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할 때 시부모님이 전세자금으로 3천만 원을 보태주셨는데, 이혼하는 지금 이 돈까지 재산분할 대상에 들어가는지 궁금하실 겁니다. 답은 그 돈이 증여였는지 대여였는지에 따라 갈립니다. 증여라면 원칙적으로 받은 배우자의 특유재산이 되어 분할 대상에서 빠지고, 대여라면 갚아야 할 빚이므로 부부 공동재산 총액에서 오히려 빼야 합니다.
'부모님이 주신 돈은 당연히 빼야 하는 거 아닌가요'
많은 분이 부모가 자녀에게 준 돈은 그 자녀만의 재산이라 당연히 분할에서 제외된다고 생각합니다. 민법 제830조 제1항은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특유재산으로 규정하고, 특유재산은 원칙적으로 재산분할 대상이 아닙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 원칙을 기계적으로 적용하지 않습니다. 그 돈으로 마련한 집을 부부가 함께 살면서 대출을 갚고 유지·관리해온 기간이 길면, 상대 배우자의 기여를 인정해 분할 대상에 포함시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혼인 기간이 짧고 그 돈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와, 혼인 기간이 십수 년이고 다른 자산과 뒤섞여 함께 불어난 경우는 결론이 다르게 나옵니다.
이 지점에서 오해가 시작됩니다.
'증여냐 대여냐, 뭘 보고 가르나요'
판단은 돈을 줄 당시의 정황과 그 후의 처리 방식을 함께 봅니다. 차용증이 있고 이자나 원금 상환 내역이 실제로 오간 흔적이 있다면 대여로 볼 여지가 큽니다. 반대로 아무 문서 없이 결혼 축하 명목으로 계좌에 들어온 돈, 상환 요구가 한 번도 없었던 돈은 증여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핵심은 서류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실제로 갚을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지입니다. 차용증만 뒤늦게 써서 제출해도, 이혼 얘기가 나온 뒤에 급하게 작성된 것이라면 법원은 그 시점과 정황을 함께 살펴 신빙성을 낮게 봅니다.
'차용증이 없어도 대여로 인정될 수 있을까'
차용증이 없어도 정기적으로 일정 금액이 부모 계좌로 돌아간 이체 내역, 명절마다 이자에 상응하는 돈을 보낸 기록이 있다면 대여로 인정될 가능성이 남습니다. 지금 계좌 앱을 열어 몇 년 전 이체 내역을 거슬러 올라가 보고 계신 분도 있을 겁니다. 반대로 형식적인 차용증만 있고 실제 상환 흔적이 전혀 없다면, 법원은 그 문서를 증여를 가리기 위한 사후 정리로 보기도 합니다. 결국 종이 한 장보다 계좌 기록이 더 힘 있는 증거가 되는 셈입니다.
'이혼 얘기가 나온 뒤에 부모님이 갑자기 대여였다고 하시는 경우'
이혼을 앞두고 부모가 뒤늦게 그 돈을 빌려준 것이라며 자녀 배우자에게 상환을 요구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이때 상대 배우자 쪽은 대여 주장의 시점, 그동안 상환 요구가 없었던 이유, 차용증 작성 일자를 집중적으로 따집니다. 시점이 이혼 협의 시작 이후이고 그 전 수년간 아무 요구가 없었다면, 법원은 뒤늦게 만들어진 채무 주장으로 보고 증여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증여인지 대여인지는 돈을 준 시점의 정황으로 정해지고, 이혼이 임박해서 만든 서류는 그 정황을 뒤집기 어렵습니다.
'이미 생활비로 다 써버렸는데도 문제가 되나요'
받은 돈이 특유재산이더라도 그 돈이 형태를 바꿔 부부 공동생활에 흡수됐다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시댁에서 받은 5천만 원으로 전세보증금을 냈다가, 몇 년 뒤 그 집을 팔아 다른 부부 공동명의 아파트를 살 때 보탰다면, 그 돈은 이미 공동재산과 섞여 원래 출처를 구분하기 어려워집니다. 이런 경우 법원은 전체 재산 형성 과정에서 그 자금이 기여한 비율을 참작해 분할 비율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완전히 빼거나 완전히 포함하는 양자택일이 아니라, 기여도만큼 반영하는 셈입니다.
'지금 당장 부모님께 확인해야 하나요'
이혼 소송이나 조정이 시작되기 전이라면, 지금 서둘러 차용증을 새로 만들거나 계좌 내역을 손대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있는 그대로의 이체 기록과 통화, 문자만 그대로 보존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재산분할청구권은 민법 제839조의2 제3항에 따라 이혼한 날부터 2년 안에 행사해야 하므로, 서두르지 않아도 될 만큼의 시간은 있습니다.
지금 이 문제로 머리가 복잡하시다면, 계좌 이체 내역을 날짜순으로 정리해 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 그 기록 하나가 증여인지 대여인지를 가르는 첫 단서가 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