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전화를 받자 28%는 그냥 끊었다: 변호사가 자동화하면 안 되는 한 곳
AI에 익숙해질수록 수용도가 올라갈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첫 접점에서 사람을 원한다는 응답은 오히려 강해졌습니다. 변호사 사무실이 자동화해도 되는 구간과 절대 넘기면 안 되는 구간을 나눠봅니다.
1년 만에 84%에서 89%로 올랐습니다
미국의 법률 전화응대 서비스 LEX Reception이 9월 9일 여론조사기관 OnePoll과 함께 실시한 소비자 인식 조사를 공개했습니다. 응답자는 6,000명. 결과의 핵심은 한 문장입니다. 법률사무소에 연락할 때 AI보다 사람과 이야기하고 싶다는 응답이 89%. 같은 조사의 2025년 10월 수치는 84%였습니다.
숫자 자체보다 방향이 중요합니다. 지난 2년간 업계의 통념은 이랬습니다. 사람들이 AI에 익숙해지면 AI 응대에 대한 거부감도 자연히 옅어질 것이다. 챗봇으로 은행 업무를 보고 AI에게 진료 전 증상을 묻는 시대이니, 법률이라고 예외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1년치 추적 데이터는 반대로 움직였습니다. 익숙해질수록 오히려 선을 그었습니다.
더 흥미로운 건 같은 시기 로펌 내부의 움직임입니다. 국제리걸테크협회(ILTA)가 최근 공개한 기술 조사에서는 500개 이상 로펌 중 94%가 생성형 AI를 쓰고 있거나 검토 중이라고 답했습니다. 1년 전 80%에서 뛴 수치입니다. 가장 많이 쓰이는 도구는 마이크로소프트 365 코파일럿으로 76%였습니다. 안쪽은 빠르게 자동화되고 있는데, 바깥쪽 접점에서는 사람에 대한 요구가 더 단단해지고 있습니다. 이 두 곡선이 어긋나는 지점에 수임률이 걸려 있습니다.
'사람이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평가 항목이 됩니다
같은 조사에서 더 눈여겨볼 부분은 사건 이야기를 꺼내기도 전에 이미 평가가 끝난다는 대목입니다. 응답자의 58%는 사람이 전화를 받으면 그 사무소가 고객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신호로 읽는다고 답했습니다. 45%는 더 전문적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상담의 질이 아니라 수화기를 든 주체가 첫인상을 결정한다는 뜻입니다.
응답자의 약 3분의 2는 모든 응대를 AI가 아닌 사람이 하는 곳에 더 오래 남겠다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마케팅 관점에서 가장 냉정한 숫자가 여기 있습니다. 사람과 대화한 뒤 긍정적인 후기를 남기겠다는 응답은 55%였지만, AI 응대 후에는 8%에 그쳤습니다.
이 8%는 그냥 고객 만족도 얘기가 아닙니다. 후기는 노출 자산입니다. 네이버 플레이스든 홈페이지든, 최근 후기가 꾸준히 쌓이는 사무실과 6개월째 멈춰 있는 사무실은 검색에서 같은 대접을 받지 않습니다. 응대를 자동화해서 인건비 몇십만 원을 아끼는 대신 후기 생산 능력이 7분의 1로 줄어든다면, 그건 절약이 아니라 광고비 증액입니다.
앞선 2,000명 대상 조사에서는 더 직접적인 수치도 나왔습니다. 28%는 AI 음성 시스템으로 연결되면 그냥 끊겠다고 답했습니다. 광고비를 들여 만든 문의 열 건 중 셋이 첫 3초에 증발한다는 의미입니다.
한국에서는 전화가 아니라 '첫 문자 세 줄'입니다
이 조사는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했고, 전화 응대 서비스 회사가 의뢰한 조사라는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다만 한국 법률 소비자의 행동 경로에 그대로 옮겨놓아도 논리는 무너지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첫 접점은 대표번호보다 네이버 톡톡, 카카오 채널, 홈페이지 문의 폼, 그리고 문자입니다. 그리고 그 문의의 상당수가 업무 시간 밖에 들어옵니다. 밤 11시에 고소장을 받은 사람, 주말에 계약 파기 통보를 받은 사람이 검색을 시작합니다. 그때 사무실이 돌려주는 첫 문장이 "문의가 접수되었습니다. 영업일 기준 순차적으로 답변드립니다"라면, 위 조사에서 28%가 전화를 끊은 것과 정확히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여기에 검색 단계의 변화가 겹칩니다. 네이버는 4월 27일 대화형 AI 검색 서비스 'AI탭'을 멤버십 사용자 대상 베타로 열었고, 상반기 중 전체 사용자와 모바일 메인 검색창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탐색에서 실행까지 잇겠다는 방향입니다. 의뢰인이 사무실에 닿기 전까지의 구간은 이렇게 점점 더 AI가 채웁니다. 검색도 AI, 요약도 AI, 비교도 AI. 그 과정을 다 거친 사람이 마침내 연락 버튼을 누릅니다.
앞단이 전부 자동화될수록, 사람에게 닿는 그 한 번의 희소가치는 올라갑니다. 그런데 많은 사무소가 정반대로 움직입니다. 앞단 콘텐츠는 손으로 붙들고 있으면서, 정작 마지막 접점에 자동응답을 걸어둡니다. 자동화의 순서가 뒤집혀 있는 셈입니다.
선은 '연락이 닿는 순간' 앞에서 멈춰야 합니다
자동화를 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경계선을 어디에 긋느냐의 문제입니다.
AI에 넘겨도 아무 문제 없는 구간은 분명합니다. 검색 키워드 조사, 사건 유형별 콘텐츠 초안, 문의 내용의 자동 분류와 담당 배정, 야간 접수 확인, 상담 일정 후보 제시, 상담 기록 요약, 미방문 문의자 리마인드. 여기서 아낀 시간은 그대로 실익입니다.
반대로 넘기면 손해가 나는 구간도 분명합니다. 첫 응답의 내용, 사실관계를 되묻는 질문, 상대의 상황을 받아주는 한 문장, 그리고 수임 제안. 이 네 가지는 사람이 해야 합니다. 의뢰인이 확인하고 싶은 건 정보가 아니라 "내 얘기를 제대로 들은 사람이 있는가"이기 때문입니다.
자동응답을 쓴다면 문구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체감이 달라집니다. "접수되었습니다"로 끝내지 말고, 누가 언제 연락하는지를 적으십시오. 이름과 시각이 들어간 한 줄은 자동 메시지여도 사람의 흔적으로 읽힙니다. 그리고 AI를 쓰고 있다면 숨기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사람인 척하다 들통난 응대가 남기는 손상은, 처음부터 자동 안내라고 밝힌 경우보다 훨씬 큽니다.
이번 주에는 본인 사무실에 직접 연락해 보십시오
가장 빠른 진단은 자기 사무실의 고객이 되어보는 것입니다.
평일 저녁 8시에 본인 사무실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어보고, 같은 날 홈페이지 문의 폼과 카카오 채널에도 문의를 남겨보십시오. 이름은 다르게 적어야 합니다. 그리고 답이 언제, 어떤 문장으로 오는지를 그대로 받아보십시오. 상당수 사무실이 여기서 처음으로 자기 사무실의 첫인상을 확인합니다.
두 번째는 자동 응답 문구를 다시 쓰는 일입니다. 지금 걸려 있는 문장을 꺼내 읽어보고, 담당자 이름과 회신 예정 시각이 들어가 있는지만 보면 됩니다. 10분이면 끝나는 수정이지만 첫 3초에 이탈하는 비율을 바꾸는 작업입니다.
세 번째는 후기입니다. 최근 3개월간 새로 달린 후기가 몇 개인지 세어보십시오. 손에 꼽을 정도라면, 사건 종결 시점이 아니라 상담이 만족스럽게 끝난 직후에 요청하는 흐름을 하나 만들어두는 게 낫습니다. 사람이 응대한 직후가 후기 전환율이 가장 높은 순간이라는 건 위 조사가 이미 보여줬습니다.
AI는 변호사가 팔 수 있는 것을 계속 줄여가고 있습니다. 검색도, 요약도, 서식 작성도 무료에 가까워졌습니다. 그 와중에 아직 대체되지 않았고 데이터상 오히려 값이 오르고 있는 항목이 하나 있습니다. 전화를 받은 사람이 진짜 사람이라는 사실입니다. 자동화 예산을 짤 때, 이 한 칸만큼은 비워두시기 바랍니다.
Written by
MAKETHIS1 편집팀
MAKETHIS1 편집팀이 작성하는 법률 마케팅 인사이트입니다. 기자·방송작가 출신이 쓰고, 법학 전공자가 법률 표현을 검수합니다.
메이크디스원 팀 소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