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306분 읽기

병원 마케팅 문구 무단 도용, 저작권·부정경쟁방지법 대응 방법

병원 카드뉴스와 홈페이지 문구를 근처 병원이 그대로 썼다면? 저작권 보호 범위, 외주 자료의 저작권자, 부정경쟁방지법 대응, 내용증명·고소·손해배상 절차를 정리했습니다.

개원한 지 3년 된 병원이 인스타그램 카드뉴스와 홈페이지 시술 후기 문구를 몇 달에 걸쳐 다듬어 왔는데, 최근 문을 연 근처 병원 홈페이지에 문장 배열과 표현이 거의 그대로 올라온 것을 발견했다면 어떨까요. 확인해 보니 그 병원 마케팅 담당자가 전에 우리 병원 자료를 캡처해 참고했다는 이야기까지 들립니다. 이 상황에서 물어야 할 것은 "베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자료 중 무엇이 법으로 보호받는 표현이고 무엇이 누구나 쓸 수 있는 아이디어인가입니다.

저작권으로 보호받는 건 아이디어가 아니라 표현이다

저작권법 제2조 제1호는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정의합니다. 이 정의에서 중요한 건 '표현'이라는 단어입니다. "리프팅 시술 전후 비교", "당일 상담 가능"처럼 병원이라면 누구나 쓸 수 있는 소재나 정보 전달 방식 자체는 아이디어에 해당해 보호 대상이 아닙니다. 반면 그 아이디어를 구체적인 문장, 사진 구도, 배치 순서로 풀어낸 결과물은 표현이고, 그 표현에 최소한의 창작적 개성이 들어 있다면 저작물이 됩니다. 법원은 오래전부터 이 아이디어와 표현을 나누어 보호 범위를 좁게 잡아 왔고, 이 구분이 마케팅 자료 분쟁의 출발점입니다.

문구는 왜 사진보다 보호받기 어려운가

같은 자료라도 매체마다 판단이 달라집니다. 시술 전후 사진은 조명, 각도, 보정, 편집 방식에 촬영자의 선택이 들어가 있어 창작성이 비교적 쉽게 인정됩니다. 반면 "10년 노하우로 완성한 맞춤 케어"처럼 짧고 관용적인 문구는 표현의 폭이 좁아 저작물성이 부정되기 쉽습니다. 문제가 되려면 문장 몇 개가 아니라 전체 구성(소제목의 순서, 은유의 사용, 문단 전개 방식)이 세부적으로 겹쳐야 합니다. 그러니 겹친 구절 몇 개만 캡처해 두기보다, 자료 전체를 나란히 놓고 문장 구조와 배치가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봐야 합니다.

외주 업체가 만든 자료라면 저작권자는 누구인가

여기서 흔히 놓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홈페이지 문구와 카드뉴스를 병원 직원이 직접 썼다면 저작권법 제9조에 따라 병원 명의로 공표된 업무상저작물로서 병원이 저작자가 됩니다. 하지만 외부 마케팅 대행사에 맡겨 만든 자료라면 계약서에 저작권 양도 조항이 없는 한 저작권은 여전히 대행사에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병원이 소송을 제기하려면 자신이 권리자라는 사실부터 증명해야 하므로, 계약서에 저작재산권 양도나 이용허락 범위가 어떻게 적혀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저작물이 아니어도 구제 방법이 남아 있을까

표현이 짧고 단순해 저작물성이 부정된다고 해서 그대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차목은 타인이 상당한 투자와 노력으로 만든 성과물을 공정한 경쟁 관행에 반하는 방법으로 무단 사용해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합니다. 이 조항은 2018년 개정으로 신설되어 저작권법의 빈틈, 즉 창작성은 부족하지만 시간과 비용을 들여 만든 성과물을 메우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마케팅 자료를 기획하고 촬영하고 다듬는 데 들인 시간과 비용을 구체적으로 소명할 수 있다면, 저작권 침해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에도 이 조항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여지가 있습니다.

옆 사례: 진료시간과 가격표를 베낀 경우는 다르다

진료시간, 시술 가격, 예약 방법처럼 사실 정보 자체는 표현이 아니라 데이터이므로 저작권으로도 부정경쟁방지법 차목으로도 다투기 어렵습니다. 이런 정보는 누구나 확인해 옮길 수 있는 공적 사실에 가깝고, 배열 순서나 디자인까지 통째로 베낀 게 아니라면 법적 다툼의 실익이 크지 않습니다. 반대로 후기 문구, 시술 전후 사진, 카드뉴스 스토리라인처럼 표현자의 선택이 담긴 부분을 베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문구 한두 줄이 비슷한 정도라면, 지금 바로 내용증명을 보내기보다 상대 병원이 어디까지 자료를 가져다 쓰는지 며칠 더 지켜보며 게시물을 캡처하고 게시 날짜를 기록해 두는 편이 나을 때가 많습니다. 표현이 단순할수록 침해 인정 가능성이 낮아지므로, 성급하게 법적 조치에 들어가기보다 겹치는 범위와 지속 여부를 먼저 확인하는 편이 유리합니다.

실제로 진행하면 어떤 절차를 거치게 되나

  • 내용증명 발송: 침해로 보이는 부분을 특정해 게시 중단과 재발 방지를 요구합니다. 상대의 회신 기한은 보통 2주 안팎으로 정합니다.
  • 형사 고소 검토: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면 저작권법 제136조 제1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대상이 됩니다. 고소장 접수 후 수사기관 조사는 통상 2~3개월가량 걸립니다.
  • 민사 손해배상 청구: 저작권법상 침해 또는 부정경쟁방지법 차목 위반을 근거로 실제 손해액이나 상대방이 얻은 이익을 손해액으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소송은 사안에 따라 6개월에서 1년 이상 걸립니다.
  • 내용증명 단계에서 흔히 하는 실수는 겹치는 부분을 두루뭉술하게 지적하는 것입니다. 어느 문장이, 어느 사진이, 언제 게시된 자료와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적어야 상대가 회피할 여지가 줄어듭니다.

    다시 그 화면을 본다면

    카드뉴스 문구가 똑같아 보였던 처음의 놀라움은, 그 문구가 표현인지 아이디어인지, 사진인지 문장인지, 우리 병원이 직접 만들었는지 외주로 받은 것인지를 하나씩 나눠 보는 순간 다른 질문으로 바뀝니다. 화면을 다시 열어 겹치는 부분이 문장 몇 개인지 자료 전체의 구조인지를 구분해 보는 것이, 다음 대응을 정하는 첫걸음입니다.

    오승준

    오승준변호사

    의료서울법무법인 BHSN

    깊이 있는 시선과 날카로운 판단으로 명확한 법적 결론을 제공합니다. 주요경력 법무법인 현 / 법무법인 엘케이파트너스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보건복지부 규제법무심사위원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 (의료) 대한치과의사협회 의료광고심의위원회 위원 한국실업축구연맹 이사 사법연수원 36기(제46회 사법시험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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