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피해 학생이나 학부모는 강한 분노를 느끼게 됩니다.
특히 가해 학생이 반성하지 않거나 학교 측 대응이 미흡하다고 느껴지면, 가해 학생의 얼굴 사진이나 SNS 계정을 공개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맘카페, 학부모 단톡방, 지역 커뮤니티, 인스타그램 등에 가해 학생의 사진이나 신상정보가 게시되면서 또 다른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학교폭력 가해 학생의 얼굴 공개는 어디까지 허용될까요? 피해 사실이 명백하다면 신상을 공개해도 문제가 없는 것일까요?
오늘은 학교폭력 피해자 측이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모자이크 처리를 하고 인스타 저격글을 올리면 괜찮을까요?
많은 분들이 가해자의 얼굴을 완전히 가리거나 눈만 가린 채, 혹은 실명을 쓰지 않고 "ㅇㅇ중학교 3학년 김ㅇㅇ"처럼 글을 올리면 법망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다. 이른바 '특정성'만 피하면 괜찮다는 검색 결과들을 믿으시는 겁니다.
하지만 실무에서 마주하는 현실은 전혀 다릅니다. 법원이 명예훼손죄에서 말하는 '특정'을 판단할 때는 그 글을 본 불특정 대중이 아니라 '가해자의 주변 사람들'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했더라도 그 아이가 평소 입던 옷, 자주 가는 학원 위치, 주변 친구들만 알 수 있는 사소한 에피소드가 함께 적혀 있다면, 가해자의 동급생들은 곧바로 "어, 이거 김ㅇㅇ이네" 하고 알아차립니다.
이렇게 주변 사람들이 누구인지 유추할 수 있는 상태라면 법적으로 이미 '특정되었다'고 봅니다. 오히려 어설픈 모자이크나 초성 표기는 처벌을 피하려고 치밀하게 꾀를 부렸다는 인상을 주어 죄질이 나쁘다고 평가받고, 재판에서 벌금 수위를 높이는 악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비공개 단톡방에만 올렸는데도 문제가 될 수 있을까요?
단톡방은 특정 목적으로 한정된 멤버만 참여하는 비공개 공간입니다. 그러다 보니 비공개 단톡방에 사진을 올리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명예훼손은 반드시 공개 게시판에 올려야 성립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 사람이 볼 수 있는 단체 채팅방 역시 전파 가능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특히 아이들의 단톡방은 어른들의 생각보다 보안이 훨씬 취약합니다. 친했던 친구와 사소한 오해로 사이가 틀어지면, 과거 단톡방에서 가해자 얼굴을 험담하며 공유했던 대화 캡처본이 그대로 가해자 측에 증거로 넘어가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가해자의 얼굴이나 신상이 온라인에 노출되는 순간, 가해자 부모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대형 로펌을 선임해 명예훼손 형사 고소와 함께 수천만 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아이가 신상 공개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며 진단서를 첨부하고, 학업을 중단하게 되었으니 장래 수입까지 배상하라는 식입니다.
결국 학폭위에서 가해자에게 강한 처분을 내리기도 전에, 가해자 측으로부터 "우리에 대한 고소와 글을 취하해 주면, 우리도 당신네 아이 신상 공개한 것에 대한 소송을 취하해 주겠다"는 강요 섞인 합의 제안을 받게 됩니다. 피해를 보상받아야 할 피해자가 가해자의 잘못을 덮어주는 조건으로 자신의 형사 처벌을 면하는 기이한 역전 현상이 실무에서는 심심치 않게 일어납니다.
CCTV나 폭행 영상을 올리면 증거 공개로 인정될까요?
학교폭력 사건에서는 CCTV 영상이나 휴대전화 촬영 영상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자 측에서는 증거를 공개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법적 평가는 다를 수 있습니다.
수사기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법원 등에 제출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 행사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SNS나 커뮤니티에 게시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특히 영상 속 학생들의 얼굴이 그대로 노출되거나 이름이 언급되면 문제가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가해 사실 자체보다 영상 공개 행위 때문에 추가 고소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학교폭력 대응 과정에서 확보한 증거는 수사기관이나 학교 절차에 제출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여론을 만들기 위한 공개와는 구별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해 학생 신상을 공개하지 않고 경고할 방법은 없을까요?
실제로 피해자 부모님들이 가장 궁금해하시는 부분입니다. 가해 학생을 공개적으로 망신 주고 싶은 것이 아니라 다른 피해자를 막고 싶다는 이유를 말씀하시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법적으로 가장 안전한 방법은 개인이 신상을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공식 절차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학교폭력 신고,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절차, 형사 고소,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등이 대표적입니다. 학교 측에 분리조치나 접근 제한 조치를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 SNS 공개, 맘카페 게시글 작성, 공개 사과 영상 촬영, 신상 박제 등은 자칫 피해자 측이 새로운 분쟁의 당사자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가해 학생의 신상을 공개하거나 공개 사과를 강요한 행위가 오히려 아동학대나 명예훼손 문제로 이어진 사례도 적지 않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가해 학생에게 책임을 묻는 것과 별개로, 피해자 측 역시 법적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대응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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