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047분 읽기

압수 전 물건 폐기, 증거인멸죄 성립 기준과 가족·제3자 책임

경찰이 압수하지 않은 물건을 버려도 증거인멸죄가 될까요? 압수 전 폐기 시 성립 기준과 피의자 본인·가족·제3자의 책임 차이를 설명합니다.

최근 광주에서 발생한 고 이채원양 살인사건에서 피의자 장윤기의 차량과 주거지에서 발견된 물건이 제때 압수되지 않고, 이후 일부 물건이 폐기되거나 은닉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증거인멸 문제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아직 법원의 판단이 나오지 않은 사건인 만큼 구체적인 책임은 수사를 통해 가려져야 하지만, 이 사건은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을 남깁니다.

경찰이 현장에서 물건을 보고도 가져가지 않았다면 소유자가 마음대로 버려도 되는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경찰이 압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증거가 아닌 것은 아닙니다.

해당 물건이 타인의 범죄사실을 밝히는 데 필요한 자료라는 사실을 알면서 폐기하거나 숨겼다면 증거인멸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다만 누가 버렸는지, 누구의 사건에 관한 물건인지, 버릴 당시 증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오늘은 압수 전 물건을 폐기한 경우 증거인멸죄가 성립하는 기준과 본인·가족·제3자의 책임 차이를 살펴보겠습니다.

경찰이 압수하지 않았어도 형사사건의 증거가 될 수 있나요?

형법 제155조 제1항은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은닉·위조·변조한 사람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증거는 법원이 이미 증거로 채택했거나 경찰이 압수한 물건으로 한정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범죄 유무를 확인하는 데 관계있다고 인정되는 일체의 자료가 증거에 해당하며, 피의자에게 불리한 자료뿐 아니라 유리한 자료도 포함된다고 봅니다. 증거가치가 크거나 결정적일 필요도 없습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물건은 압수 전이라도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 범행에 사용됐거나 사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도구
  • 피의자가 범행 당시 착용한 옷과 신발
  • 혈흔·DNA·지문 등이 남아 있을 수 있는 물건
  • 차량 블랙박스와 메모리카드
  • 휴대전화·노트북·저장장치
  • 범행 전후 행적이 적힌 메모와 영수증
  • 피해자나 목격자와 주고받은 문자·녹음파일
  • 결국 기준은 경찰의 압수 여부가 아니라 해당 물건이 형사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데 사용될 수 있는 자료인지입니다.

    수사가 시작되기 전에 버린 물건도 증거인멸죄가 될까요?

    증거인멸죄는 경찰이 정식으로 입건하거나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은 이후에만 성립하는 범죄가 아닙니다.

    대법원은 증거를 없앨 당시 아직 수사가 시작되지 않았더라도, 그 사건이 장차 형사사건으로 수사될 수 있었다면 증거인멸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나중에 해당 사건이 불기소되거나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되더라도 증거인멸죄의 성립에 당연히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2026.1.25.선고2024도15728판결)

    예를 들어 범행 직후 가족이나 지인이 피의자의 옷을 태우거나, 차량 내부를 세차하거나,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없앴다면 경찰 수사가 시작되기 전이었어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물건을 버렸다는 결과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폐기한 사람이 그 물건이 타인의 형사사건과 관련된 증거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어야 합니다. 평소처럼 쓰레기를 정리하면서 범죄와 관련된 물건인지 전혀 모르고 버렸다면 증거인멸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경찰이 이미 다녀갔거나 피의자가 체포됐다는 사실을 알면서 물건을 급히 폐기했다면, 폐기 시점과 방법, 피의자와의 대화 내용 등을 근거로 증거인멸의 고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피의자가 자기 물건을 직접 버린 경우에도 처벌받나요?

    형법상 증거인멸죄는 원칙적으로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없앤 경우에 성립합니다. 따라서 피의자가 자기 형사사건의 증거가 되는 물건을 직접 없앤 행위는 별도의 증거인멸죄로 처벌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피의자의 방어권을 고려한 결과입니다.

    다소 납득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예를 들어 절도 피의자가 자신이 입었던 옷을 버린 경우와 그 사실을 알고 있던 친구가 대신 옷을 버린 경우는 법적 평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전자는 자기 사건의 증거를 없앤 것이지만, 후자는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없앤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피의자가 다른 사람에게 증거를 없애도록 지시해도 언제나 처벌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자신의 증거인멸을 부탁한 행위도 원칙적으로는 처벌하지 않지만, 행위 방법과 내용, 부탁받은 사람과의 관계, 형사사법절차에 미치는 위험 등을 종합해 방어권을 남용한 경우에는 증거인멸교사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봅니다.

    또한 증거를 없애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물건을 손괴하거나 공무원을 협박하고, 허위 증거를 만들어 타인에게 책임을 돌렸다면 재물손괴·공무집행방해·무고 등 별도의 범죄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부모가 체포된 자녀의 물건을 버려도 처벌되지 않나요?

    가족이 수사 대상자의 물건을 대신 버린 경우에는 형법 제155조 제4항의 친족 특례를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친족이나 동거 가족이 본인을 위해 증거인멸죄를 범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규정입니다.

    따라서 부모가 자녀를 보호할 생각으로 자녀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없앴다면 행위 자체는 증거인멸죄의 요건에 해당하더라도 친족 특례에 따라 처벌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가족이면 무조건 모든 책임을 피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가족이 원래 범죄에 공범으로 관여했다면 자신이 처벌받지 않기 위해 자기 사건의 증거를 없앤 것인지, 자녀의 증거를 없앤 것인지부터 따져야 합니다. 폐기한 물건이 자녀뿐 아니라 친족이 아닌 다른 공범의 사건과도 관련돼 있다면 특례 적용 범위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또한 경찰관에게 돈을 건네 수사정보를 알아내거나, 목격자에게 허위 진술을 요구하고, 범죄수익을 다른 계좌로 옮기는 등 별개의 범죄를 저질렀다면 친족 특례만으로 처벌을 피할 수 없습니다. 특히 경찰관이 수사정보를 알려주고 증거의 폐기·은닉을 도왔다면 공무상비밀누설, 직권남용, 직무유기 등 별도의 책임까지 검토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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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웅

    김정웅변호사

    민사 · 노동/산재 · 형사 · 부동산 · 교통사고 · 파산/회생 · 기업법무 · 의료 · 성범죄 · 행정 · 이혼/가사전남법무법인 양영앤정훈

    2013. 장흥군, 강진군 자문변호사 2018. 삼성전자 광주법인 자문변호사 2020. 장흥군의회 자문변호사 장흥교도소, 장흥경찰서, 장흥군, 강진군 다수 위원회 위원 활동 전) 법무법인 정훈 대표변호사 現 법무법인 양영&정훈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양영&정훈은 광주와 전남 지역의 든든한 법률 파트너로서 고객의 권리와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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