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법원은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은 구미시 전직 공무원 사건을 공소기각 취지로 파기환송했습니다.
검찰수사관이 수사를 시작하고 이를 지휘한 검사가 직접 기소했는데, 대법원은 이러한 경우에도 검사가 수사를 개시한 것으로 봐야 하므로 해당 검사가 직접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다시 말해 범죄사실이 있었는지를 다시 판단한 것이 아니라, 수사와 기소 절차에 법률상 문제가 있다고 본 것입니다.
기사만 보면 징역 8년을 선고받았던 사람이 공소기각으로 풀려났으니 사실상 무죄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소기각과 무죄는 피고인이 처벌받지 않는다는 결과는 비슷해도, 그 의미와 이후 절차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공소기각 판결과 무죄판결은 무엇이 다른지, 공소기각 후 검사가 다시 기소할 수 있는지, 전과나 구속에 대한 보상은 어떻게 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공소기각과 무죄는 무엇이 다른가요?
'죄가 없다'는 뜻의 무죄를 법률적으로 풀어보면, 법원이 사건의 내용을 심리한 뒤 피고인을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검사가 주장한 범죄사실이 증명되지 않았거나, 피고인의 행위가 법률상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등이 대표적입니다.
즉, 법원이 증거와 사실관계를 검토한 다음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실체적인 판단을 내린 것입니다.
반면 공소기각은 법원이 유죄인지 무죄인지 본격적으로 판단하기 전에, 재판의 전제가 되는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보아 재판을 끝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검사가 법에서 정한 방법을 위반해 기소했거나,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동일 사건을 중복해서 기소한 경우, 친고죄의 고소가 취소된 경우에는 공소기각 판결이 선고될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27조도 이러한 공소기각 사유를 정하고 있습니다.
제327조(공소기각의 판결) 다음 각 호의 경우에는 판결로써 공소기각의 선고를 하여야 한다.
1. 피고인에 대하여 재판권이 없을 때
2.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일 때
3. 공소가 제기된 사건에 대하여 다시 공소가 제기되었을 때
4. 제329조를 위반하여 공소가 제기되었을 때
5.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사건에서 고소가 취소되었을 때
6.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사건에서 처벌을 원하지 아니하는 의사표시를 하거나 처벌을 원하는 의사표시를 철회하였을 때
[전문개정 2020. 12. 8.]
따라서 공소기각 판결은 피고인이 죄가 없다고 확인한 것이 아니라, 현재의 공소제기로는 유·무죄를 판단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형벌이 선고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무죄와 비슷하지만, 법원이 범죄사실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므로 법률적으로 무죄와 같은 판결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어떤 경우에 공소기각 판결을 받게 될까요?
공소기각은 단순히 경찰이나 검사가 수사 과정에서 작은 실수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선고되는 것은 아닙니다. 공소제기 자체를 무효로 볼 정도의 절차상 하자가 있어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경우가 있습니다.
공소장에 범죄와 관계없는 증거와 내용을 지나치게 기재해 재판부가 유죄라는 예단을 갖게 할 위험이 생긴 경우에도, 공소제기 절차가 무효가 되어 공소기각 판결이 선고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공소장일본주의 위반으로 발생한 잘못이 이후 재판을 진행했다고 해서 당연히 치유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합니다.
다만 공소기각에는 '판결'뿐 아니라 '결정'(형사소송법 제328조)도 있습니다. 검사가 공소를 취소하거나 피고인이 사망한 경우 등에는 공소기각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어느 형태든 유죄·무죄를 판단하지 않고 절차를 종료한다는 점은 같지만, 적용되는 사유와 불복 방법, 재기소 가능성은 구분해서 확인해야 합니다.
제328조(공소기각의 결정) ① 다음 경우에는 결정으로 공소를 기각하여야 한다.
1. 공소가 취소되었을 때
2. 피고인이 사망하거나 피고인인 법인이 존속하지 아니하게 되었을 때
3. 제12조 또는 제13조의 규정에 의하여 재판할 수 없는 때
4. 공소장에 기재된 사실이 진실하다 하더라도 범죄가 될 만한 사실이 포함되지 아니하는 때
② 전항의 결정에 대하여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
공소기각 판결이 확정돼도 검사가 다시 기소할 수 있나요?
공소기각을 받았다고 해서 모든 사건에서 다시는 기소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공소기각은 범죄사실의 유·무죄에 관한 최종 판단이 아니기 때문에, 잘못된 절차를 바로잡을 수 있는 사안이라면 검사가 하자를 보완해 다시 기소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소장 작성 방식이나 기소 권한에 문제가 있었다면, 그 하자를 제거한 뒤 적법한 권한이 있는 검사가 다시 기소할 수 있는지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이때에는 공소기각 판결의 구체적인 이유와 확정 여부,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지 등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반면 검사가 공소를 취소해 공소기각 결정이 확정된 사건은 제한 없이 다시 기소할 수 없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29조에 따라 공소를 취소한 이후 새롭게 발견된 중요한 증거가 있는 경우에만 재기소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새로운 중요 증거는 기존 자료를 다시 정리한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대법원은 새로 발견된 증거까지 더하면 유죄라고 확신할 수 있을 정도가 돼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한 검사는 1심에서 공소기각 판결이 선고된 경우 항소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공소기각 판결을 받았다는 사실만 볼 것이 아니라, 검사의 항소기간이 지났는지, 판결이 최종 확정됐는지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공소기각 판결을 받으면 사건은 완전히 끝난 걸까요?
공소기각 판결을 받았다면 먼저 판결선고일로부터 7일 동안 검사가 항소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검사가 항소하면 사건이 끝난 것이 아니므로, 항소심에서도 공소제기 절차가 왜 위법하고 그 하자가 왜 치유될 수 없는지를 주장해야 합니다.
검사가 항소하지 않아 공소기각 판결이 확정됐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모든 절차가 끝났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공소기각 사유가 단순히 잘못된 공소장이나 기소 권한의 문제처럼 바로잡을 수 있는 하자라면, 검사가 절차를 보완해 다시 기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에는 판결문에서 법원이 어떤 이유로 공소를 기각했는지 확인하고,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지와 적법한 재기소가 가능한지를 함께 따져봐야 합니다.
구속 상태에서 공소기각 판결을 받았다면 석방 여부도 바로 확인해야 합니다. 공소기각 판결이 선고되면 구속영장은 원칙적으로 효력을 잃지만, 검사가 항소하면서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별도의 절차가 이어질 가능성도 살펴야 합니다.
공소기각 판결이 확정된 뒤에는 구속됐던 기간에 대한 형사보상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공소기각만으로 자동 보상되는 것은 아닙니다. 절차상 문제가 없었더라도 무죄판결을 받을 만한 현저한 사유가 있었다는 점을 별도로 소명해야 하므로, 수사기록과 판결문, 구속기간을 확인해 청구 가능성을 판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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