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으로 개설된 병원인 줄 알고 취업해 환자를 진료했는데, 퇴사한 뒤 해당 병원이 사무장병원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연락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수사기관은 봉직의를 상대로 누가 의사를 채용했는지, 진료비 청구에 관여했는지 등을 확인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병원에 지급한 요양급여비용의 환수 절차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때 봉직의 입장에서 가장 걱정하게 되는 것은 불법 사무장병원으로 확인되는 경우 자신이 진료한 환자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비까지 반환해야 하는지입니다.
그러나 병원에 지급된 '요양급여비용'과 봉직의가 근로의 대가로 받은 '급여·월급'은 구분해야 합니다. 사무장병원에서 근무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봉직의가 병원의 요양급여비를 반환하는 것은 아니며, 개설 명의를 제공했거나 병원 운영과 청구에 관여했다면 책임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오늘은 사무장병원인 줄 모르고 진료만 한 봉직의에게도 요양급여비 환수와 형사책임이 발생하는지, 수사 연락을 받았다면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근무한 병원이 사무장병원이라면 모든 급여비가 환수될까요?
의료법은 의사·의료법인 등 법에서 정한 자만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비의료인이 자금을 투자하고 의사를 고용한 뒤 그 의사나 의료법인의 명의를 이용해 병원의 인사·회계·수익을 실질적으로 지배했다면 사무장병원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또한 사무장병원은 의료법상 적법하게 개설된 의료기관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을 수 없습니다. 실제 의료인이 환자를 정상적으로 진료했고 진료 내용 자체에 허위가 없더라도, 불법 개설 의료기관이라는 이유로 공단이 지급한 요양급여비용은 환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환수되는 '급여비'는 건강보험공단이 병원에 지급한 요양급여비용을 의미합니다. 봉직의가 근로계약에 따라 매달 받은 월급과는 개념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봉직의가 월 1천만원의 급여를 받고 1년간 근무했더라도, 그 의사가 1억2천만원의 월급을 곧바로 공단에 반환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반대로 병원이 해당 기간 공단으로부터 10억원을 지급받았다면 환수 문제는 원칙적으로 그 요양기관과 개설자·실질 운영자를 중심으로 발생합니다.
즉, 봉직의가 자신의 명의를 개설신고에 제공하지 않았고 병원 운영이나 요양급여 청구에도 관여하지 않은 채 정해진 급여를 받고 진료만 했다면, 일반적으로 병원 전체의 환수 책임을 부담하는 개설자와는 구별됩니다.
병원이 사무장병원인 줄 몰랐다면 봉직의는 책임지지 않을까요?
봉직의의 형사책임은 병원이 사무장병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가담했는지가 중요합니다.
만일 다음과 같은 사정이 있다면 사무장병원임을 몰랐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계약서와 달리 실제로는 비의료인에게 직접 채용돼 운영 지시를 받았거나, 병원의 수익 구조와 개설 경위를 알고 있었다면 수사기관은 단순 근무자가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법원은 병원장으로 근무한 의사가 사무장과 직접 월급·차량 제공을 약정하고, 사무장이 투자자들로부터 위임받아 병원을 운영한다는 설명까지 들은 사건에서 사무장병원임을 몰랐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의료법 위반이나 사기죄의 공범·방조범으로 처벌하려면 적어도 비의료인이 병원을 실질적으로 개설·운영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이를 도왔다는 점이 입증돼야 합니다.
봉직의가 요양급여비를 반환하게 되는 경우도 있나요?
근로계약서에 '봉직의'라고 기재돼 있더라도 실제 역할이 개설명의자나 공동운영자에 가까웠다면 요양급여비 환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자신의 의사면허와 명의를 이용해 의료기관을 개설하도록 한 경우에는 단순 봉직의가 아닙니다. 병원 통장이나 공동인증서를 개설하고 요양급여비를 청구·수령했다면, 실제 수익을 사무장이 가져갔더라도 명의상 개설자에게 환수처분이 내려질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공단은 명의상 개설자와 비의료인 실질 개설자에게 요양급여비용 징수처분을 할 수 있습니다. 형사절차에서도 의료법 위반뿐 아니라 공단을 속여 요양급여비용을 받은 사기죄의 공동정범 또는 방조범인지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명의상 개설자에게 항상 병원의 요양급여비 전액을 환수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명의자의 역할과 불법성 정도, 운영수익의 귀속, 얻은 이익, 조사 협조 여부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전액을 징수하면 재량권 일탈·남용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20. 6. 4. 선고 2015두39996 판결)
다만 이는 환수 책임이 자동으로 사라진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개설명의를 제공했다면 환수처분의 상대방이 될 수 있고, 구체적인 가담 정도를 근거로 환수액 산정과 감액 여부를 다투게 됩니다.
수사기관이나 공단에서 연락받았다면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요?
수사기관은 비의료인이 진료에 간섭했는지만 보는 것이 아닙니다. 개설자금을 누가 부담했는지, 의사를 누가 채용했는지, 공단에서 지급된 요양급여비를 누가 관리하고 가져갔는지, 병원의 손실을 누가 부담했는지를 종합해 실질 개설자를 판단합니다.
따라서 사무장이 직원 채용과 회계를 담당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사무장병원이라고 단정해서도 안 됩니다. 특히 의료법인형 병원은 비의료인이 경영에 관여했다는 사실만으로 불법 개설이 되는 것은 아니며, 법인 설립과 재산 출연이 형식에 불과했는지, 법인 재산이 개인에게 부당하게 유출됐는지 등을 추가로 살펴야 합니다.
경찰 진술과 공단 조사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르게 설명하면 단순 봉직의라는 주장의 신뢰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당시에는 알지 못했지만 언제 어떤 사실을 통해 의심하게 됐는지, 이후에도 계속 근무한 이유와 퇴사 과정은 무엇이었는지도 시간순으로 정리해야 합니다.
사무장병원에서 근무했다는 사실만으로 봉직의가 받은 월급이나 병원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전부를 자동으로 반환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명의를 개설에 제공했는지, 비의료인의 실질 운영을 알았는지, 공단 청구와 병원 수익에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에 따라 단순 근무자와 환수·처벌 대상이 구분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수사나 공단 조사가 시작됐다면 월급을 받았다는 사실만 해명하기보다 개설 명의, 채용 관계, 진료비 청구, 계좌 관리와 수익 귀속을 보여주는 자료부터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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