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건설업계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중견 건설사의 법인회생 신청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2024년 한국건설과 남양건설에 이어 2025년에는 영무토건이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올해 1월에는 광주·전남 중견 건설사인 삼일건설도 회생절차를 신청했습니다. 2026년 6월에는 앞서 회생절차가 한 차례 폐지됐던 유탑건설·유탑엔지니어링·유탑디앤씨에 대해 광주회생법원이 다시 회생절차 개시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렇게 원청 건설사가 잇달아 법인회생에 들어가면 그 현장에서 공사를 해온 하도급업체도 자금난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이미 공사를 끝냈는데 기성금을 받지 못했거나, 공사는 계속되고 있는데 다음 달 자재비와 직원 급여를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도 생깁니다.
그렇다면 원청이 회생에 들어간 경우 밀린 하도급 공사대금은 회생절차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할까요?
오늘은 원청 건설사가 회생을 신청했을 때 기존에 밀린 하도급 공사대금은 어떻게 되는지, 발주자에게 직접 받을 수 있는 경우는 언제인지, 회생 후에도 공사를 계속해야 한다면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회생 절차 개시 전에 밀린 공사대금은 언제 받을 수 있나요?
먼저 공사대금이 회생절차 개시 전에 이미 발생한 채권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원청 건설사가 회생절차 개시 전에 하도급업체가 공사를 완료해 기성대금이 발생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미수금은 원청에 대한 회생채권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법원도 회생절차 개시 전에 시공한 부분에 대한 하도급대금채권을 채무자회생법상 회생채권으로 본 사례가 있습니다. 이 경우 해당 공사대금은 원칙적으로 회생절차 밖에서 원청으로부터 개별적으로 변제받는 것이 아니라, 회생채권으로 신고한 뒤 인가된 회생계획에서 정한 조건에 따라 변제받게 됩니다.
따라서 원청의 회생 개시결정을 확인했다면 먼저 법원이 정한 회생채권 신고기간을 확인해야 합니다.
계약서, 세금계산서, 기성확인서, 공사일보, 원청과 주고받은 정산자료 등을 기준으로 미지급 공사대금을 확정하고 채권목록에 제대로 반영됐는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중요한 예외가 있습니다.
바로 발주자에게 하도급대금을 직접 청구할 수 있는 경우입니다.
원청이 회생하면 발주자에게 공사대금을 직접 받을 수 있나요?
하도급법 제14조는 원사업자가 지급정지·파산 또는 이에 준하는 사유로 하도급대금을 지급할 수 없게 된 경우 수급사업자가 직접 지급을 요청하면, 일정한 범위에서 발주자가 하도급업체에 직접 지급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원청이 하도급대금을 2회분 이상 지급하지 않았거나,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발주자·원청·하도급업체 사이에 직접지급 합의를 한 경우에도 직불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에도 유사한 직접지급 규정이 마련돼 있습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원청이 회생 신청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하도급업체의 돈이 자동으로 발주자 직불로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해당 거래에 하도급법 또는 건설산업기본법이 적용되는지, 직접지급 사유가 실제로 발생했는지, 발주자에게 지급해야 할 원도급 잔금이 남아 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합니다.
법원은 원사업자에 대한 회생절차가 개시됐더라도 요건을 갖춘 하도급업체의 발주자에 대한 직접지급 청구가 회생절차 때문에 당연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사례도 있습니다.
따라서 원청이 회생에 들어갔다면 회생채권 신고만 하고 기다리기 전에 발주자 직접지급 가능성부터 별도로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직접지급을 요구하면 미지급 공사대금을 전부 받을 수 있나요?
이 부분에서 오해가 가장 많습니다.
발주자에게 직불을 요구할 수 있는 요건을 갖췄다고 해서 원청이 밀린 공사대금을 발주자가 무조건 전액 대신 지급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도급법 시행령은 발주자가 원사업자에게 지급해야 할 대금의 범위에서 직접지급 의무를 부담하도록 정하고 있고, 2026년 4월 대법원도 건설산업기본법상 직접지급 사건에서 같은 기준을 확인했습니다. 발주자의 직접지급 책임은 원청에게 아직 지급해야 할 원도급대금을 한도로 하며, 이미 지급된 기성금 등을 고려해 직불 범위를 계산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예를 들어 하도급업체가 3억 원을 받지 못했더라도 발주자가 원청에게 지급해야 할 공사대금이 1억 원밖에 남아 있지 않다면, 원칙적으로 발주자에게 3억 원 전부를 청구할 수 있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직접지급을 요청하는 시점도 중요합니다.
하도급법 시행령 제9조에 따르면 직접지급 요청은 그 의사표시가 발주자에게 도달한 때부터 효력이 발생하고, 도달 사실은 하도급업체가 입증해야 합니다.
여러 하도급업체가 동시에 미수금을 갖고 있거나 원청의 다른 채권자가 원도급대금채권을 압류한 상황이라면 직불 요청과 압류의 선후관계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원청의 자금난이나 회생 신청을 알게 된 뒤에도 막연히 "조금 더 기다리면 주겠지"라고 생각하다가 직불 요청 시기를 놓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회생 후 공사를 계속한다면 새 공사대금은 어떻게 받아야 하나요?
현장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바로 이런 상황입니다.
원청이 회생을 신청한 뒤에도 "현장을 멈추면 더 큰 손해가 난다"며 하도급업체에 계속 시공해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에는 기존 미수금과 앞으로 새로 발생할 공사대금을 반드시 분리해서 봐야 합니다.
회생 개시 전에 발생한 기성대금은 회생채권으로 처리될 수 있는 반면, 회생절차 개시 후 관리인이 공사를 계속하기 위해 새롭게 거래하거나 계약의 이행을 계속하면서 발생한 대금은 계약관계와 발생 경위에 따라 공익채권으로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채무자회생법 제179조는 회생절차 개시 후 관리인이 회사의 업무와 재산에 관해 한 행위로 발생한 일정한 청구권을 공익채권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공익채권으로 인정된다면 회생계획이 인가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회생절차 진행 중에도 지급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존에 2억 원을 못 받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추가 공사비까지 모두 같은 조건으로 계속 외상 시공하기보다, 다음 사항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광주·전남처럼 중견 건설사의 회생이 연이어 발생하는 상황에서는 원청의 회생 소식을 확인한 뒤 채권신고 기간이 지나거나 발주자의 원도급 잔금이 모두 지급된 이후에 대응하기보다, 미수금이 발생한 단계에서 회생채권 신고와 발주자 직불 가능성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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