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회생을 신청했지만 회생계획안이 최종적으로 부결되거나, 사업을 계속할 때의 가치보다 청산할 때의 가치가 더 큰 것이 명백해지는 등의 사정이 있다면 회생절차가 폐지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후 신규자금을 확보하거나 주요 채권자와 협상이 진전되고, 새로운 수주가 생기는 등 회사 사정이 달라진다면 대표 입장에서는 다시 한번 회생을 신청해 회사를 살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한 번 회생절차가 폐지됐다는 이유만으로 다시 법인회생을 신청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첫 번째 회생과 회사 상황이 거의 달라지지 않았는데 같은 내용으로 다시 신청한다면, 법원에서도 회생을 다시 시작해야 할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겠죠.
결국 법인회생 재신청에서는 지난번 회생이 왜 실패했는지, 당시 문제가 됐던 사정이 지금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늘은 법인회생을 다시 신청하면 법원이 어떤 부분을 확인하는지, 첫 번째 회생 때와 달라진 점을 어떻게 보여줘야 하는지, 재신청을 준비하는 대표가 무엇부터 점검해야 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회생절차가 한 번 폐지됐어도 다시 신청할 수 있나요?
채무자회생법이 과거 회생절차가 폐지됐다는 이유만으로 새로운 회생절차 개시신청을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대법원은 회생계획 불인가결정이 확정된 뒤 불과 8일 만에 다시 회생을 신청한 회사에 대해서도 재신청 자체를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습니다.
다만 다시 신청만 하면 처음과 똑같이 심사받는다고 생각해서도 안 됩니다.
법원은 새로운 신청에서 종전 회생절차가 왜 실패했는지를 확인하고, 당시 문제였던 사정이 지금은 달라졌는지를 살펴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첫 번째 회생이 운영자금 부족 때문에 폐지됐다면 신규 운영자금을 확보했는지, 회생계획안이 채권자 반대로 부결됐다면 채권자 동의 가능성이 달라졌는지를 다시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재신청하면 법원에서 어떤 부분을 더 자세히 보나요?
핵심은 '첫 번째 회생 때와 무엇이 달라졌는가'입니다.
대법원은 재신청 사건에서 법원이 확인해야 할 요소로 다음과 같은 사항을 제시했습니다.
예를 들어 첫 회생에서 월별 영업적자가 계속 발생했다면, 재신청 때는 단순히 "비용을 줄이겠습니다"라고 설명하는 것보다 실제로 인력을 얼마나 줄였는지, 적자 사업부를 어떻게 정리했는지, 현재 월매출과 영업비용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자료로 보여주는 편이 설득력이 있습니다.
채권자 반대 때문에 계획안이 부결됐던 회사라면 어떤 채권자 조에서 동의를 얻지 못했는지, 변제율이나 변제기간을 어떻게 수정했는지, 주요 채권자와 협상이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도 중요해집니다.
회생법원 실무에서도 대표자심문 과정에서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낮아 보이거나 회생개시사유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 개시 전에 조사위원을 선임해 회사 상태를 조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재신청에서는 과거 실패 사실보다 그 실패 원인을 해소했다는 자료가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이전 회생과 상황이 거의 같은데 다시 신청해도 될까요?
이 경우에는 신중해야 합니다.
채무자회생법상 회생절차 개시신청이 성실하지 않거나 회생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채권자 일반의 이익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에는 신청이 기각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도 재신청 사건에서 종전 절차와 새로운 신청 사이에 별다른 사정변경이 없는지를 중요한 판단 요소로 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첫 번째 회생이 계속된 영업적자와 운영자금 고갈 때문에 폐지됐는데, 재신청 당시에도 매출과 비용구조가 그대로이고 신규자금도 확보하지 못했다면 새로운 회생절차를 통해 무엇이 달라질 수 있는지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강제집행을 잠시 막거나 특정 채권자의 추심만 피하려는 목적으로 회생을 반복해서 신청하는 모습으로 보일 경우에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회생신청이 실제 채무조정과 기업 정상화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회생절차의 부수적 효과만 이용하려는 것인지도 살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달라져야 재신청할 실익이 있을까요?
신규투자 또는 DIP 금융 확보, 신규 수주, 적자 사업부 정리, 부동산이나 비핵심 자산 매각, 인력 구조조정, 채권자와의 변제조건 재협상처럼 회사의 현금흐름이나 회생계획 수행 가능성을 실제로 바꾸는 변화가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법인회생 재신청 전 준비해야 할 것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첫 번째 회생 기록을 다시 보는 것입니다.
회생절차가 왜 폐지됐는지, 조사위원이 계속기업가치와 자금수지를 어떻게 평가했는지, 회생계획안이 부결됐다면 어느 채권자 조에서 몇 퍼센트의 동의를 얻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그다음에는 첫 신청 당시와 현재 상황을 비교한 자료를 만들어야 합니다.
월별 매출과 영업이익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기존 채무 외에 새로 발생한 채무는 얼마인지, 향후 몇 개월간 운영자금이 충분한지, 신규 수주나 투자계약이 실제로 체결됐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정리하는 것입니다.
특히 채권자 반대로 첫 회생이 실패했다면 재신청서 제출 전에 주요 채권자의 반응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회생계획안 표결은 결국 채권자 동의를 확보해야 하는 절차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첫 회생 실패의 원인이 그대로 남아 있다면, 재신청 시점을 조금 늦추더라도 먼저 그 원인을 해결하는 편이 나을 수 있습니다.
법인회생 재신청에서 중요한 것은 '두 번째 기회를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첫 번째 신청 당시에는 없었던 정상화 가능성을 숫자와 자료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요약하면 재신청을 결정하기 전에는 첫 번째 회생의 실패 원인 → 현재 달라진 사정 → 새로운 자금수지 → 채권자 동의 가능성 → 새 회생계획의 수행 가능성을 순서대로 점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