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동향2026년 7월 27일· 👀 0

연 4조가 국경 밖으로 샜다: 변호사가 놓친 '수출되는 사건'

한국 기업이 외국 로펌에 지급한 법률서비스 지출이 지난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국경 밖으로 빠져나가는 사건의 흐름 속에서, 국내 변호사가 실제로 붙잡을 수 있는 수요는 어디에 있는지 짚었습니다.

숫자 하나가 법조계를 조용히 흔들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법률서비스 무역수지 적자는 2011년 5억210만 달러에서 2025년 15억4030만 달러로 증가했습니다.
15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조 원이 넘는 규모의 적자가 한 해에 발생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 적자는 사상 최대입니다.

더 실감 나는 숫자도 있습니다.
2025년 한 해 동안 한국 기업 등이 외국 로펌에 지급한 법률서비스 지출이 25억 2,350만 달러, 우리 돈 3조 7,130억여 원으로 2024년 21억 4,860만 달러에서 약 5,500억 원 늘었습니다.
여기에
서울에 나와 있는 약 30곳의 외국 로펌 서울사무소가 국내에서 올린 매출을 더하면, 외국 로펌들이 한국 시장에서 지난 1년간 벌어들인 수입이 4조 원대를 호가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국내 4대 로펌의 한 해 매출이 각각 4천억 원대라는 점을 떠올리면, 이 4조 원이라는 숫자의 무게가 다르게 다가옵니다. 국내 최상위 로펌 열 곳의 매출을 합친 것에 맞먹는 사건이, 매년 국경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셈입니다.

'수출되는 사건'은 어디서 새는가

적자의 방향은 분명합니다. 벌어들이는 돈이 늘지 않아서가 아니라, 나가는 돈이 훨씬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법률서비스 해외 지출은 2011년 11억8450만 달러에서 2025년 25억2350만 달러로 약 113% 증가했고, 같은 기간 법률서비스로 벌어들인 수입은 약 44% 늘었습니다.
수입도 늘긴 했지만, 지출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원인은 복합적입니다.
국제 분쟁과 해외 소송 증가, 일부 대기업의 해외 로펌 이용 확대가 법률서비스 무역수지 적자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국내 로펌의 출혈 경쟁과 해외 관할 선택 관행 등의 요인도 겹칩니다.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질수록, 그에 딸린 법률 수요는 자연스럽게 외국 로펌으로 흘러갑니다.

특히 M&A 시장에서 이 흐름은 두드러집니다.
지난해 기업결합 금액의 85% 이상이 외국기업 관련 거래로 채워지자, 국내 M&A 전문가보다 글로벌 사모펀드와 크로스보더 딜 경험을 갖춘 외국변호사가 최우선 영입 대상으로 떠올랐습니다.
대형 로펌들은 이 수요를 놓치지 않으려 인재 쟁탈전에 뛰어들었습니다.
법무법인 세종은 크로스보더 M&A와 사모투자 분야에서 20년 넘게 활동한 외국변호사를 영입했고, 광장은 M&A 분야 경력 외국변호사 공개채용을 진행 중입니다.


바꿔 말하면, 국경 밖으로 새는 4조 원은 '한국 변호사가 다룰 수 없는 사건'이 아니라, 아직 붙잡지 못한 사건이라는 뜻입니다.

대형 로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여기서 흔한 오해가 하나 생깁니다. "국제중재나 크로스보더 딜은 결국 김앤장·태평양 급의 이야기 아닌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립니다.

실제로 현장의 목소리는 다릅니다.
한 대형 로펌 대표변호사는 크로스보더 딜에서 국내·현지 로펌을 모두 선임하면 비용이 두 배 든다는 건 오해이며, M&A 경험이 많은 국내 로펌이 적재적소에 현지 로펌을 골라내고 원활한 소통으로 오히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포화 상태인 국내 법률시장의 파이가 커지려면 더 많은 크로스보더 딜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수요의 성격도 바뀌고 있습니다. 이제는 대기업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최근 한 국제 로펌 대표변호사는
해외 제도에 익숙하지 않은 중견·중소기업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싶다고 밝혔고, 미·중 갈등과 관세정책 변화 이후 공급망 재편과 수출통제 관련 문의가 크게 늘었으며 국가핵심기술·반도체·경제안보 규제 등 새로운 유형의 자문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해외 진출 기업들이 현지 조세·통상 규제나 투자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불이익을 겪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국제중재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핵심은 여기 있습니다. 해외로 나가는 중견·중소기업은 늘어나는데, 이들이 처음 상담할 국내 변호사를 찾지 못하고 곧장 외국 로펌 문을 두드린다면, 그 사건은 애초에 국내에서 검토될 기회조차 없이 국경을 넘습니다. 4조 원의 상당 부분은 이 '첫 접점의 부재'에서 새어 나갑니다.

국내 변호사가 붙잡을 수 있는 지점

법률시장이 정체돼 있다는 진단은 이미 업계의 공통 인식입니다. 지난해 말 열린 한 대형 포럼에서는
한국 법률시장이 7조 원 규모에 머물러 있는 원인을 진단하고 70조 원 규모의 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조건을 논의하는 'K-Law: 7조 시장에서 70조 산업으로' 토론이 진행됐습니다.
그 자리에서 제시된 돌파구는 제도 개방, 전문화, 글로벌이었습니다.

이 세 단어 중 개인 변호사와 중소 로펌이 당장 손댈 수 있는 것은 '전문화'와 '글로벌'입니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거창한 해외 네트워크가 아니라, 의뢰인이 검색할 때 발견되는 위치를 선점하는 일입니다.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중소기업 담당자가 '수출통제 자문 변호사', '해외 공급망 계약 검토', '국가핵심기술 규제 대응'을 검색했을 때, 국내 변호사의 이름이 먼저 나타나느냐 아니냐가 4조 원의 물길을 가릅니다.

세 가지가 분명해집니다. 첫째, 수요는 이미 존재하고 오히려 폭발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국제 분쟁, 크로스보더 거래, 통상·경제안보 규제는 매년 커지는 시장입니다. 둘째, 이 수요는 대형 로펌이 독점하지 못합니다. 중견·중소기업의 첫 상담, 협업형 자문, 특정 산업·규제에 특화된 전문성은 오히려 기민한 중소 로펌과 개인 변호사에게 유리한 영역입니다. 셋째, 문제는 실력이 아니라 '발견'입니다.

지금 국경을 넘는 사건의 상당수는 국내 변호사가 못 다뤄서가 아니라, 의뢰인이 국내 변호사를 찾는 첫 단계에서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넘어갑니다.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검색과 콘텐츠로 명확히 드러내는 변호사에게, 이 4조 원의 흐름은 위협이 아니라 아직 열려 있는 시장의 지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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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acdee 에디터

macdee 개발팀과 법률 마케팅 전문가가 작성한 인사이트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