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병원을 운영하는 대표원장이 다른 지역의 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하거나 시술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같은 브랜드를 사용하는 네트워크병원이거나 원장들끼리 친분이 있다면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특히 급여나 수익배분을 받지 않고 일시적으로 진료를 도와준 것이라면 단순한 협진이나 무급 지원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의료법 위반 여부는 돈을 받았는지가 아니라, 해당 의사가 다른 병원에서 어떤 방식으로 진료했고 그 병원의 운영에 어디까지 관여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아래에서는 의료기관을 개설한 대표원장이 급여를 받지 않고 다른 병원에서 진료할 수 있는지, 일시적인 협진과 상시근무는 어떻게 구분되는지, 복수 의료기관 운영으로 조사받는다면 어떤 자료를 확인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급여를 받지 않았다면 다른 병원에서 진료해도 될까요?
급여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병원에서의 진료가 적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의료법은 원칙적으로 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않고 의료업을 하거나, 자신이 소속된 의료기관 밖에서 의료업을 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의사·치과의사·한의사 등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습니다.
급여명세서가 없더라도 다른 병원에서 1년간 일정한 스케줄에 따라 비급여 시술을 반복했다면, 일시적인 협진보다 상시적인 진료로 평가될 가능성이 큽니다. 비급여 진료였다는 사실도 의료법 적용을 피할 수 있는 사유가 되지는 않습니다.
결국 무급 근무는 수익을 나누지 않았다는 하나의 자료일 뿐, 실제로 다른 병원에서 계속 의료업을 했는지가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봉직의의 타 병원 근무와 대표원장의 진료는 무엇이 다른가요?
봉직의는 의료기관 개설자가 아니므로 적법한 신고와 근무 절차를 갖춘다면 두 곳 이상의 의료기관에서 근무할 여지가 있습니다. 반면 대표원장은 자신의 면허로 개설한 의료기관을 책임지고 운영하는 지위에 있습니다. 의료법상 1인 1개설·운영 원칙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다른 의료기관에서 정기적으로 환자를 진료하는 경우 훨씬 엄격하게 판단될 수 있습니다.
물론 대표원장이 자신의 병원이 아닌 곳에서 진료했다고 해서 모든 경우가 곧바로 복수 의료기관 운영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응급환자를 진료하거나, 의료법이 정한 범위에서 다른 의료기관의 시설·장비와 인력을 이용해 협진하는 등 예외적인 상황도 존재합니다.
다만 이러한 예외를 폭넓게 해석하기는 어렵습니다. 법제처도 의료기관 개설자는 원칙적으로 자신이 개설한 의료기관에서 의료업을 해야 하며, 환자의 요청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의료기관에서 계속 진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했습니다.
따라서 하루 동안 긴급하게 진료를 지원한 경우와, 별도의 예약표를 두고 수개월 또는 1년간 정기적으로 시술한 경우는 다르게 판단될 수 있습니다. 형식상 '초빙진료'라고 불렀더라도 실제 근무 방식이 상시근무에 가까웠다면 명칭만으로 적법성이 확보되지는 않습니다.
직원 채용과 결제까지 관여하면 복수 의료기관 운영일까요?
다른 병원에서 진료한 것에 더해 직원 채용, 의료진 스케줄, 제품 구매와 결제 등에 관여했다면 복수 의료기관 운영 문제가 더욱 구체화됩니다.
다른 원장 명의로 적법하게 개설된 병원이라도, 외부 대표원장이 이러한 경영사항을 실질적으로 결정했다면 복수 의료기관 운영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 역시 병원 개설 과정과 자금 조달 방식, 의사결정 구조, 실무자에 대한 지휘·감독권, 운영성과의 분배 등을 종합해 각 병원이 독자적으로 운영됐는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단순한 협력이나 경영지원 수준을 넘어 특정 의료인이 두 병원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했다면 1인 1개설·운영 원칙을 위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대법원 2018도10779 판결).
따라서 외부 대표원장이 제품 구매를 승인하고 직원 채용 여부를 결정하거나 의료진의 스케줄을 직접 조정했다면, 진료를 도와준 사람이 아니라 실질적인 운영자였다는 증거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서울 병원의 명의상 대표원장 역시 이러한 관여 사실을 알면서 운영권한을 제공하거나 외부 원장의 지시를 직원들에게 따르도록 했다면, 공동책임이나 방조 여부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직원이 신고했다면 무엇부터 확인해야 할까요?
병원 직원은 관할 보건소에 민원을 제기하거나 경찰·검찰에 의료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조사기관은 당사자들의 설명보다 실제 진료·인사·결제 기록을 통해 누가 병원을 운영했는지 확인하게 됩니다.
만일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진료만 했다면, 서울 병원의 인사·계좌·결제·수익배분에 권한이 없었다는 자료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반대로 실제로 운영에 관여했다면 사후에 근로계약서나 초빙진료계약서를 만들어 형식을 바꾸거나 기존 메시지를 삭제해서는 안 됩니다. 문서의 작성 시점과 전산 수정이력이 확인되면 별도의 증거인멸 의심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의료법상 복수 의료기관 개설·운영이 인정되면 관련 의료인에게 형사책임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병원에 대해서도 행정조사와 의료업 정지·폐쇄 등 제재 가능성을 검토해야 합니다. 건강보험 진료비가 청구됐다면 공단의 지급보류나 환수 문제로도 확대될 수 있지만, 의료법 위반이 의심된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요양급여비용이 언제나 자동 환수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청구 내용과 국민건강보험법상 환수 요건을 별도로 따져야 합니다.
급여를 받지 않고 다른 병원에서 진료했다는 사실은 운영 수익을 공유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급이었는지가 아니라, 다른 병원에서 얼마나 지속적으로 진료했고 인사·자금·스케줄과 수익에 어떤 권한을 행사했는지가 의료법 위반 여부를 좌우합니다.
따라서 신고나 조사가 시작됐다면 급여명세서가 없다는 점만 강조하기보다, 진료 기간과 방식, 근무 신고, 진료기록의 작성 주체, 수납금 귀속, 경영 의사결정 구조를 함께 정리해야 합니다. 같은 무급 진료라도 일시적인 협진인지, 사실상 상시근무나 복수 병원 운영이었는지에 따라 법적 결론과 대응 방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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