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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동향

링클레이터스가 만든 'AI 변호사' 20명: 자리가 아니라 직무가 생겼다

링클레이터스가 'AI 변호사' 20명을 실무팀에 배치했습니다. 툴을 산 게 아니라 사람을 심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개인 변호사와 중소 로펌이 지금 읽어야 할 신호를 정리했습니다.

연말 법조계에서 가장 주목할 소식은 판결도, 인수합병도 아니었습니다. 한 글로벌 로펌이 만든 '새로운 직무'였습니다.

툴을 산 게 아니라, 사람을 심었다

영국 매직서클 로펌 링클레이터스가 최근 20명 규모의 전담 'AI 변호사(AI Lawyers)' 팀을 꾸렸습니다.
이 팀은 실무 그룹에 AI 법률 전문성에 대한 직접적인 접근을 제공하고, 고객을 위한 혁신적 솔루션 전달을 지원하기 위한 첫 번째 코호트입니다.
구성도 눈에 띕니다.
외부에서 영입한 다양한 배경의 인력과, 자신의 법률 전문성에 AI 전달에 관한 지식을 추가로 갖추기로 선택한 기존 링클레이터스 변호사들이 함께 팀을 이룹니다.

지난 몇 년간 로펌의 AI 화두는 '무엇을 도입할 것인가'였습니다. 하비를 살 것인가, 리고라를 쓸 것인가. 그런데 링클레이터스가 던진 질문은 다릅니다. 도구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이 20명은 별도 부서에 앉아 있는 기술 지원팀이 아닙니다.
교육을 마친 뒤 이들은 전 세계 실무 그룹과 사무소에 직접 배치되어, 고객을 상대하는 변호사들과 나란히 일하며 프롬프트와 워크플로, AI 기반 솔루션을 개발합니다.
즉 소송팀 옆자리, M&A팀 안쪽에 'AI를 아는 변호사'를 물리적으로 심었다는 뜻입니다.

'아는 사람'이 아니라 '녹여내는 사람'

이 조직 설계에서 가장 정교한 부분은 인선 기준입니다. AI 팀 책임자는 이들을 원래 몸담았던 실무 그룹으로 되돌려 보내는 이유를 분명히 했습니다.
"우리는 여러 실무 분야와 여러 관할권에 걸쳐 이 20명을 선발했고, 당신이 원래 왔고 훈련받았고 관계와 신뢰를 쌓은 실무 그룹에 다시 배치하되, 당신의 전임 역할은 활용 사례를 발굴해 이미 존재하는 프로세스에 구현함으로써 마찰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는 설명입니다.

핵심 단어는 '마찰(friction)'과 '이미 존재하는 프로세스'입니다. AI 도입이 현장에서 실패하는 이유는 대개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새 도구가 기존 업무 흐름과 겉돌기 때문입니다. 변호사는 바쁘고, 낯선 툴을 켜는 것 자체가 비용이며, 무엇보다 '이걸 내 사건에 어떻게 쓰라는 건지'가 막막합니다. 링클레이터스는 그 간극을 메울 사람을 실무 안에 배치한 겁니다. 신뢰 관계가 이미 있는 사람이, 현업의 언어로, 구체적 사건에 붙여주는 방식입니다.

훈련 과정도 이 목표에 맞춰져 있습니다.
이들은 링클레이터스의 AI 전략, 자사 도구의 파워유저 기능,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워크플로 설계, 변화 관리를 다루는 집중 내부 부트캠프를 이수합니다.
프롬프트 기술만이 아니라 '변화 관리'가 커리큘럼에 들어간다는 점을 눈여겨볼 만합니다. 결국 이 직무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라 조직을 움직이는 일입니다.

이건 링클레이터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 로펌의 실험으로 넘길 수 없는 이유는, 흐름이 이미 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어서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또 다른 글로벌 로펌도 움직였습니다.
글로벌 로펌 허버트 스미스 프리힐즈 크레이머가 AI와 리걸테크를 활용해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글로벌 최고AI책임자(Chief AI Officer)를 영입했습니다.
한쪽은 실무 현장에 AI 변호사를 심고, 다른 쪽은 최고경영진 레벨에 AI 총괄을 앉혔습니다. 방향은 같습니다. AI를 '프로젝트'가 아니라 '조직도 안의 항구적 직책'으로 못 박는 것입니다.

시장에서는 아예 새로운 직군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리걸 테크놀로지스트, AI 거버넌스 담당, 리걸 프롬프트 엔지니어, AI 컴플라이언스 카운슬 같은 이름들이 채용 공고에 등장합니다. 3년 전에는 존재하지도 않던 자리들입니다. 변호사 자격과 기술 이해를 동시에 요구하는, 경계에 걸친 직무입니다.

한국도 이 흐름 밖에 있지 않습니다. 이미 세종은 글로벌 리걸테크 하비를 도입해 일부 자문 업무에 활용하고 있고, 대형 로펌들은 저마다 AI 전담 조직과 산업 전문화를 2025년 로드맵의 중심에 놓았습니다. 다만 국내 논의는 여전히 '어떤 툴을 도입했는가'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링클레이터스의 사례가 던지는 진짜 질문은 그다음입니다. 그 툴을 누가, 어떤 사건에, 어떻게 붙일 것인가.

개인 변호사와 중소 로펌에게 이 소식은 위기이자 힌트입니다. 위기인 이유는 분명합니다. 대형 로펌이 전담 인력을 붙여 AI를 실무에 '녹여내는' 동안, 혼자 툴 구독만 해둔 변호사와의 격차는 도구의 성능이 아니라 '활용의 밀도'에서 벌어집니다. 링클레이터스가 20명을 투입해 얻으려는 건 결국 반복 업무의 마찰 제거이고, 이는 곧 처리 속도와 원가 경쟁력입니다.

동시에 힌트이기도 합니다. 20명짜리 부트캠프를 꾸릴 수는 없어도, 그 방법론은 규모와 무관하게 이식 가능합니다. 자신의 실제 사건 유형 한두 가지를 골라, 어느 단계에서 시간이 새는지 짚고, 거기에 맞는 프롬프트와 반복 워크플로를 직접 설계하는 것. 낯선 툴을 하나 더 켜는 게 아니라, 이미 쓰는 도구를 내 업무 흐름에 촘촘히 박아 넣는 일입니다. 링클레이터스가 20명에게 시킨 일의 본질도 정확히 그것이었습니다.

새로 생긴 것은 '자리'가 아니라 '역량의 정의'입니다. 이제 경쟁력 있는 변호사의 조건에 'AI를 자기 사건에 녹여낼 줄 아는가'가 조용히 추가되고 있습니다. 그 문장을 남의 일로 읽을지, 이번 달 사건 하나에 적용해볼지가 앞으로의 격차를 만듭니다.

#AI변호사#리걸테크#법률시장동향#로펌AI#업무자동화

Written by

macdee 에디터

MAKETHIS1 편집팀이 작성하는 법률 마케팅 인사이트입니다. 기자·방송작가 출신이 쓰고, 법학 전공자가 법률 표현을 검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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