 책임을 질까요? 학계에는 여러 견해가 있지만, 판례는 '절충설' 또는 '신절충설'을 따릅니다. 공무원을 국가의 팔과 다리 같은 존재로 보면, 그 공무원의 잘못은 결국 국가의 잘못이라는 논리입니다. 이를 자기책임설에 가깝다고도 합니다.
제5조의 책임은 조금 다릅니다. 도로, 다리, 공원, 수도 같은 공공의 '영조물', 즉 공공시설물에 설치 또는 관리상의 하자가 있을 때 그로 인한 손해를 국가가 책임지는 구조입니다.
정리하면 국가배상법의 구조는 공무원의 행위에 대한 책임(제2조)과 시설물의 하자에 대한 책임(제5조), 두 축으로 나뉩니다.
제2조 책임의 요건들,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국가배상법 제2조에 따른 책임은 아무에게나 인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요건이 제법 까다롭습니다.
이 모든 조건이 갖춰져야 국가배상 책임이 성립합니다. 이것이 과실책임주의입니다. 공무원이 아무리 이상한 행동을 했더라도 '직무 중'이 아니었거나 '과실'이 없었다면 국가가 책임질 이유는 없습니다. 이 점을 꼭 기억해두셔야 합니다.
제5조의 책임, 무과실책임이라는 차이점
이제 다른 축인 제5조의 책임을 보겠습니다. 공공 영조물의 설치 또는 관리상의 하자로 손해가 발생했을 때 국가가 배상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중요한 점은 제5조가 고의나 과실 여부를 묻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다리가 무너져 피해가 발생했다면, 국가가 관리상 주의의무를 다했더라도 '다리 자체에 하자가 있었다면'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를 무과실책임이라고 부릅니다.
다만 예외가 있습니다. 천재지변 수준의 불가항력입니다. 1998년 서울 공릉동 수해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기록적인 폭우로 제방이 무너진 사건인데, 6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강우량이었기에 면책이 인정됐습니다.
이처럼 제5조 책임은 원칙적으로 무과실책임이지만, 정말 극단적인 경우에는 면책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모든 도로가 다 국가책임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고속도로가 대표적인 예외입니다. 고속도로는 한국도로공사 같은 공기업이 관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때 그 손해는 국가가 아니라 도로공사가 지는 민사책임으로 봐야 합니다. 국가배상법이 아니라 민법상의 손해배상책임이 적용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과실 유무가 다시 중요해집니다. 무과실책임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도로공사가 주의의무를 다했다는 점을 입증하면 책임을 면할 수 있습니다.
국가배상법은 단순히 "공무원이 잘못했으니 나라에서 물어내라"는 법이 아닙니다.
공무원의 행위냐, 시설물의 하자냐에 따라 적용 법조가 다르고, 과실 여부가 책임 성립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며, 관리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법 적용 자체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이것이 국가배상법이 어려운 이유이고, 실무에서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핵심 요약
다음 글에서 더 깊은 내용을 다루겠습니다.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 문의를 통해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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