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공직선거법 변호사, 법무법인 양영&정훈 대표변호사 양영희입니다.
전남 고흥군의원이 선거구 주민들에게 감자 39박스를 제공한 혐의로 의원직 상실 위기에 놓였습니다.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은 2026년 8월 13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고흥군의원에게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함께 기소된 배우자에게도 벌금 80만 원이 선고됐습니다.
군의원 측은 과거 판매한 고구마의 품질에 불만이 제기돼 보상 차원에서 감자를 제공했고, 일부는 연말연시 감사의 뜻으로 전달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고구마 구매자에게 전달된 감자는 18박스에 불과하고, 고구마를 구매하지 않은 지지자 모임의 SNS 단체방 회원들에게도 감자가 제공됐다며 기부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해당 군의원은 판결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하게 됩니다.
선거를 앞두고 표를 부탁하며 선물을 돌린 것도 아닌데 왜 공직선거법 위반이 된 것일까요?
아래에서는 선거기간이 아닐 때도 기부행위가 금지되는지, 상품 보상이나 감사 표시로 준 선물은 어떻게 판단하는지, 배우자가 대신 선물을 제공해도 책임을 지는지, 벌금 100만 원을 받으면 언제 의원직을 잃게 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선거기간이 아닌 때에도 기부행위가 금지되나요?
국회의원·지방의원·지방자치단체장과 후보자 또는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은 선거구민 등에 대한 기부행위를 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 제한은 선거운동기간에만 적용되는 규정이 아닙니다.
공직선거법 제113조에는 별도의 기간 제한이 없으므로 현직 지방의원이 선거가 없는 해에 선물을 제공하더라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다음 선거의 후보자로 정식 등록하기 전이거나 선거운동을 시작하기 전이라는 이유로 허용되는 것도 아닙니다.
기부행위에는 현금이나 고가의 물품만 포함되는 것이 아닙니다. 농산물, 명절 선물, 음식물, 상품권, 관광이나 교통편의 등 재산상 이익을 무상으로 제공하거나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약속하는 행위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금액이 많지 않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원칙적으로 해당 의원의 선거구 안에 있는 사람·기관·단체·시설, 선거구민의 모임이나 행사, 선거구 밖에 있더라도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사람 등을 상대로 재산상 이익을 제공했다면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향우회나 지지자 단체처럼 선거구민이 포함된 모임에 물품을 제공한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공직선거법 제112조 제2항이 정한 통상적인 정당 활동, 의례적 행위, 구호·자선 행위 등에 해당하면 기부행위로 보지 않는 예외가 있습니다. 따라서 물품을 제공했다는 사실만으로 결론을 내리기보다 제공한 사람과 상대방의 관계, 제공 목적과 시기, 물품의 가액 및 법정 예외 해당 여부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물건값 보상이나 감사 표시로 준 선물도 기부행위일까요?
상품의 하자를 보상하기 위해 같은 가치의 물건을 제공하거나 환불한 것이라면 원칙적으로 무상으로 재산상 이익을 준 기부행위와는 구분할 수 있습니다. 실제 거래관계에서 발생한 채무를 이행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보상'이라는 명목을 붙였다고 해서 기부행위가 아니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선물을 받은 사람에게 실제 보상받을 사유가 있었는지, 제공된 물품의 범위가 손해에 상응하는지, 보상 대상이 아닌 사람에게도 선물을 주었는지를 확인합니다.
고흥군의원 사건에서도 이 부분이 유무죄를 가른 핵심이 됐습니다. 군의원 측은 고구마 품질에 대한 보상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감자 39박스 중 실제 고구마 구매자에게 제공된 것은 18박스에 불과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고구마를 사지 않은 주민과 지지자 단체방 회원들에게까지 감자가 전달됐다는 점에서 전부를 상품 보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본 것입니다.
연말연시 감사 표시였다는 주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선거구민이나 지지자에게 감사의 뜻으로 무상 선물을 제공하는 행위 자체가 공직선거법이 제한하는 기부행위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보상 목적으로 물품을 제공했다면 적어도 다음 자료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보상 대상자보다 훨씬 많은 사람에게 물품을 제공하거나, 지지자 명단을 기준으로 전달했다면 사후에 보상 목적을 주장해도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배우자가 대신 선물을 돌려도 의원이 책임질까요?
배우자가 자신의 돈으로 물품을 구입하고 직접 전달했다는 이유만으로 의원의 책임이 당연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후보자 또는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의 배우자가 해당 후보자를 위해 기부행위를 하는 것도 공직선거법상 제한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배우자가 선물을 돌렸다는 사실만으로 의원에게 자동으로 형사책임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의원이 선물 제공을 지시하거나 동의했는지, 대상자 명단을 정했는지, 비용을 부담했는지, 전달 과정에 관여했는지 등을 통해 공모 관계를 판단합니다.
한편 배우자가 단독으로 기부행위를 했더라도 해당 선거와 관련해 법에서 정한 선거범죄로 징역형 또는 벌금 300만 원 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후보자의 당선무효까지 문제될 수 있습니다.
벌금 100만 원 이상 받으면 바로 의원직을 잃게 되나요?
우리나라 형사재판은 3심제로 진행됩니다. 1심 판결에 불복하면 항소할 수 있고, 항소심 판결에도 법률상 다툴 사유가 있다면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1심에서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의원직을 잃는 것은 아닙니다.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되거나 벌금 100만 원 미만으로 감형되고 그 형이 확정된다면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최종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가 됩니다.
이번 고흥군의원 사건에서는 과거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90만 원을 선고받은 전력이 양형에 불리하게 반영됐습니다. 재판부는 선거법의 엄중함을 알고 있었음에도 2년이 지나지 않아 다시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처럼 같은 물품 제공 사건이라도 제공 경위와 범행 가담 정도뿐 아니라 동종 범죄 전력, 제공 대상과 수량, 반복 여부, 범행을 부인하는 근거 등이 형을 정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미 물품 제공과 관련해 선관위의 확인 요청을 받았다면 대상자 명단, 구매·결제 자료, 실제 거래 또는 보상 내역, 전달 당시의 대화를 먼저 보존하시기 바랍니다.
특히 과거 선거법 위반 전력이 있다면 이번 행위가 이전 사건과 어떻게 다른지,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의 예외에 해당할 자료가 있는지를 조사 초기부터 구체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