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광주 서구의 한 종합병원에서는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직원 임금체불과 의료진 이탈이 동시에 발생했습니다. 의사들이 잇달아 퇴사하면서 일부 진료과 운영에 차질이 생겼고, 병원을 찾은 환자들에게까지 영향이 이어졌습니다.
병원이 회생을 준비하는 상황에서도 직원 급여, 약품대금, 임대료, 의료장비 리스료 등 당장 지급해야 할 돈은 계속 발생합니다. 특히 핵심 진료과 의사의 급여까지 밀렸다면 병원장 입장에서는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운영자금이 부족한데 의사 급여부터 먼저 지급해야 하는 걸까요? 이 글에서는 병원 회생 시 의사들의 미지급 급여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밀린 봉직의 급여도 회생계획에 넣어 나눠 갚을 수 있나요?
일반적인 약품대금이나 금융기관 대출금은 회생절차 개시 전에 발생했다면 원칙적으로 회생채권으로 분류됩니다. 이후 회생계획에 따라 변제기간이나 변제금액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근로자의 임금과 퇴직금은 다릅니다.
채무자회생법 제179조 제1항 제10호는 채무자의 근로자에 대한 임금·퇴직금 및 재해보상금을 공익채권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공익채권은 회생계획에 포함해 일반 회생채권처럼 감면하거나 장기간 나누어 갚는 채권이 아닙니다.
같은 법 제180조는 공익채권을 회생절차에 의하지 않고 수시로 변제하고, 회생채권과 회생담보권보다 우선해 변제하도록 규정합니다.
따라서 병원에서 근로자로 일한 봉직의의 밀린 월급이라면, 회생 신청 전에 발생한 임금이라고 하더라도 단순히 회생에 넣어서 나중에 갚겠다고 처리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회생 신청 이후에도 계속 근무하는 의사의 신규 급여까지 연체된다면 의료진 이탈로 진료과가 중단되고 병원 매출이 감소하면서 회생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법적 우선순위뿐 아니라 병원을 계속 운영하기 위해서도 의료진 급여에 대한 현실적인 지급계획이 필요합니다.
계약서에 프리랜서 의사라고 되어 있으면 달라질까요?
여기서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병원에서 돈을 받는 의사라고 해서 미지급 보수가 모두 '근로자의 임금'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병원과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매일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면서 병원의 인사·근무규정에 따라 진료하고 월 고정급을 받는 봉직의라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자신의 판단에 따라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진료 실적 등에 따라 수익을 배분받는 등 실질적으로 위임·용역계약 관계에 있는 의사라면 미지급 보수의 법적 성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계약서 제목이 아닙니다. 대법원은 근로자 여부를 판단할 때 계약이 고용계약인지, 위임계약인지와 같은 형식보다 실제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종속적으로 근무했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합니다. 근무시간과 장소가 정해져 있었는지, 업무에 대한 지휘·감독을 받았는지, 고정급이 있었는지, 독립적으로 사업상 손익을 부담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봅니다.
따라서 병원이 의사의 보수를 사업소득으로 처리했거나 3.3%를 원천징수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근로자가 아니라고 단정해서도 안 됩니다.
실제로 회생절차에서도 제179조가 말하는 '채무자의 근로자'인지 여부는 채무자인 병원과 직접적인 사용·종속관계가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다른 병원 소속 전공의를 파견받은 사건에서는 해당 전공의들이 회생병원의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파견대금채권을 공익채권으로 인정하지 않은 대법원 판례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의사 급여를 다른 돈보다 무조건 먼저 지급해야 하나요?
여기서는 '우선변제'의 의미를 정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근로자인 의사의 임금이 공익채권이라면 일반적인 금융기관 대출금이나 과거 약품대금 같은 회생채권보다 우선적으로 변제해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병원 통장에 돈이 들어오는 즉시 다른 모든 비용을 제쳐두고 의사 급여부터 전액 지급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병원 회생에서는 의사 급여 외에도 간호사와 직원의 임금, 회생절차 진행에 필요한 비용, 신청 후 병원 운영 과정에서 새로 발생한 일정한 채무 등 여러 공익채권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병원 재산이 모든 공익채권을 지급하기에도 부족한 것이 명백해진 경우에는 원칙적인 우선순위만으로 처리되지 않습니다. 채무자회생법 제180조 제7항은 법원의 허가를 받아 사업 계속을 위해 차입한 일부 자금채권을 우선한 뒤, 그 밖의 공익채권은 원칙적으로 미변제 채권액의 비율에 따라 변제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자금이 부족한 병원이 특정 의사 한 명의 밀린 급여만 전액 지급하고 다른 직원의 체불임금이나 필수 운영비를 전혀 지급하지 않는 방식이 항상 적절한 것은 아닙니다.
병원 전체의 공익채권 규모와 앞으로 발생할 급여, 건강보험 급여 입금 일정, 필수 운영비를 함께 계산해 지급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핵심 의사가 퇴사를 예고하면 그 사람 급여부터 지급해도 될까요?
실무에서는 이 문제가 가장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응급실을 담당하는 전문의나 특정 수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의사가 이번 주까지 밀린 급여를 지급하지 않으면 퇴사하겠다고 하는 상황입니다.
이 의사가 나가면 해당 진료과가 사실상 운영되지 않아 병원 매출이 크게 감소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병원을 계속 운영하기 위해 해당 의료진의 체불급여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할 필요성은 분명히 커집니다.
그러나 단순히 이 의사가 중요하니까 먼저 지급한다는 식으로 처리하기보다, 현재 체불임금 전체 규모, 해당 의사의 근로자 여부, 다른 직원들의 공익채권, 지급 가능한 자금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특히 회생절차가 이미 개시됐다면 관리인과 법률대리인을 통해 지급 방식이 회생절차상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동시에 병원은 체불급여를 지급하는 것만으로 문제를 끝내서는 안 됩니다. 다음 달에도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결국 의료진은 다시 퇴사를 고민하게 됩니다.
따라서 건강보험 급여와 비급여 매출에서 매월 인건비를 얼마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 유지해야 할 핵심 의료진은 누구인지, 적자 진료과를 조정할 필요가 있는지까지 함께 분석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