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점 3곳을 MSO로 묶어 운영 중인데 사무장병원 조사가 나왔습니다.
어제까지 멀쩡히 경영지원 업무를 하던 회사가 오늘 갑자기 압수수색을 받으셨다면, 우선 이것부터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MSO 구조가 사무장병원으로 뒤집히는지는 지점 수나 브랜드 통일, 통합 마케팅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수익을 어떤 방식으로 나눴는가, 그리고 진료와 인사에 관한 최종 결정을 실제로 누가 내렸는가. 이 두 가지에서 갈리게 됩니다. 나머지는 이 두 축을 보강하거나 무너뜨리는 정황일 뿐, 핵심은 아닙니다.
MSO를 쓰면 그 자체로 불법인가
아닙니다. 의료법은 의료인이 아닌 자의 의료기관 개설을 금지할 뿐(의료법 제33조 제2항), 이미 개설된 의료기관이 경영지원 업무를 외부 법인에 위탁하는 것 자체는 금지하지 않습니다. 구매·회계·인사행정·마케팅·전산 지원은 위탁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문제는 위탁의 외형을 갖춰 놓고 실질적으로 비의료인이 병원을 소유·지배하는 경우입니다. 이때 개설 명의를 빌려준 의사는 의료법 제87조의2에 따라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 대상이 됩니다. 더 무거운 문제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요양급여 환수입니다. 개설 자체가 무효로 평가되면 그동안 지급받은 급여 전액이 부당이득 환수 대상이 됩니다. 수억 원대 환수 통지가 형사판결보다 먼저 오는 경우도 봅니다.
여기까지는 교과서입니다.
수사기관은 계약서가 아니라 무엇을 보는가
제가 자문했던 사안 하나를 각색해 말씀드리겠습니다. 피부과 3개 지점을 운영하던 원장님들이 함께 MSO 법인을 세웠는데, 실질 지분 대부분은 비의료인 A씨가 갖고 있었습니다. 위탁수수료는 각 지점 월 매출의 25% 정액 비율. 겉으로만 보면 흠잡을 데 없는 용역계약이었습니다.
구조를 무너뜨린 건 계약서가 아니라 카카오톡이었습니다. 신규 시술 도입 여부와 진료 단가 인상, 페이닥터 채용·해고를 A씨가 결정한 뒤 원장에게 통보한 대화가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진료 의사결정권의 실질 귀속이 비의료인에게 있다고 판단한 근거입니다.
수사기관이 확보해 서로 대조하는 자료는 대략 이렇습니다.
정당한 위탁과 사무장병원은 어디서 갈리는가
같은 MSO 구조인데도 결론이 정반대로 난 두 사건이 있었습니다.
불기소로 정리된 쪽은 실제 제공한 용역의 원가에 합리적인 마진을 붙여 수수료를 정했습니다. 인력 파견 인원수, 마케팅 집행 실비, 전산 라이선스 개수에 따른 산정 근거가 문서로 남아 있었고, 원장이 매년 계약 조건을 재협상한 이력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지점별 손익이 적자여도 원장이 그 손실을 떠안았습니다. 위험을 부담한 사람이 경영주체라는 판단은 여기서 나옵니다.
기소된 쪽은 매출 연동 정률이었고, 원장에게는 매달 같은 금액만 지급됐습니다. 적자가 나도 원장 몫은 그대로였습니다. 이익도 위험도 MSO가 가져간 겁니다.
정률 수수료 자체가 위법한 것은 아니지만, 원장이 잔여이익과 손실 위험에서 완전히 분리되는 순간 경계선을 넘습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오해하시는 지점입니다.
여러 지점을 묶은 것만으로도 걸리는가
의료인은 어떤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습니다(의료법 제33조 제8항). 각 지점에 별도의 의료인이 개설자로 있고 각자 독립 채산으로 운영된다면 원칙적으로 문제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 사람이 다른 지점의 수익까지 실질적으로 귀속받으면 이 조항으로도 걸립니다.
의료광고 심의에 위원으로 참여하다 보면, 브랜드를 통일한 네트워크가 통합 광고를 내면서 '전 지점 동일 시술·동일 가격'을 내세우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문구 하나가 나중에 단일 경영주체를 뒷받침하는 정황 자료로 제출되는 걸 여러 번 봤습니다.
조사 통보를 받았다면 무엇부터 해야 하는가
지금 계약서를 다시 읽고 계시다면 방향은 맞습니다. 다만 대응에는 순서가 있습니다.
공단 현지조사는 통보 후 대개 2주 내외에 시작됩니다. 조사 종료 후 부당이득 환수 처분이 나오면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 제기 기간은 처분을 안 날부터 90일입니다. 이 기간을 넘기면 다툴 문이 닫힙니다. 형사 절차는 경찰의 조사 출석 요구부터 오는 경우가 많은데, 첫 진술이 이후 대응 전체를 규정합니다.
혼자 대응할 때 가장 흔한 실패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조사관 앞에서 "제가 실질 운영은 안 했고 A씨가 다 했습니다"라고 솔직히 말해 버리는 것입니다. 이 한마디가 명의대여 자백이 됩니다. 다른 하나는 조사 통보를 받은 뒤 계약서를 새로 쓰거나 메신저를 지우는 것인데, 증거인멸로 구속 사유가 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원장 보수가 이미 수년간 고정급으로 지급됐고 잔여이익이 전부 법인으로 갔다면 구조 자체를 방어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때는 구조를 다투기보다 환수 범위를 줄이고 양형을 관리하는 쪽이 실익이 큽니다.
상담 오실 때는 MSO 용역계약서, 최근 3년치 수수료 정산내역, 원장 보수 지급내역, 병원 명의 계좌 거래내역, 그리고 지점 개설 당시 임대차·리스 계약서를 가져오시면 됩니다. 이 다섯 가지만 놓고 봐도 이 구조가 어디서 버티고 어디서 무너지는지 대체로 판별됩니다. 그 위에서 다툴 자리와 정리할 자리를 나누는 게 첫 상담에서 하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