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 일정에 쫓겨 준공확인서에 서명하고, 두 달 뒤 진료실 벽에서 물이 배어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시공사에 연락하면 "장마 끝나고 보겠습니다"라는 답만 돌아오죠. 먼저 답을 드리면, 준공확인서에 서명했다는 사실만으로 시공사의 하자담보책임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 서명 시점이 담보책임 기간의 출발선이 되기 때문에, 미루는 쪽은 시공사이고 시간에 쫓기는 쪽은 원장님이 됩니다.
서명하고 두 달 뒤에 발견한 누수, 이제 못 따지는 걸까
가상의 예시로 짚어보겠습니다. 치과 인테리어 공사를 마치고 준공확인서에 서명한 뒤 개원했는데, 두 달 후 엑스레이실 인접 벽면에 누수가 생기고 진료실 바닥재가 들뜨기 시작했습니다. 시공사는 "확인서까지 받았는데 이제 와서"라는 태도입니다.
이 주장은 법적으로 성립하지 않습니다. 민법 제667조 제1항은 완성된 목적물에 하자가 있으면 도급인이 상당한 기간을 정해 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 제2항은 보수에 갈음하거나 보수와 함께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검수 서명은 인도 절차일 뿐, 책임을 면제하는 합의가 아닙니다.
여기까지는 교과서 이야기입니다.
서명 전에 보이던 하자와 서명 후에 드러난 하자는 어디서 갈릴까
실제 다툼은 하자의 성질에서 갈립니다. 서명 당시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하자인지, 그때는 드러날 수 없었던 하자인지가 경계선입니다.
계약서와 다르게 시공했거나 아예 빠뜨린 부분은 결이 또 다릅니다. 이는 하자가 아니라 약정한 내용을 이행하지 않은 것이어서, 담보책임 기간과 별개로 완전한 이행을 구할 여지가 있습니다.
1년인가 3년인가 5년인가, 기간은 언제부터 세는 걸까
민법 제670조 제1항은 하자담보책임을 목적물을 인도받은 날부터 1년 내에 행사하도록 정합니다. 반면 민법 제671조 제1항은 건물 기타 토지의 공작물에 대해 인도 후 5년, 석조·연와조·금속 등으로 조성된 것은 10년의 기간을 둡니다.
병원 인테리어는 신축이 아니라 기존 건물 내 마감공사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시공사는 1년을, 발주자는 구조·설비에 미치는 공사임을 들어 더 긴 기간을 주장합니다. 여기에 건설산업기본법 제28조와 같은 법 시행령 별표4가 공종별 기간을 별도로 정하고 있어, 실내의장·도장·타일 같은 마감공종은 1년, 방수·지붕 등은 3년으로 나뉩니다. 결국 같은 현장에서도 누수는 살아 있고 바닥 들뜸은 기간이 지난 상황이 생깁니다.
그리고 기산점은 하자를 발견한 날이 아니라 목적물을 인도받은 날입니다. 준공확인서 서명일이 사실상 그 날짜로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공사가 시간을 끄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시공사가 계속 미룰 때, 혼자 대응하면 어디서 무너질까
지금 카카오톡으로 보수 요청만 반복하고 계시다면, 방향은 맞지만 형식이 약합니다. 통화와 메신저는 기간 내 권리행사를 했다는 입증에 한계가 있고, 상대가 대화를 삭제하면 남는 게 없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하자 금액이 크지 않고 시공사가 연락은 받는 단계라면 소송보다 기한을 명시한 서면 한 장이 훨씬 빠릅니다. 소송은 그 이후의 수단입니다.
상담 전에 무엇을 챙겨 오시면 될까
병원 공사는 일반 상가와 다릅니다. 의료법 제36조에 따른 시설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시공이라면 단순 하자를 넘어 개설신고 자체가 흔들리고, 개원 지연에 따른 손해가 별도로 문제 됩니다. 방사선실 차폐, 감염관리 구역, 급배수 설비는 이 관점에서 다시 봐야 합니다.
상담에서는 이 자료로 먼저 공종을 나눠 각 하자의 기간이 살아 있는지 확인하고, 그다음 통지 방식과 잔금 처리 순서를 정합니다. 개원 준비만으로도 벅찬 시기에 공사 분쟁까지 겹쳐 계신 상황일 겁니다. 다만 기간은 기다려주지 않으니, 서면 한 장이라도 먼저 남겨두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공사대금 관련 채권이 민법 제163조 제3호에 따라 3년의 단기소멸시효에 걸린다는 점도 함께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