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 중에 배우자가 도어락 비밀번호를 바꿨더라도, 그 사실만으로 곧바로 법적 책임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결론을 가르는 것은 그 집에 내가 들어갈 권리가 어디서 나오느냐입니다. 소유 명의, 그 집에서 함께 산 기간, 별거를 누가 어떤 사정으로 시작했는지가 그 근거가 되고, 근거에 따라 쓸 수 있는 수단이 달라집니다.
'비밀번호만 바꿨는데 이게 불법은 아닌가요'
비밀번호를 바꾼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규정은 없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는 형사보다 부부 사이의 의무에서 출발합니다. 민법 제826조 제1항은 부부가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해야 한다고 정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배우자를 집에서 막는 것은 이 의무와 부딪힙니다.
'정당한 이유'는 양쪽 모두에 걸립니다. 상대의 폭행이나 외도 때문에 내가 집을 나왔다면 문을 막은 쪽의 사정이 약해집니다. 반대로 내가 먼저 짐을 싸서 나가 오래 연락 없이 지냈다면, 잠금 변경을 위법하다고 보기 어려워집니다.
지금 도어락 앞에서 번호를 몇 번씩 눌러 보셨거나, 문자를 보내 놓고 답을 기다리고 계실 수 있습니다. 여기서 알아 둘 점은 동거의무 위반이 곧 문을 열게 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법원이 동거를 명해도 상대를 강제로 집에 들이게 하는 방식의 집행은 어렵기 때문입니다. 의무 위반은 뒤에서 보듯 이혼 사유와 위자료를 다툴 때 힘을 갖습니다.
'그 집이 제 명의인데도 안 되나요'
명의는 중요한 근거이지만, 이혼 전 부부 사이에서는 명의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내 단독 명의라면 민법 제214조의 소유물 방해제거 청구가 동거의무와 겹쳐 근거가 두 겹이 됩니다. 공동명의라면 공유자는 지분 비율로 공유물 전부를 쓸 수 있으므로(민법 제263조), 한쪽이 출입을 막는 것은 다른 공유자의 사용권을 침해하는 일입니다.
상대 단독 명의일 때가 가장 어렵습니다. 소유권 근거가 없으니 동거의무와 그 집이 부부 공동생활의 터전이었다는 사실에 기대야 합니다. 오래 함께 산 집이라면 거주 권리를 주장할 여지가 크지만, 별거가 길어지고 혼인이 사실상 끝난 상태로 평가되면 그 여지는 줄어듭니다.
전월세 집은 계약서의 임차인이 누구인지보다 함께 살았는지가 먼저 보입니다. 계약자가 상대여도 가족으로 함께 산 집이었다면 내 점유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그 힘이 어디까지인지는 별거 기간과 짐이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명의가 상대 쪽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불리한 싸움은 아닙니다.
'업체를 부르거나 경찰을 부르면 안 되나요'
직접 문을 여는 방법이 가장 위험합니다. 형법 제319조 제1항은 사람의 주거에 침입한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고, 부부라고 해서 이 조항에서 빠지지 않습니다. 도어락을 부수면 재물손괴(형법 제366조) 문제도 따라옵니다.
다만 모든 출입이 침입은 아닙니다. 함께 살던 집에서 잠시 나와 있는 사람과, 짐을 빼고 오래 따로 산 사람은 같은 출입이라도 다르게 평가됩니다. 전자는 아직 그 집의 거주자로 볼 여지가 커서 형사 책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습니다. 후자는 상대의 단독 거주 공간에 들어가는 것으로 판단될 수 있고, 짐이 남아 있는지, 주민등록이 그 집에 있는지, 연락이 이어졌는지가 그 재료입니다.
가정해 보겠습니다. 10년을 산 집에서 나와 친정에 석 달째 머물며 옷과 책을 그대로 두었고 남편과 문자도 주고받고 있다면, 그 집은 여전히 내 생활 근거지로 볼 여지가 큽니다. 같은 석 달이라도 짐을 모두 빼고 다른 집에 임대차 계약까지 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경찰에 신고하면 어떻게 될까요. 출동한 경찰은 집을 둘러싼 부부 다툼을 민사 문제로 보고 출입을 도와주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가 폭행이나 협박을 했다면 가정폭력 사건으로 접수되어 접근금지 같은 임시조치가 가능합니다. 반대로 상대가 내 출입 시도를 주거침입으로 고소할 수도 있으니, 문 앞에서 실랑이한 장면이 남는 것만으로도 손해입니다.
'법원에서는 무엇을 해 줄 수 있나요'
법원 절차의 중심은 이혼 소송과 그 안의 사전처분이고, 명의에 따라 민사 절차가 하나 더 붙습니다. 순서는 이렇습니다.
사전처분은 소송이 접수되기 전에는 신청할 자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상황이 급하면 소 제기 시점이 앞당겨집니다. 또 재판부의 재량 영역이라, 출입을 허용하는 처분이 항상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별거 경위, 상대의 거주 사정, 자녀가 그 집에 있는지가 결과를 가릅니다.
이 단계에서 흔한 실수는 비밀번호가 바뀐 날짜와 그 뒤 주고받은 문자를 남기지 않는 것입니다. 막힌 시점과 경위를 보여 주는 가장 직접적인 자료가 그 기록입니다. 여기서 하나 더 짚을 것이 있습니다. 상대가 소송에서 '합의된 별거였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어 "나가라"는 말이 문자에 있었는지가 쟁점이 되기도 합니다.
'일단 기다려 봐도 되는 건가요'
기다려도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상대가 이사 날짜나 짐 반출 일정을 문자로 알려 왔거나, 협의이혼 조건을 주고받으며 합의 문안을 조율하는 중이라면 소송부터 내기보다 그 일정을 기록으로 확인하며 지켜보는 편이 낫습니다. 반대로 연락이 끊겼거나, 중요한 짐과 자녀가 그 집에 있다면 기다릴 이유가 줄어듭니다.
막혀 있던 기간은 결과에 흔적을 남깁니다. 정당한 이유 없이 배우자를 집에서 내보내고 생활을 돌보지 않았다면 민법 제840조 제2호(악의의 유기)나 제6호(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의 근거가 될 수 있고, 위자료를 다툴 때 고려되는 사정이 됩니다. 별거를 내가 먼저 시작한 경위라면 같은 사실이 거꾸로 나에게 불리하게 읽힐 수 있습니다.
명의가 상대 쪽이라 걱정이시라면, 재산분할은 명의가 아니라 혼인 중 함께 형성한 재산인지로 판단합니다(민법 제839조의2). 집에 못 들어가는 문제와 집의 가치를 나누는 문제는 별개입니다. 이 구분을 알면 지금 당장 문을 열려는 조급함을 덜 수 있습니다.
'처음 전화하면 무엇을 묻나요'
첫 통화에서 묻는 것은 대체로 세 가지입니다. 집이 누구 명의인지, 임차라면 계약자가 누구인지, 별거를 언제 어떻게 시작했고 지금 내 짐과 주민등록이 어디에 있는지, 비밀번호가 바뀐 날을 포함해 상대와 어떤 연락이 오갔는지입니다. 기억나는 대로 말씀하시면 되고, 필요한 자료는 그 이야기를 들은 뒤에 정해집니다. 아무것도 갖추지 않은 채 시작하셔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