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을 결심하고 소송을 준비하는 분들 중 상당수가 이런 질문을 하십니다. "소장에 제 주소를 꼭 써야 하나요? 상대방이 알게 되면 찾아올 것 같아서 무섭습니다." 특히 가정폭력이나 협박을 겪고 별거 중인 분들에게는 단순한 걱정이 아니라 생존과 직결된 문제일 수 있습니다.
바로 어제 9월 14일, 대법원이 이 문제와 관련해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민사·가사소송에서 당사자의 주소 등 개인정보가 상대방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보호조치 신청 절차를 적극적으로 안내하고, 접근성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오늘은 이 제도가 무엇인지, 이혼소송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쉽게 설명드리겠습니다.
원칙은 주소 공개, 예외는 보호조치
소송에서는 원칙적으로 당사자의 주소를 소장에 기재하고, 그 소장을 상대방에게 송달합니다. 누가 소송을 제기했는지 특정하고, 어느 법원이 관할하는지 정하려면 주소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혼소송을 제기하는 순간 상대방이 내 주소를 알게 되는 구조였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3년 7월 민사소송법이 개정되었고, 2025년 7월 12일부터 민사·가사소송에서 개인정보 보호조치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근거 조문은 민사소송법 제163조 제2항, 민사소송규칙 제38조 제3항, 가사소송법 제12조입니다.
핵심 내용은 이렇습니다. 소송관계인의 생명 또는 신체에 위해가 가해질 우려가 있다는 점을 소명하면, 법원은 그 사람의 신청에 따라 결정으로 소송기록의 열람·복사·송달에 앞서 주소,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같은 개인정보가 상대방을 포함한 제3자에게 공개되지 않도록 보호조치를 할 수 있습니다.
즉, 이혼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요건을 갖춰 신청하면 상대방에게 내 주소가 전달되지 않게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혼소송에서 특히 중요한 이유
이혼사건은 다른 민사사건과 다릅니다. 상대방이 낯선 사람이 아니라, 나와 가장 가까웠던 사람입니다. 그래서 감정이 격해지기 쉽고, 별거 후 주거지를 옮긴 분들에게 주소 노출은 곧 안전 문제로 이어집니다.
실제로 상담을 해보면 폭행이나 협박 때문에 집을 나온 뒤에도 소송 과정에서 주소가 알려질까 봐 소 제기 자체를 망설이는 분들이 많습니다. 권리를 지키려고 시작한 재판이 오히려 위험을 불러오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대법원도 보도자료에서 바로 이 점을 지적하며, 당사자의 개인정보 보호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법원이 예고한 변화
이번 보도자료에서 법원은 보호조치 제도를 더 널리 알리기 위해 아래와 같은 방안을 조속히 검토·시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도 대한민국 법원 전자소송포털 메인화면과 공지사항에 보호조치의 주요 내용이 안내되어 있습니다. 앞으로는 제도를 몰라서 신청하지 못하는 일이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실무에서 놓치기 쉬운 부분
소장은 가렸는데 첨부서류에서 새어 나가는 경우가 꽤 됩니다. 가장 흔한 사고가 이쪽인데, 당사자 표시는 신경 써서 처리했는데 정작 함께 낸 서류에 현주소가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입니다. 한 번 송달되면 회수할 방법이 없습니다.
제출 전에 서류마다 주소란을 하나씩 가려야 합니다. 이 작업을 건너뛰면 보호조치 결정을 받아둔 의미가 사라집니다.
이 제도를 활용할 때 꼭 기억하셔야 할 점
먼저 보호조치는 자동으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당사자가 신청해야 하고, 법원이 결정으로 인용해야 효력이 생깁니다. 아무 조치 없이 소장을 제출하면 주소가 그대로 상대방에게 송달됩니다.
다음으로 소명이 필요합니다. 막연히 불안하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가 가해질 우려가 있다는 점을 보여줄 자료가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폭행 진단서, 경찰 신고 이력, 접근금지 가처분 결정, 협박 메시지 등이 소명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시점이 중요합니다. 소장이 상대방에게 송달된 뒤에는 이미 주소가 노출된 상태이므로, 소 제기 단계부터 보호조치를 함께 준비하셔야 합니다. 법무법인 그날에서는 이런 사정이 있는 의뢰인의 경우 소장 작성 단계에서 보호조치 신청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