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입원실의 병상 간격을 넓히다 보면 같은 면적에 둘 수 있는 병상 수가 줄어듭니다. 입원 중인 환자를 모두 수용하려면 같은 건물의 빈 층을 추가로 임차해 병실로 사용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병상 간 이격거리 기준을 맞추기 위해 위층을 추가로 빌려 병실을 운영한 요양병원에 억대 과징금과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이 내려진 사건이 있었습니다. 병원은 필요한 의료인력과 장비를 갖추고 환자에게 실제 진료도 제공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병상 간격을 넓히기 위한 조치였는데도 왜 부당청구 문제가 된 것일까요?
이번 글에서는 병실을 다른 층으로 확장할 때 필요한 허가, 과징금과 환수가 함께 발생하는 이유, 처분에 대응할 때 확인해야 할 사항을 알아보겠습니다.
병상 간격을 맞추기 위해 공간을 늘렸는데도 의료법 위반일까
해당 요양병원은 37개 병실에 199개 병상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기존 의료기관에 적용되는 병상 간 이격거리 기준을 맞추면 운영할 수 있는 병상이 줄어들게 되자, 같은 건물의 다른 층을 추가로 임차해 6개 병실과 18개 병상을 설치했습니다.
문제는 추가로 임차한 공간의 건축물 용도였습니다.
해당 층은 의료시설이 아니라 운동시설과 제2종 근린생활시설로 허가된 곳이었습니다. 임대인이 의료시설로 용도를 변경하려고 세 차례 신청했지만 피난·방화·주차장 등의 기준을 갖추지 못해 용도변경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병원은 의료기관 변경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환자를 입원시키고 입원료를 청구했습니다.
병원급 의료기관이 병실이나 병상 등 개설허가 사항을 변경하려면 관할 지자체의 변경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새로 사용하는 공간도 건축법상 의료시설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같은 건물 안에 있고 기존 병동과 연결돼 있더라도 자동으로 허가받은 병실에 포함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에 법원은 건축법상 의료시설로 사용할 수 없는 공간을 입원실로 운영했다면 적정한 의료시설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병상 간격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있었다는 점도 무허가 병실 운영을 정당화하지는 못했습니다.
즉 기존 허가 범위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층을 변경허가 없이 입원실로 운영하면 의료법 위반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환자를 치료했는데 왜 부당청구가 될까요?
병원 측은 의사와 간호인력, 병상과 의료장비를 갖추고 환자에게 정상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허가 절차에 문제가 있었더라도 진료 자체는 이뤄졌으므로 입원료까지 부당청구로 볼 수 없다는 취지였습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국민건강보험법상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은 진료하지 않고 허위로 청구한 경우에만 적용되는 개념이 아닙니다. 관계 법령상 요양급여를 제공할 수 없는 시설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급여비용을 청구한 경우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건축물 용도변경과 의료기관 변경허가가 모두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병원도 용도변경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면서 환자를 입원시켰습니다.
법원은 이 점을 근거로 해당 병실에서 발생한 입원료 등을 건강보험 급여비용으로 청구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이처럼 환자에게 실제 치료를 제공했다는 사실은 중요합니다. 다만 진료가 이뤄진 장소 자체가 적법한 입원실이 아니었다면 그 사실만으로 급여 청구가 정당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과징금과 요양급여 환수는 왜 함께 부과될까요?
요양급여비용 환수와 과징금은 성격이 다릅니다.
환수처분은 부당한 방법으로 지급된 요양급여비용을 되돌려 받는 조치이고, 과징금은 요양기관 업무정지를 대신해 부과되는 행정제재입니다.
같은 무허가 병실 운영에서 비롯됐더라도 하나는 이미 지급한 급여비용의 반환이고, 다른 하나는 법 위반에 대한 제재이므로 함께 부과될 수 있습니다.
앞서 본 사건에서는 건강보험과 의료급여 관련 과징금 약 1억9천만원과 요양급여비용 약 4천만원의 환수처분이 내려졌습니다. 병원은 금액이 지나치게 크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환수금은 부당하게 지급된 금액을 돌려받는 것이고 과징금도 관련 기준에 따라 산정됐다며 처분을 유지했습니다.
조사 대상 기간이 길거나 해당 병실에 입원한 환자가 많았다면 처분액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허가받지 않은 층에서 발생한 입원료만 문제 되는지, 그 환자에게 시행한 검사·처치·약제비까지 포함되는지에 따라 환수 범위도 달라집니다.
변경허가를 빠뜨리면 언제나 진료비가 환수될까요?
변경허가 누락이 확인됐다고 모든 진료비를 당연히 환수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다른 사건에서는 병원이 개별 입원실의 병상 수 변경허가와 건강보험 변경신고를 빠뜨렸지만, 해당 공간이 적법한 의료시설이었고 인력·시설·장비 기준도 충족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법원은 단순한 행정절차 누락만으로 실제 제공한 의료서비스의 급여비용까지 부당이득으로 환수할 수 없다며 억대 과징금과 환수처분을 취소했습니다. 다만 이 판결은 현재 항소심 판단이 남아 있습니다.
두 사건의 차이는 분명합니다. 한 사건은 건축물 용도변경조차 되지 않은 공간을 병실로 새로 사용했고, 다른 사건은 적법한 의료시설 안에서 병상 수 변경 절차를 누락했습니다.
처분을 받았을 때는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요?
먼저 다음 자료를 확보해 병실별 운영 과정을 복원해야 합니다.
현지조사나 사전통지를 받은 뒤 도면을 바꾸거나 병실 운영 시점을 사실과 다르게 정리해서는 안 됩니다. 변경허가가 없었던 기간, 실제로 사용한 병실, 환자별 급여청구액을 자료에 따라 구분해야 합니다.
처분기관이 무허가 공간과 관계없는 진료비까지 환수 대상으로 계산했다면 그 범위도 다툴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병상 간격을 맞추기 위해 다른 층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금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환자를 입원시키기 전에 건축물 용도변경과 의료기관 변경허가, 심평원 현황신고가 순서대로 완료돼야 합니다.
그리고 같은 변경허가 누락이라도 의료시설로 사용할 수 없는 공간을 알면서 운영한 경우와 적법한 병실에서 병상 수 신고만 빠뜨린 경우는 과징금·환수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법률상담 문의: 02-2038-91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