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방을 쓴 지 3년이 넘었다면, 나눌 재산을 어느 시점 기준으로 잡느냐에 따라 결과가 수천만 원 단위로 달라집니다. 원칙은 정해져 있습니다. 재판상 이혼에서는 사실심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재산과 그 가액을 확정합니다. 다만 그보다 앞서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파탄났다고 인정된다면, 파탄 이후 한쪽이 혼자 형성한 재산은 분할 대상에서 빠지게 되죠. 그 갈림길은 각방을 쓴 기간이 아니라, 그 기간 동안 경제적 협력관계가 완전히 끊겼는지입니다.
같은 3년 각방인데 결론이 정반대로 갈렸습니다
실제로 수행했던 두 사건을 예로 들겠습니다.
첫 번째. 50대 부부였습니다. 2021년 봄부터 남편이 서재로 잠자리를 옮겼고, 대화는 자녀 문제 외에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남편은 그 3년 내내 아내 계좌로 매달 생활비를 넣었고, 아파트 관리비와 보험료는 남편 계좌에서 자동이체됐습니다. 명절에는 함께 시댁에 갔습니다. 남편은 "이미 3년 전에 끝난 결혼"이라며 그사이 늘어난 퇴직연금과 주식 계좌를 빼달라고 했습니다.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변론종결일 기준으로 전부 분할 대상에 들어갔습니다.
두 번째. 이 부부도 3년 각방이었습니다. 다만 별거 시작 무렵부터 생활비 송금이 끊겼습니다. 아내는 파트타임 소득으로 따로 생활했고, 남편은 자기 명의 계좌만 썼습니다. 냉장고를 칸으로 나눠 쓴 사진도 남아 있었습니다. 남편이 별거 2년째에 대출을 받아 취득한 소형 상가는 분할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법원이 실제로 들여다보는 건 통장입니다
두 사건을 가른 것은 돈이 어떻게 흘렀느냐였습니다.
민법 제839조의2 제1항은 재산분할을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을 나누는 제도로 규정합니다. 협력이 끊긴 뒤 한쪽이 혼자 만든 재산이라면, 나눌 근거 자체가 사라진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법원은 "언제부터 마음이 떠났나"보다 "언제부터 경제 공동체가 아니었나"를 봅니다.
실무에서 파탄 시점을 판단할 때 무게 있게 다뤄지는 사정들입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계속 유지"로 나온다면, 각방이 5년이어도 파탄 주장은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한집에 살면서 각방이면 문턱이 더 높습니다
집을 나가 따로 사는 별거와 한 지붕 아래에서 지내는 각방은 무게가 다릅니다. 후자는 주거비와 생활 인프라를 여전히 함께 쓰고 있어, 경제적 단절을 인정받기가 훨씬 어렵습니다.
앞서 두 번째 사건에서 파탄이 인정된 이유도 각방이라는 형식이 아니라, 생활비 단절과 각자 계좌 운영이라는 실질이 3년간 한결같이 유지됐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중간에 몇 달이라도 생활비를 다시 보냈거나 함께 가족 여행을 다녀온 사정이 드러나면, 그 지점부터 단절 주장은 힘을 잃습니다. 파탄 시점 주장은 '끊겼다'가 아니라 '끊긴 뒤 한 번도 회복되지 않았다'까지 증명해야 합니다.
미루는 동안 시간은 한쪽 편만 듭니다
기한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민법 제839조의2 제3항에 따라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한 날부터 2년이 지나면 소멸합니다. 협의이혼만 먼저 해두고 재산 문제를 미뤘다가 이 기간을 넘긴 뒤 찾아오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이혼 사유로 삼으려면 민법 제841조에 따라 안 날부터 6개월, 있은 날부터 2년 안에 소를 제기해야 합니다. 판결에 불복하려면 송달받은 날부터 14일 안에 항소해야 합니다.
시간을 끄는 사이 상대방이 부동산을 처분하거나 명의를 옮기는 일도 드물지 않습니다. 그래서 소를 제기하기 전 가압류·가처분을 함께 검토합니다.
혼자 준비하다 막히는 지점은 늘 같습니다
본인 명의 자료까지는 모을 수 있지만, 배우자 명의 계좌와 퇴직금, 보험 해약환급금은 개인이 조회할 방법이 없습니다. 대개 여기서 막힙니다.
가사소송법상 재산명시·재산조회 제도와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은 소송이 계속된 뒤에야 활용할 수 있는 절차입니다. 파탄 시점을 유리하게 주장하려다가 오히려 상대방의 재산 형성에 기여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부정하는 결과가 되기도 합니다. 각방 기간이 길수록 이 판단은 더 신중해야 합니다.
상담 오실 때는 혼인관계증명서, 부동산 등기사항증명서, 본인 명의 계좌의 최근 3년 거래내역, 그리고 각방 시작 시점을 짐작할 수 있는 자료를 챙겨주시면 됩니다. 이사 견적서, 관리비 명의 변경 내역, 생활비 송금이 끊긴 달의 통장 화면 캡처 같은 자료입니다. 첫 상담에서는 파탄 시점을 앞으로 당기는 게 유리한지, 뒤로 미루는 게 유리한지부터 계산해 드립니다. 방향이 정해져야 이후 자료 수집도 헛돌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