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구에서 현직 경찰관이 음주사고를 낸 뒤 배우자를 실제 운전자로 내세우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경찰관은 술을 마신 상태로 차량을 운전하다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고 현장을 벗어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후 배우자가 경찰에 출석해 자신이 운전했다고 진술했지만, 경찰은 CCTV와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실제 운전자가 따로 있을 가능성을 수사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동료 경찰관들이 수사정보를 전달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져 관련 부서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됐습니다.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므로 운전자 바꿔치기와 수사정보 유출 여부가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음주운전자가 배우자에게 대신 출석해 달라고 부탁한 경우 두 사람에게 각각 어떤 형사책임이 발생하는지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 운전자는 음주운전 처벌만 받는 것인지, 배우자에게 허위진술을 부탁한 행위로 범인도피교사죄까지 적용될 수 있는지도 문제 됩니다. 반대로 경찰에 대신 출석해 자신이 운전했다고 진술한 배우자는 범인도피죄로 처벌되는지, 가족이라는 이유로 처벌을 피할 수 있는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오늘은 최근 대구에서 불거진 운전자 바꿔치기 의혹을 바탕으로, 대신 출석한 배우자와 실제 음주운전자에게 각각 어떤 혐의가 적용될 수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가족이 대신 운전했다고 허위진술하면 처벌될까요?
배우자가 실제 운전자가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이 운전했다고 허위로 자백하여 수사기관이 진범을 찾기 어렵게 만들었다면, 원칙적으로 범인도피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형법 제151조 제1항은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사람을 은닉하거나 도피하게 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합니다. 여기서 '도피하게 한다'는 것은 범인을 다른 장소에 숨겨주는 행위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허위 자백이나 거짓 자료 제출을 통해 실제 운전자를 수사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행위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경찰에 출석해 운전 경위와 사고 과정을 구체적으로 허위 진술하거나, 자신이 운전한 것처럼 사고접수서나 보험서류를 작성했다면 단순히 가족에게 유리한 말을 해준 정도로 보기 어렵습니다.
다만 배우자는 형법상 친족이므로 뒤에서 설명할 '친족 간 특례'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범인도피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와 실제로 처벌할 수 있는지는 구분해 판단해야 합니다.
배우자가 허위진술해도 가족이면 처벌되지 않나요?
형법 제151조 제2항(범인은닉과 친족간의 특례)은 친족이나 동거 가족이 본인을 위해 범인을 은닉하거나 도피하게 한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법률상 배우자가 음주운전을 한 남편이나 아내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이 운전했다고 허위로 진술했다면 원칙적으로 이 특례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배우자라는 이유로 운전자 바꿔치기 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행위가 면책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 명의의 서류를 작성하거나 경찰·보험회사에 제출했다면 문서위조 및 행사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사고 운전자를 허위로 신고해 보험금이나 합의금을 지급받았다면 보험사기 혐의도 검토될 수 있습니다. 차량 블랙박스를 없애거나 다른 사람에게 거짓 진술을 시켰다면 증거인멸이나 범인도피교사 등 별도의 문제가 추가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친족 특례는 범인도피죄에 관해 처벌하지 않는다는 규정이지, 그 과정에서 저지른 다른 범죄까지 모두 없애주는 규정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한 사실혼 배우자는 법률상 배우자와 다릅니다. 대법원은 사실혼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범인도피죄의 친족 특례를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므로, 혼인신고 여부도 처벌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실제 운전자는 어떤 처벌을 받게 되나요?
음주운전을 한 사람이 스스로 현장을 벗어나거나 수사기관에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는 행위가 모두 별도의 범인도피죄로 처벌되는 것은 아닙니다. 피의자에게도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받지 않을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 대신 운전했다고 말해 달라고 부탁해 허위로 자백하게 만드는 것은 단순한 혐의 부인을 넘어선 행위입니다.
대법원은 범인이 다른 사람을 대신 경찰에 출석시켜 허위 자백하게 하는 행위를 방어권의 남용으로 보고 범인도피교사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해 왔습니다. 대신 자백한 사람이 친족이라 범인도피죄로 처벌받지 않더라도, 실제 운전자의 범인도피교사죄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대법원 2007.3.15.선고 2006도9450판결)
음주측정을 받지 않았다고 해서 음주운전 혐의가 당연히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술을 마신 시간과 양, 결제내역, CCTV, 목격자 진술, 사고 후 측정된 수치 등을 이용해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산하거나 다른 정황증거로 음주운전을 입증할 수 있습니다.
이미 배우자가 허위진술했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운전자 바꿔치기가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면 서로 말을 맞추거나 휴대전화 메시지와 블랙박스를 삭제해서는 안 됩니다. 처음의 음주운전보다 수사를 피하기 위해 벌인 추가 행동이 구속 여부나 최종 형량에 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먼저 사고 시각 전후의 사실관계를 시간순으로 정리해야 합니다. 누가 차량을 운전했는지, 언제 술을 마셨는지, 사고 후 누구와 통화했는지, 배우자가 어떤 경위로 경찰에 출석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통화내역과 문자, 카드 결제내역, 차량 운행기록, 블랙박스 등은 임의로 삭제하지 않고 그대로 보존해야 합니다.
이미 허위진술을 했다면 조사마다 조금씩 말을 바꾸기보다, 어떤 진술이 사실과 다르고 왜 그런 진술을 하게 됐는지를 정리해 바로잡는 편이 낫습니다. 배우자가 먼저 제안했는지 실제 운전자가 부탁하거나 강요했는지, 허위 보험접수나 서류 작성까지 있었는지에 따라 두 사람의 혐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배우자가 대신 출석했다고 해서 반드시 같은 범죄로 처벌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친족 특례만 믿고 운전자 바꿔치기를 계속 유지하면 새로운 혐의와 증거인멸 우려까지 더해질 수 있습니다. 수사가 시작됐다면 허위진술의 범위와 추가 행위를 먼저 확인하고, 남아 있는 객관적 자료를 기준으로 대응 방향을 정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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