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에서 상대가 먼저 손을 댔고, 떼어 내려고 밀쳤을 뿐인데 두 사람 모두 피의자가 됐습니다. 이런 사건에서 정당방위는 누가 먼저 때렸느냐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내 행동이 공격을 끊고 벗어나려는 것이었는지, 맞받아 싸운 것이었는지가 결론을 가릅니다. 밀쳐 낸 뒤 바로 물러났다면 처벌받지 않을 여지가 충분합니다.
술자리에서 상대가 먼저 때려서 밀쳐 냈을 뿐인데, 쌍방폭행으로 입건됐습니다. 정당방위가 될까요?
같은 밀침이 두 사건에서 다르게 읽힙니다
시작이 같아도 밀친 다음의 행동이 다르면 결론이 달라집니다. 술집 앞에서 상대가 먼저 뺨을 때리고 멱살을 잡은 장면을 두 갈래로 가정해 보겠습니다. 두 갈래 모두 처음 손을 쓴 사람은 상대입니다.
첫 번째 갈래에서는 두 손으로 상대의 가슴을 밀어 멱살을 풀었습니다. 상대는 뒤로 넘어지며 팔꿈치가 까졌고, 나는 더 손대지 않고 그 길로 자리를 떴습니다. 이 경우 수사기관이 처벌하지 않는 쪽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큽니다.
두 번째 갈래도 밀쳐 낸 데까지는 같습니다. 다만 넘어진 상대에게 다가가 발로 두 번 걷어찼습니다. 앞의 밀침을 방어로 보더라도 발길질은 별개의 폭행이 되고, 상대가 진단서를 내면 상해 사건으로 번집니다.
두 사건의 차이는 몇 초였습니다.
정당방위는 누가 먼저 때렸는지보다, 밀쳐 낸 뒤 물러났는지 다가갔는지로 갈립니다.
갈린 곳은 상대의 공격이 끝났는지였습니다
먼저 맞은 쪽의 반격이 처벌을 피하는 근거는 형법 제21조 제1항입니다. 이 조항은 현재의 부당한 침해, 곧 지금 진행 중인 부당한 공격으로부터 자기를 지키려는 행위를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벌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이 문장을 세 가지로 나누어 따집니다.
두 번째 갈래가 무너진 곳은 첫 기준입니다. 상대가 넘어진 순간 공격은 멈췄고, 그 뒤의 발길질은 진행 중인 공격에 대한 대응이 아니게 됩니다. 이때는 방위할 상황 자체가 없었다고 보아, 뒤에서 설명할 과잉방위 감경도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상대가 먼저 손을 댄 장면을 몇 번이고 되짚고 계실 텐데요. 수사기관이 더 오래 들여다보는 장면은 그다음 몇 초입니다. 밀친 뒤 물러났는지 다가갔는지가 CCTV에서 가장 먼저 확인됩니다.
주먹을 주고받았다면 싸움으로 묶입니다
먼저 맞았더라도 맞받아 주먹을 주고받았다면 정당방위는 거의 인정되지 않습니다. 법원은 서로 공격할 의사로 싸운 경우 한쪽의 행위가 방어이면서 동시에 공격이라고 보고, 어느 한쪽만 떼어 내 방어로 평가하지 않습니다. 누가 먼저 쳤는지는 이때 형을 정하는 사정으로만 남습니다.
먼저 맞은 사람에게 가장 억울한 대목이 바로 여기죠.
겉으로는 엉켜 싸운 것처럼 보여도 결론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일방적으로 공격당하면서 붙잡힌 팔을 뿌리치거나 상대를 밀어낸 정도라면, 법원은 이를 공격을 피하는 데 그친 소극적 방어로 보아 처벌하지 않는 흐름입니다. 근거로는 정당방위와 함께, 사회 통념상 허용되는 행위를 벌하지 않는 형법 제20조가 쓰이기도 합니다.
싸움으로 시작했어도 예외가 하나 더 있습니다. 맨손으로 다투던 상대가 갑자기 깨진 병이나 흉기를 들었다면, 그 싸움에서 예상할 수 있는 정도를 넘는 공격이 됩니다. 이에 맞선 행위는 다시 정당방위로 따져 볼 수 있습니다.
지나친 반격은 죄로 남되 형이 가벼워질 수 있습니다
방어하려던 것은 맞지만 정도가 지나쳤다면 과잉방위가 됩니다. 형법 제21조 제2항은 이 경우 정황에 따라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처벌하지 않는 정당방위와 달리, 범죄는 성립하고 형의 무게만 달라지는 구조입니다.
같은 조 제3항은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야간이나 그 밖의 불안한 상태에서 공포를 느끼거나 경악하거나 흥분하거나 당황해서 지나친 방어를 했다면 벌하지 않습니다. 다만 밤 술자리였다는 사정만으로 적용되지는 않고, 법원은 실제로 그런 상태였는지를 따로 따집니다.
지나쳤는지는 맞은 정도와 반격의 수단, 횟수를 나란히 놓고 봅니다. 뺨 한 대에 맞서 손에 든 술병을 휘둘렀다면 정도를 넘었다는 평가를 받기 쉽습니다. 반대로 체격 차이가 크거나 상대가 여럿이었다면 같은 밀침도 더 넓게 허용될 수 있습니다.
형의 면제도 범죄가 성립했다는 판단 위에서 나옵니다. 그래서 정당방위로 다툴 수 있는 사안이라면 그 주장을 먼저 세우고, 과잉방위는 그다음 자리에 둡니다.
정당방위는 처벌하지 않는 것이고, 과잉방위는 죄가 성립한 위에서 형을 줄이거나 면제하는 것입니다.
이 기준들은 상대가 일방적으로 먼저 손을 댄 경우를 전제로 합니다. 내가 먼저 욕설로 시비를 걸어 상대의 주먹을 끌어냈다면 정당방위를 주장하기가 훨씬 어려워지고, 상대가 크게 다쳤다면 지나쳤는지에 대한 판단도 엄격해집니다.
경찰은 일단 둘 다 입건하고 뒤에서 가립니다
현장에서 두 사람이 모두 입건됐다고 정당방위가 부정된 것은 아닙니다. 양쪽이 서로 처벌을 원하거나 둘 다 다친 흔적이 있으면, 일단 쌍방 피의자로 접수하는 일이 흔하거든요. 정당방위인지는 그다음 조사에서 가려집니다.
1. 피의자 조사: 사건 뒤 며칠에서 몇 주 사이에 출석 요구가 오는 경우가 많고, 여기서 한 진술이 이후 판단의 뼈대가 됩니다.
2. CCTV와 목격자 확인: 업소나 거리의 영상은 보관 기간이 짧아 몇 주 지나면 지워지기도 합니다. 경찰에 확보를 요청하는 일이 이 단계에서 가장 먼저입니다.
3. 경찰의 결정: 정당방위가 인정되면 사건을 검찰에 보내지 않고 경찰 단계에서 끝내는 불송치 결정이 나오고, 이유는 '죄가안됨'으로 적힙니다. 결정까지 몇 달이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4. 상대의 이의신청: 상대가 이의를 신청하면 경찰은 사건을 검찰로 보내고 검사가 다시 판단합니다(형사소송법 제245조의7).
조사에서 흔한 실수는 '서로 싸웠다'는 말로 상황을 뭉뚱그리거나, '화가 나서 밀었다'고 감정부터 말하는 것입니다. 앞의 말은 싸움을, 뒤의 말은 갚아 주려는 의사를 인정하는 것처럼 읽힙니다. 그 순간 실제로 무엇을 하려 했는지를 순서대로 말하면 됩니다.
상대 쪽은 이 무렵 진단서를 내거나 합의를 제안해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단서가 들어가면 죄명이 폭행에서 상해나 폭행치상으로 바뀔 수 있고, 합의가 갖는 의미도 달라집니다.
합의로 끝내는 것과 죄가 아니라는 판단은 다릅니다
쌍방폭행 사건이 처벌 없이 끝나는 길은 두 가지이고, 둘은 뜻이 다릅니다. 서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합의서를 내면 폭행죄는 '공소권없음'으로 끝납니다. 형법 제260조 제3항이 폭행죄를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해 기소할 수 없는 죄로 정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죄가안됨'은 행위 자체가 처음부터 범죄가 아니었다는 판단입니다.
이 차이는 상대가 진단서를 냈을 때 커집니다. 상해죄는 형법 제257조 제1항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죄이고, 폭행치상과 마찬가지로 합의해도 사건이 끝나지 않습니다. 이때 합의는 처벌의 무게를 덜어 줄 뿐 없애 주지는 못합니다. 상해 사건에서 정당방위 주장이 폭행 사건보다 무거운 의미를 갖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상대가 먼저 합의하자고 연락해 오면 응해야 할까요. 폭행 사건이고 양쪽 모두 빨리 끝내기를 원한다면 합의는 확실한 길입니다. 다만 상대의 일방적 공격이 영상에 남아 있고 상대 쪽 진단서가 없다면, 서명하기 전에 경찰의 판단을 기다리는 편이 낫습니다. 합의서가 먼저 들어가면 경찰은 정당방위 여부까지 가지 않고 공소권없음으로 정리하는 것이 보통이어서, 상대가 합의금을 요구한다면 내지 않아도 됐을 돈을 내고 사건을 닫는 셈이 됩니다.
정리하면, 공격이 이어지는 중에 벗어나려고 필요한 만큼만 밀쳤다면 정당방위로 다툴 수 있습니다. 상대 진단서가 없고 영상이 남아 있다면 합의서보다 경찰 판단을 먼저 기다리는 편이 낫습니다.
오늘 해 둘 일은 그날 밤의 순서를 휴대폰 메모에 적어 두는 것 하나입니다. 누가 먼저 손을 댔는지, 밀친 뒤 몇 걸음 물러났는지, 상대가 넘어진 다음 내가 무엇을 했는지를 기억나는 대로 적으면 됩니다. 정당방위는 몇 초 단위의 순서로 갈리는데, 그 기억은 조사일이 다가올수록 흐려지고 다른 사람의 말에 섞이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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