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에서 진료기록 사본을 떼어간 지 한 달쯤 지나면 경찰서에서 출석요구 전화가 옵니다. 죄명은 허위진단서작성. 진료실에서 수십 번 반복해온 일상적인 판단이 어느 날 갑자기 범죄 혐의가 되어 돌아온 셈입니다.
먼저 답을 드리면, 형법 제233조의 허위진단서작성죄는 진단 내용이 나중에 틀린 것으로 밝혀졌는지를 따지는 조항이 아닙니다. 작성 당시 의사가 자신이 실제로 내린 판단과 다르다는 것을 알면서 썼는지, 오직 그 지점에서 갈립니다.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7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고, 공소시효는 형사소송법상 5년입니다.
진단이 과했으면 그것만으로 허위가 되는 걸까
그렇지 않습니다. 실무의 판단 기준은 명확합니다. 의사가 진찰한 결과 얻은 주관적 소견과 진단서 기재가 일치한다면, 그 소견이 객관적 사실과 다르더라도 허위진단서로 보지 않습니다. 반대로 자기 소견과 다른 내용을 알면서 적었다면, 결과적으로 그 기재가 우연히 맞아떨어졌더라도 허위입니다.
많은 의사분들이 이 대목에서 안도하셨다가 다시 긴장하십니다. 수사기관은 의사의 머릿속을 직접 들여다볼 수 없으니, 진료기록·영상·처방·내원 간격 같은 외부 자료를 놓고 "당시 판단"을 거꾸로 추적합니다. 다툼의 초점은 임상 판단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그 판단이 기록으로 남아 있느냐로 옮겨갑니다.
같은 6주 진단서인데 왜 어떤 건 무혐의고 어떤 건 기소될까
한 정형외과 원장님의 케이스입니다. 추돌사고 환자에게 초진 3주를 끊었다가 2주 뒤 6주로 다시 발급했고, 보험사가 과잉 진단이라며 수사기관에 자료를 냈습니다. 다행히 재진 기록에는 하지 방사통 악화, 도수근력검사 수치 저하, 추가 MRI에서 확인된 추간판 팽윤 소견이 순서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진단이 늘어난 이유를 차트가 스스로 설명하고 있었던 겁니다. 불송치로 종결됐습니다.
같은 해에 반대 결론이 난 사건도 봤습니다. 환자와 주고받은 문자에는 "몇 주 필요하세요?"라는 질문이 남아 있었고, 재진 기록은 "동일 증상 지속" 한 줄뿐이었습니다. 진단명은 늘어났는데 처방과 물리치료 항목은 그대로였고요. 여기서 갈립니다.
마지막 항목이 위험한 부분이었죠. 의료법 제17조 제1항은 직접 진찰한 의사만 진단서를 교부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고, 위반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따릅니다. 허위성이 부정되더라도 이 조항으로 처벌되는 경우가 실무에서 적지 않습니다.
경찰 출석 전에 무엇을 정리해두어야 할까
출석요구를 받으셨다면 날짜 조정은 가능합니다. 다만 무기한 미룰 수 있는 건 아니고, 통상 조정 후 2주 안팎에서 첫 조사가 잡힙니다. 그사이 아래 순서대로 자료를 정리해두면 조사 내용이 완전히 달라지므로 철저히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진료기록이 이미 부실하고 대면 진찰 사실도 확인되지 않는 사안이라면 무혐의를 목표로 끝까지 끌고 가는 편이 오히려 손해입니다. 그런 경우에는 초기에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처분 수위를 낮추는 쪽이 면허를 지키는 길입니다.
지금 차트를 보완해두면 도움이 될까
오히려 반대입니다. 전자의무기록은 수정 이력과 접속 로그가 전부 남고, 수사기관은 원본 로그까지 함께 요청합니다.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추가·수정하는 행위 자체가 의료법이 금지하는 행위이고, 여기에 증거인멸 의심까지 더해지면 방어 논리 전체가 무너집니다.
한 번 더 짚습니다. 지금 차트를 열어 확인만 하고 계신다면 방향은 맞습니다. 손대는 순간 방향이 틀어집니다.
형사가 끝나면 면허 문제도 같이 끝나는 걸까
아닙니다.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3호는 진단서를 거짓으로 작성해 내준 경우를 자격정지 사유로 정하고 있어, 형사 결과와 별개로 행정절차가 이어집니다. 형사 단계에서 확정된 사실관계가 그대로 면허 처분의 출발점이 됩니다. 보험금 청구로 이어졌다면 사기 또는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의 공범 여부까지 검토됩니다.
기한도 놓치기 쉽습니다. 약식명령을 받았다면 고지일로부터 7일 이내 정식재판을 청구해야 하고, 행정처분에 불복하는 소송은 처분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제기해야 합니다. 7일과 90일, 이 두 숫자는 지나가면 되돌릴 방법이 없습니다.
상담 오실 때는 출석요구서, 해당 환자 진료기록 사본, 발급한 진단서 전부, 보험사에서 온 문서를 챙겨 오시면 됩니다. 첫 자리에서는 사실관계를 시간 순으로 복원한 뒤, 다툴 지점과 인정할 지점부터 나눕니다. 진단 당시의 판단이 합리적이었다면, 이제 남은 일은 그 합리성을 기록으로 증명해내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