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폭염이 이어지던 대구 수성구의 한 아파트에서 단지 전체 1,200여 세대가 6시간가량 정전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밤에도 기온이 28도를 웃도는 상황에서 에어컨과 냉장고를 사용할 수 없게 되자 일부 주민들은 단지 밖으로 나왔고, 수성구청은 주민센터를 임시 쉼터로 개방했습니다. 한전은 외부 전력망이 아니라 아파트 내부 수전설비 고장으로 정전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아파트 정전이 길어지면 냉장고 속 음식물이 상하거나 컴퓨터·에어컨 등 가전제품이 고장 나는 등 재산상 피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변압기와 수전설비를 미리 점검하거나 교체하지 않은 관리사무소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오늘은 아파트 변압기 고장으로 정전됐을 때 누가 책임지는지, 냉장식품과 가전제품 피해는 어디까지 배상받을 수 있는지, 입주민은 어떤 자료부터 확보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변압기가 고장 났다면 관리사무소가 무조건 책임질까요?
민법 제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배상책임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변압기와 같은 시설의 설치 또는 보존상 하자가 문제 된다면 공작물 점유자·소유자의 책임을 정한 민법 제758조가 함께 검토될 수 있습니다.
제758조(공작물등의 점유자, 소유자의 책임)
①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공작물점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점유자가 손해의 방지에 필요한 주의를 해태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소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②전항의 규정은 수목의 재식 또는 보존에 하자있는 경우에 준용한다.
③전2항의 경우 점유자 또는 소유자는 그 손해의 원인에 대한 책임있는 자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개정 2022.12.13>
따라서 변압기의 사용연수가 오래됐고 이전에도 과열이나 반복적인 정전이 발생했는데도 교체하지 않았다면 관리상 과실이 인정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전기안전점검에서 이상이 발견됐거나 업체가 교체를 권고했는데 비용 문제로 계속 미룬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면 정상적으로 정기점검을 하고 이상 징후도 없었는데 예상하기 어려운 부품 결함이나 낙뢰 등으로 갑자기 고장 났다면 관리주체의 과실을 인정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결국 책임 여부는 정전이 발생했다는 결과보다, 고장을 예측하고 막을 수 있었는데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아파트 내부 고장과 한전 설비 고장은 어떻게 구분할까요?
정전 피해가 발생하면 먼저 고장 지점을 확인해야 합니다. 책임 주체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전봇대나 외부 배전선로, 한전이 관리하는 변압기 등 전력공급설비에 문제가 생겼다면 한전의 책임이 검토될 수 있습니다. 한전의 전기공급약관도 한전의 직접적인 책임으로 전기공급이 중지되거나 제한된 경우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자연재해나 조류·수목 접촉, 고객 측 설비 문제처럼 한전에 직접적인 책임이 없는 경우에는 배상책임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아파트 구내 변전실의 변압기·차단기·수전설비에서 고장이 발생했다면 아파트 측의 관리책임이 문제 됩니다. 이 경우에도 '관리사무소'라는 명칭만 보고 청구 상대방을 정해서는 안 됩니다.
아파트의 관리 형태와 계약관계에 따라 다음 주체의 책임이 각각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위탁관리업체가 일상적인 점검을 담당하고, 전기안전관리업체가 전문검사를 맡았다면 어느 단계에서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교체 공사를 잘못한 뒤 정전이 발생했다면 시공업체의 책임도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냉장고 음식물과 고장 난 가전제품도 배상받을 수 있을까요?
관리주체 등의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입주민이 주장하는 피해가 모두 배상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발생한 손해와 정전 사이의 인과관계를 증명해야 합니다.
가전제품은 단순히 정전 전후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서비스센터의 점검 결과 정전이나 복전 당시 발생한 과전압·전기적 충격이 고장 원인이라는 소견을 받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냉장식품 피해도 단순히 음식이 상했다고만 주장하기보다 정전 당시 냉장고 내부 사진, 구입 영수증, 폐기한 물품과 수량을 남겨야 합니다.
배상액은 새 제품 구입가격 전부가 아니라 제품의 사용기간과 감가상각, 실제 수리비 등을 고려해 정해질 수 있습니다.
또한 폭염 속에서 에어컨을 사용하지 못해 불편했다는 사정만으로 위자료가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고령자나 환자가 건강상 피해를 입어 치료받았다면 진료기록과 정전 사이의 관련성을 별도로 검토할 수 있습니다.
정전 피해를 입었다면 어떤 자료부터 확보해야 할까요?
정전이 복구된 뒤 시간이 지나면 고장 원인과 피해 상태를 입증하기 어려워집니다. 먼저 정전 시작과 복구 시각, 고장 난 기기와 음식물 상태를 사진과 영상으로 남겨야 합니다.
관리사무소에는 다음 자료를 서면으로 요청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장기수선계획에는 변압기 등 주요 전기설비의 보수·교체 시기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예정된 교체 시기가 지났거나 전문가의 교체 권고가 있었는데도 장기수선충당금 사용을 미뤘다면 관리상 과실을 판단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피해가 여러 세대에서 동시에 발생했다면 세대별로 피해 물품, 수리비, 사진, 영수증을 같은 양식으로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후 관리주체와 보험사에 사고 접수번호, 보상 담당자와 손해사정 절차를 확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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