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197분 읽기

의료사고 의사 지시 누락, 병원·의사·의료인 책임 범위는

의사 지시를 놓쳐 의료사고가 났다면 담당 의료인 혼자 책임질까요? 병원의 사용자책임, 의사의 지시·감독 의무, 형사처벌 요건과 퇴사 후 책임까지 정리했습니다.

병원에서는 한 명의 환자를 진료하기 위해 의사와 간호사, 의료기사 등 여러 의료인이 각자의 업무를 나누어 수행합니다. 의사가 처방이나 처치 내용을 지시하면 담당 의료인이 이를 확인해 시행하고, 그 결과를 다시 기록하거나 보고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바쁜 진료 과정에서 의사의 지시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거나, 전달된 처방을 담당자가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투약이나 검사가 누락되거나 필요한 처치가 제때 이루어지지 않아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면, 병원에서는 실제 업무를 담당했던 의료인의 실수로 정리하려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의사 지시를 놓쳤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의료인이 의료사고의 모든 책임을 혼자 부담하는 것은 아닙니다. 의사가 지시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내렸는지, 병원에 처방 전달과 완료 여부를 확인하는 체계가 마련돼 있었는지, 의료인이 담당 업무에 필요한 주의의무를 다했는지 등을 함께 따져야 합니다.

아래에서는 의사의 지시가 누락돼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병원과 담당 의사, 의료인의 책임은 어떻게 구분되는지, 형사처벌이나 손해배상 문제가 제기됐다면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의사 지시를 놓쳤다면 의료인에게 곧바로 책임이 생길까요?

의사의 지시를 확인하고 정해진 처치를 수행하는 것이 담당 업무였다면, 이를 누락한 의료인에게도 과실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의사가 골절 환자에게 깁스를 하도록 명확히 지시했고 그 내용이 처방이나 업무목록에 표시됐는데도, 담당자가 확인하지 않아 환자를 그대로 귀가시켰다면 기본적인 확인의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시를 놓쳤다는 사실만으로 손해배상 책임이 곧바로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환자가 다시 내원했을 때 골절이 완전히 아물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처음 처치를 누락한 의료인의 책임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골절 부위와 정도, 환자의 연령과 기저질환, 활동량, 원래 예상됐던 치유기간 등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의료인의 민사책임이 인정되려면 단순한 업무 누락을 넘어 그 누락으로 깁스 착용이 지연됐고, 그 결과 골절 치유 지연이나 추가 통증·치료비 등의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이 확인돼야 합니다.

의료인의 실수라면 담당 의사와 병원은 책임지지 않을까요?

환자를 직접 담당한 의료인에게 실수가 있었더라도 병원과 의사의 책임이 자동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의료기관과 진료계약을 체결한 것이므로, 통상 의료기관 개설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병원은 소속 의사와 간호사 등 직원이 업무 중 일으킨 과실에 대해 사용자책임을 부담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도 의료사고 손해배상은 의료인 개인뿐 아니라 의료기관을 상대로 청구할 수 있으며, 의료기관에는 소속 인력에 대한 관리 책임이 문제 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의사에게도 환자를 진찰해 필요한 처치를 결정하고, 진료보조 인력에게 적절하게 지시·감독할 의무가 있습니다. 다만 간호사 등의 진료보조행위가 이루어질 때마다 의사가 바로 옆에서 모든 과정을 지켜봐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의사의 직접 입회가 필요한지는 해당 처치의 위험성과 부작용 가능성, 환자의 상태,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의 자질과 숙련도 등을 종합해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봅니다.

따라서 병원이 단순히 담당 직원이 의사 지시를 놓쳤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책임을 의료인 개인에게 돌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개인의 확인 누락과 병원의 업무체계, 의사의 지시·감독이 각각 사고 발생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처치 누락으로 업무상과실치상죄까지 처벌될까요?

의사 지시를 놓쳤다고 해서 모든 사례가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상죄가 성립하려면 의료업무에 필요한 주의의무를 위반한 사실뿐 아니라, 그 과실로 환자에게 상해가 발생했다는 인과관계가 인정돼야 합니다. 단순히 처치를 늦게 했거나 환자가 불편을 겪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예를 들어 깁스 착용이 지연되면서 골절 부위가 변형되거나 추가 수술이 필요해졌다면 업무상과실치상 문제가 제기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뒤늦게 깁스를 했지만 골절의 치유 결과나 치료기간에 실질적인 차이가 없었다면 형사상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형사책임은 사람마다 개별적으로 판단됩니다. 병원이 사용자라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형사처벌되는 것도 아니고, 의료인이 처치를 누락했다는 이유만으로 담당 의사의 형사책임이 당연히 인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따라서 사고 결과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먼저 책임을 전부 인정하기보다, 누가 어떤 주의의무를 부담했고 그 위반이 환자의 손해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의료사고가 발생한 뒤 퇴사하면 법적 책임이 사라질까요?

의료사고가 발생한 뒤 병원을 퇴사하더라도 재직 중 발생한 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의료사고가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미 예정된 퇴사를 반드시 미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퇴사 자체가 과실을 인정하거나 책임을 회피하는 행위로 평가되는 것도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사고 발생 사실을 알고도 필요한 보고와 환자 보호조치를 하지 않은 채 퇴사했는지, 후속 진료와 인수인계를 제대로 마쳤는지입니다.

병원에서 경위서 작성을 요구하더라도 '모든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또는 '제 실수로 환자의 상태가 악화됐습니다'처럼 아직 확인되지 않은 인과관계나 책임까지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당시 확인한 사실과 보고·조치 내용을 시간순으로 작성하는 편이 적절합니다.

그렇다고 퇴사에 대비해 환자의 진료기록이나 EMR 화면을 개인 휴대전화로 촬영하거나 이메일로 전송해서도 안 됩니다. 환자의 개인정보와 병원 내부자료를 무단 반출하면 의료사고와 별개의 법적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필요한 자료는 병원에 공식적으로 보존을 요청하고, 자신이 작성한 경위서와 인수인계서는 적법한 방법으로 사본을 확보해야 합니다.

또한 병원이 환자에게 합의금이나 손해배상금을 지급했다고 해서 퇴사한 의료인이 반드시 전액을 돌려줘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병원의 업무체계와 의사의 지시·감독, 의료인의 실제 담당 업무와 과실 정도, 사고 발생에 영향을 미친 근무환경 등을 종합해 구상권 인정 여부와 책임 범위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퇴사 전에는 과도한 책임 인정부터 하기보다 지시·보고·후속 조치와 인수인계 과정을 객관적으로 남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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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준

오승준변호사

의료서울법무법인 BHSN

깊이 있는 시선과 날카로운 판단으로 명확한 법적 결론을 제공합니다. 주요경력 법무법인 현 / 법무법인 엘케이파트너스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보건복지부 규제법무심사위원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 (의료) 대한치과의사협회 의료광고심의위원회 위원 한국실업축구연맹 이사 사법연수원 36기(제46회 사법시험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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