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건너뛰기
← Insights

오픈AI가 법률 웹을 버렸다: 변호사 블로그가 인용되지 않는 이유

9월 17일 오픈AI가 공개한 '아스트라 포 로'의 핵심은 모델이 아니라 인덱스입니다. AI는 법을 찾을 때 일반 웹을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사람을 찾을 때는 여전히 일반 웹을 씁니다. 변호사 콘텐츠의 갈림길이 여기서 생깁니다.

오픈AI가 '일반 웹'을 버린 날

9월 17일(현지시간) 오픈AI가 법률 업무에 특화한 AI '아스트라 포 로(Astra for Law)'를 공개했습니다. 최신 모델인 GPT-6 아스트라에 법률 조사·분석·작성용 설정과 도구를 붙인 물건입니다. 래섬 앤드 왓킨스, 로프스 앤 그레이, 쿨리, 설리번 앤 크롬웰 같은 미국 대형 로펌이 먼저 들어갔고, 하비와 레고라는 API로 자사 제품에 얹을 수 있습니다. 렐러티비티, 클리오, 톰슨로이터, 아이매니지 등 실무 도구를 연결하는 플러그인도 함께 열렸습니다.

여기까지는 예상 가능한 뉴스입니다. 정작 눈여겨볼 대목은 기능이 아니라 구조입니다.

오픈AI는 이 모델에 법률 전용 검색 인덱스를 따로 만들어 붙였습니다. 미국 판례와 법령, 규정, 법원 규칙, 행정 결정을 담은 2억 3,000만 개 이상의 웹페이지. 일반 웹 검색과 분리된 별도의 창고입니다.

왜 굳이 따로 팠는지는 오픈AI가 공개한 숫자가 설명합니다. 같은 모델이 일반 웹 검색만으로 법률 질문 200개에 답했을 때 정확도는 38.7%였습니다. 전용 인덱스를 붙이자 54%로 올라갔습니다. 참고할 판례를 24% 더 찾아냈고, 판결문 안에서 질문과 관련된 구절을 짚어내는 성능은 최대 54% 높아졌습니다.

뒤집어 읽으면 문장 하나로 정리됩니다. 법률 질문에 관한 한, 일반 웹은 근거로 쓰기에 부족했다.

그 '일반 웹'에 무엇이 쌓여 있는지 떠올려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변호사 블로그, 사무소 홈페이지의 사건 유형 해설, 조문과 양형 기준을 풀어 쓴 포스팅. 지난 10년간 한국 법률시장이 노출을 위해 생산해 온 글의 대부분이 거기에 있습니다.

인덱스가 둘로 갈렸다

이번 발표가 확정한 건, AI가 문서를 두 칸으로 나눠 보기 시작했다는 사실입니다. 법을 찾는 자료와 사람을 찾는 자료.

첫 번째 칸은 사실상 닫혔습니다. 판례와 법령은 공적 원본이 존재하고, AI는 이제 원본으로 직행합니다. 변호사가 정리해 둔 조문 해설은 그 사이에 있던 중간 유통상이었습니다. 산지 직거래가 열리면 중간 유통상의 마진은 0으로 수렴합니다. "사기죄 처벌 기준"을 검색창에 쳐서 내 블로그로 들어오던 트래픽이 줄어든 이유가 알고리즘 변덕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두 번째 칸은 아직 비어 있습니다. 이 사건은 보통 몇 달 걸리는가. 이 단계에서 실제로 무엇이 갈리는가. 이런 사실관계일 때 결과가 어떻게 달라졌는가. 이 유형을 반복해서 다뤄 본 사람은 누구인가. 이 정보들은 판결문에도, 법령집에도 없습니다. 공적 원본이 없어서 전용 인덱스에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아스트라 포 로가 강조한 능력 중 하나가 사실관계 패턴 매칭이라는 점은 상징적입니다. AI는 법조문이 아니라 '비슷한 사실관계'를 찾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그 사실관계의 상당 부분은 아직 개별 변호사의 머릿속과 사건 기록에만 있습니다.

"챗GPT가 추천해서 왔어요"

법률신문 보도에 따르면, 첫 상담에서 "어떻게 알고 오셨나요"에 대한 답이 바뀌고 있습니다. 네이버에서 검색했다, 블로그를 봤다에서 챗GPT가 추천했다, 제미나이가 소개했다로. 한 가사 전문 변호사는 GPT와 제미나이가 공통으로 추천해서 찾아왔다는 답을 들었다고 했고, AI가 유튜브 채널을 추천해 그 영상을 본 뒤 상담을 신청한 사례도 전해집니다.

같은 맥락에서 LES 2026에서 강연한 둥울의 박경진 대표는 변호사가 자기 홈페이지를 가져야 AI에 노출될 수 있으며, AI가 정보를 추출하는 가장 중요한 기반이 홈페이지라고 말했습니다. 블로그에 의존해 온 다수의 로펌과 변호사가 실제 온라인 문의 감소를 체감하고 있다는 언급도 함께 나왔습니다.

두 흐름의 방향이 정확히 같습니다. 법 해설은 전용 인덱스가 가져가고, 사람 추천은 일반 웹이 결정합니다. 문제는 한국 변호사들이 지금까지 쏟아부은 콘텐츠 대부분이 전자를 흉내 낸 글이라는 점입니다. AI가 더 빨리, 더 정확하게 하는 일을 사람이 반복해 쓰고 있었던 셈입니다.

54%라는 숫자가 비워 둔 자리

최신 모델에 2억 3,000만 페이지짜리 전용 인덱스를 붙이고도 54%입니다. 절반 가까이는 여전히 틀리거나 모자랍니다. 오픈AI가 이 도구를 아무에게나 열지 않고 선별된 로펌에 먼저 제공하면서 제로 데이터 보존 같은 통제 장치를 함께 붙인 것도 같은 이유일 겁니다.

이 숫자가 사무소 마케팅에 주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의뢰인은 이미 AI의 답을 들고 문을 두드립니다. 그 상태에서 홈페이지 첫 화면이 "○○죄란 무엇인가"로 시작하면, 의뢰인이 30초 전에 읽은 내용의 재방송입니다. 팔아야 할 것은 정보가 아니라 그 답의 어디가 틀렸는지 아는 능력, 그리고 결과에 책임을 지는 자리입니다. 소개 문구, 상담 페이지, 첫 응대 스크립트가 아직 '정보 제공' 톤에 머물러 있다면 지금이 갈아탈 시점입니다.

이번 주에 해볼 것

첫째, 주력 분야 질문 다섯 개를 골라 챗GPT와 제미나이에 그대로 넣어 보십시오. 의뢰인이 쓸 법한 문장 그대로입니다. 내 이름이나 사무소가 나오는지, AI가 무엇을 근거로 들고 오는지 화면을 저장해 두면 그게 현재 좌표입니다.

둘째, 지금까지 쓴 글 목록을 열고 두 무더기로 나눠 보십시오. 조문·기준 해설인가, 실제 사건 경험인가. 앞쪽이 8할을 넘는다면 AI가 내 글을 인용할 이유가 없다는 뜻입니다.

셋째, 최근 종결한 사건 세 건을 골라 식별 정보를 지우고 사실관계 요약, 소요 기간, 절차가 갈린 지점, 결과를 한 페이지씩 정리하십시오. 조문 인용은 넣지 않아도 됩니다. 그게 어떤 인덱스에도 없는 정보입니다.

넷째, 그 페이지를 올릴 곳이 플랫폼 계정뿐이라면 순서를 바꿔야 합니다. 플랫폼에 쌓은 글은 플랫폼의 자산이고, AI가 사무소를 지목하려면 사무소 이름으로 된 주소가 필요합니다.

법을 설명하는 일은 이번 주부터 더 빠르게 기계 쪽으로 넘어갑니다. 남는 건 사건을 겪은 사람만 쓸 수 있는 기록입니다. 그 기록을 어디에, 누구 이름으로 남겨 두느냐가 다음 2년의 수임 경로를 가릅니다.

#법률 마케팅#아스트라 포 로#AI 검색 노출#변호사 홈페이지#리걸테크

Written by

MAKETHIS1 편집팀

MAKETHIS1 편집팀이 작성하는 법률 마케팅 인사이트입니다. 기자·방송작가 출신이 쓰고, 법학 전공자가 법률 표현을 검수합니다.

메이크디스원 팀 소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