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면서 정한 양육비를 몇 달째 받지 못하고 있다면, 지금 궁금한 건 하나입니다. 상대방이 어디에 얼마를 숨겨 두었는지 내가 알아낼 방법이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개인이 직접 은행이나 등기소에 조회를 넣을 수는 없지만, 가사소송법 제48조의2에 따른 재산명시와 제48조의3에 따른 재산조회를 통해 법원이 대신 확인해 줍니다. 다만 이 절차가 실제로 돈으로 이어지느냐는 미지급 기간이 아니라 다른 데서 갈립니다.
전 배우자 재산, 법원을 통하면 볼 수 있습니다
재산명시는 상대방에게 자기 재산 목록을 법원에 제출하라고 명하는 절차입니다. 양육비를 정한 심판이나 조정조서가 있는데도 지급하지 않을 때, 법원이 상대방을 불러 재산 목록을 내라고 요구합니다. 상대방이 목록을 내지 않거나 거짓으로 적으면 재산조회로 넘어가는데, 이때는 법원이 은행·보험사·국민연금공단·자동차등록사업소 등에 직접 조회 요청서를 보냅니다. 개인 명의로 은행에 물어보는 것과는 절차의 성격 자체가 다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야 할 게 있습니다. 재산명시·재산조회는 아무 때나 되는 게 아니라 양육비 지급을 명하는 심판이나 조정·화해가 이미 확정된 상태에서만 신청할 수 있습니다. 협의이혼 때 양육비 액수만 구두로 정하고 서면화하지 않았다면, 먼저 양육비 심판을 청구해 금액을 확정하는 절차가 앞서야 합니다.
결과를 가르는 건 미지급 자체가 아니라 은닉 정황입니다
재산조회를 신청해도 상대방 명의 재산이 처음부터 없다면 나올 게 없습니다. 이 지점이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경계선입니다. 월급이 통장으로 들어오고 그 통장이 압류 가능한 상태라면 재산명시까지 갈 필요 없이 가사소송법 제63조의2에 따른 양육비 직접지급명령이나 급여 압류가 더 빠릅니다. 재산조회는 상대방이 소득을 숨기거나 부동산·차량을 배우자·부모 명의로 옮겨 놓아 통상적인 압류로는 잡히지 않을 때 의미가 있습니다.
전 배우자가 이혼 직후 자영업을 시작했다거나, 부모님 앞으로 갑자기 등기가 넘어갔다거나, 급여명세서상 소득이 실제 생활 수준과 맞지 않는다면 은닉을 의심할 만한 정황입니다. 반대로 상대방이 정말 실직 상태이고 재산도 없다면, 재산조회는 서류만 늘릴 뿐 회수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상대방은 대개 이렇게 움직입니다
이행명령 심문기일이 잡히면 상대방은 대체로 세 갈래로 반응합니다. 일부는 그제야 밀린 금액을 나눠서라도 갚기 시작하고, 일부는 소득이 없다며 버티고, 일부는 아예 연락을 끊고 주소를 옮깁니다. 감치까지 간 사례를 보면, 재산명시 단계에서 목록을 부실하게 냈다가 재산조회에서 실제 소유 부동산이나 예금이 드러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재산조회로 뭔가 나오면 바로 압류가 되는 걸까요. 아닙니다. 조회 결과는 압류나 강제집행을 신청할 때 필요한 재산 정보를 확보하는 것이고, 실제로 돈을 받아내려면 그 재산에 대해 별도로 압류·추심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재산이 정말 없는 경우와는 결론이 다릅니다
전 배우자가 최근 실직해서 당장 소득도 재산도 없는 상태라면, 지금 재산명시·재산조회를 서두르기보다 새 직장이나 소득이 생기는 시점을 확인한 뒤 그때 압류하는 편이 실익이 있습니다. 재산이 없는 상태에서 감치까지 받아도 실제로 지급되는 돈은 없고, 절차만 반복하게 됩니다. 이 판단은 상대방의 최근 생활 반경, 새 거주지, SNS에 드러나는 소비 수준 같은 간접 정황으로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습니다.
감치 이후에도 남는 절차가 있습니다
2021년 7월부터 시행된 양육비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감치명령이 확정됐는데도 양육비를 계속 지급하지 않으면 형사처벌 대상이 됩니다. 이와 별도로 양육비이행관리원을 통해 상습 미지급자의 명단을 공개하거나, 운전면허 정지·출국금지를 요청하는 제도도 함께 운영되고 있습니다. 재산명시·재산조회로 재산을 찾는 일과 이런 행정적 압박 수단은 서로 다른 절차이지만 순차적으로 함께 진행할 수 있습니다.
밀린 양육비 내역을 정리해 두는 일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준비입니다. 어느 달에 얼마가 들어오지 않았는지 통장 내역만 확인해 두어도, 이후 이행명령을 신청할 때 그대로 근거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