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88분 읽기

병원 CCTV 열람 요구 대응: 수술실·복도 영상 기준

환자가 병원 CCTV 열람을 요구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수술실 영상은 의료법 제38조의2, 그 밖의 원내 영상은 개인정보보호법 제35조로 갈립니다. 유족 요청과 영상 보존까지 정리했습니다.

환자가 "○월 ○일 복도 CCTV를 보여 달라"는 요청서를 원무과에 냈을 때, 진료기록 사본 발급 창구에서 같이 처리하면 어긋납니다. CCTV 영상은 의료법이 말하는 진료기록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신 두 갈래의 법이 따로 작동합니다. 수술실 내부 영상이라면 의료법 제38조의2, 그 밖의 원내 CCTV라면 개인정보보호법 제35조입니다. 응해야 하는지는 요청한 사람이 환자냐 아니냐보다, 어느 카메라의 영상이냐에서 먼저 갈립니다.

진료기록 사본 발급과 같은 절차로 처리하면

의료법 제21조는 환자 본인이 자신에 관한 기록의 열람이나 사본 발급을 요청하면 의료기관이 이에 응하도록 정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기록은 진료기록부, 간호기록부, 조산기록부처럼 진료 내용을 적거나 보존하도록 의료법이 정한 문서와 영상자료입니다. 원내 감시 목적으로 돌아가는 CCTV 화면은 진료 경과를 기재한 기록이 아닙니다.

그래서 "환자 본인인데 왜 못 주느냐"는 항의는 의료법 제21조를 근거로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진료기록이 아니니 줄 의무가 없다"는 답변도 절반만 맞습니다. 진료기록이 아니라는 결론은 의료법의 문을 닫을 뿐이고, 곧바로 개인정보보호법의 문이 열립니다.

같은 요청서가 두 법 사이에서 다르게 읽히는 구간입니다.

복도와 대기실 CCTV는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가

영상에 환자 본인의 모습이 담겨 있다면 그 영상은 본인의 개인정보이고, 정보주체는 개인정보보호법 제35조에 따라 열람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병원은 개인정보처리자로서 이 요구에 응할 의무를 집니다.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은 열람 요구를 받은 날부터 10일 안에 열람하게 하도록 정하고 있고, 제한하거나 거절할 때도 같은 기간 안에 사유를 알려야 합니다.

문제는 병원 복도 영상에 환자 혼자 찍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다른 환자, 보호자, 직원이 같은 화면에 들어옵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35조 제4항은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를 해할 우려가 있거나 재산과 그 밖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열람을 제한하거나 거절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다만 제3자가 함께 찍혔다는 사실 자체가 거절 사유가 되지는 않고, 제3자 부분을 가린 뒤 제공하는 것이 원칙에 가깝습니다. 요청 구간을 특정하지 않은 통째 요구라면, 일시와 장소를 좁혀 달라고 회신하는 편이 양쪽 모두에 맞습니다.

설치 단계의 문제도 함께 걸립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25조는 공개된 장소의 고정형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 근거와 안내판 의무를 정하고, 탈의실·화장실처럼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장소의 설치를 금지합니다. 병실 내부처럼 공개되지 않은 공간의 촬영은 이 조항이 아니라 별도의 수집 근거를 따져야 합니다.

수술실 영상은?

수술실 내부 CCTV는 완전히 다른 규율을 받습니다. 의료법 제38조의2는 전신마취 등으로 환자가 의식 없는 상태에서 수술하는 의료기관에 수술실 내부 CCTV 설치 의무를 부과했고, 이 조항은 2023년 9월 25일부터 시행되었습니다. 환자나 보호자가 촬영을 요청하면 의료인은 법이 정한 사유가 없는 한 거부할 수 없습니다.

촬영된 영상을 보는 문턱은 촬영보다 훨씬 높습니다. 같은 조는 열람이나 제공이 가능한 경우를 한정해 두었는데, 수사나 재판 관련 관계 기관의 요청,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요청, 그리고 환자와 수술에 참여한 의료인 전원의 동의가 있는 경우입니다. 환자 본인이 동의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열람 요건이 채워지지 않고, 수술에 참여한 의료인 전원의 동의가 함께 필요합니다.

촬영한 영상은 30일 이상 보관하도록 되어 있고, 열람에 드는 비용은 요청한 사람에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 정해진 사유 밖에서 영상을 제공하거나 보관 중인 영상을 임의로 지우는 행위는 의료법에 따라 제재 대상입니다.

사망한 환자의 가족이 요청하면?

유족의 요청은 자기 사안과 비슷해 보이지만 경로가 다릅니다. 개인정보보호법의 열람권은 살아 있는 개인, 즉 정보주체가 행사하는 권리입니다. 사망한 환자의 배우자나 자녀는 그 영상의 정보주체가 아니어서 제35조를 근거로 직접 열람을 요구하기 어렵습니다.

진료기록은 사정이 다릅니다. 의료법 제21조 제3항은 환자가 사망한 경우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등이 친족관계를 증명하는 서류를 갖춰 기록 열람을 요청할 수 있게 열어 두었습니다. 그러나 이 조항의 대상 목록에 CCTV 영상은 없습니다.

결국 유족이 영상에 접근하는 현실적인 길은 의료분쟁 조정 절차, 민사소송에서의 증거 신청, 수사기관을 통한 확보입니다. 병원이 유족의 직접 요청을 그대로 받아 사본을 건네면, 화면에 찍힌 다른 환자의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한 문제가 병원 쪽에 남습니다.

거절하거나 지워버리면

정당한 사유 없이 열람 요구를 거절하거나 사유 통지를 빠뜨리면 개인정보보호법상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됩니다. 환자 측은 열람을 못 하면 개인정보 침해 신고 접수와 분쟁조정 신청으로 옮겨 가는 경우가 많고, 그 과정에서 병원의 CCTV 운영·관리 방침, 안내판, 보관기간 준수 여부가 함께 점검됩니다. 요청 하나를 막다가 설치·운영 전반이 들여다보이는 구조입니다.

지금 열람 요청서를 책상에 두고 직원에게 "그냥 자동 삭제됐다고 하면 안 되냐"고 물어보고 계실 수 있습니다. 그 답이 가장 위험합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21조는 보유기간이 지나거나 목적을 달성하면 지체 없이 파기하도록 정하지만, 분쟁이 예상되는 구간의 영상을 요청을 받은 뒤 서둘러 없애는 것은 통상적 파기와 다르게 평가됩니다.

영상을 지우는 선택은 어느 경우에도 병원에 유리하게 끝나지 않습니다. 의료과실 주장 사건에서 법원은 병원이 관리하던 자료가 사라진 사정을 병원에 불리한 정황으로 참작합니다.

요청서를 받은 날 병원이 먼저 정할 것

순서를 잡아 두면 판단이 빨라집니다.

  • 어느 카메라의 영상인지 확정합니다. 수술실 내부라면 의료법 제38조의2, 그 밖의 장소라면 개인정보보호법 제35조로 갈라집니다.
  • 요청한 사람이 영상에 찍힌 본인인지, 유족이나 대리인인지 확인합니다. 대리인이라면 위임 범위가 열람까지 미치는지 봅니다.
  • 요청 구간을 일시와 장소로 특정하고, 해당 구간 영상을 즉시 별도 보존합니다. 기본 보관기간이 30일 내외로 설정된 장비라면 검토하는 사이에 덮여 사라집니다.
  • 요청이 구두 한 번으로 끝나고 서면 요청이 뒤따르지 않는 단계라면, 먼저 사본을 만들어 건네기보다 요청의 범위와 목적이 서면으로 정리될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낫습니다. 다만 보존 조치만은 그날 해 두어야 합니다. 이 두 가지는 함께 가야 의미가 있습니다.

    여기까지의 설명은 병원이 스스로 설치·운영하는 CCTV를 전제로 합니다. 건물주나 위탁업체가 관리하는 카메라, 환자가 직접 녹음·녹화한 자료가 얽히면 책임 주체와 판단 기준이 다시 달라집니다.

    지금 손에 든 요청서에서 확인할 것은 세 가지입니다. 수술실 내부 영상인지, 요청한 사람이 화면에 찍힌 본인인지, 같은 화면에 다른 환자나 보호자가 함께 담겼는지. 이 세 답이 정해지면 응할 범위와 거절할 근거가 함께 나오고, 회신문에 어떤 조문을 적어야 하는지도 그때 결정됩니다.

    오승준

    오승준변호사

    의료서울법무법인 BHSN

    깊이 있는 시선과 날카로운 판단으로 명확한 법적 결론을 제공합니다. 주요경력 법무법인 현 / 법무법인 엘케이파트너스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보건복지부 규제법무심사위원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 (의료) 대한치과의사협회 의료광고심의위원회 위원 한국실업축구연맹 이사 사법연수원 36기(제46회 사법시험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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