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법률 AI는 막히고 챗GPT는 열려 있다: 변호사 첫 접점의 국적이 바뀐다
9월 셋째 주, 나흘 간격으로 나온 두 소식이 같은 지점을 가리킵니다. 국내 소비자용 법률 AI는 규제 논의에 묶이고, 해외 대화창은 그대로 열려 있습니다. 의뢰인의 첫 질문이 이동하면 사무소의 광고비도 따라 흔들립니다.
9월 셋째 주, 법률 AI를 둘러싼 두 개의 소식이 나흘 간격으로 나왔습니다. 하나는 국내에서, 하나는 미국에서 나왔고, 둘은 서로 아무 관련이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변호사 사무소 입장에서 보면 같은 지점을 가리킵니다. 의뢰인이 사건을 들고 맨 처음 여는 창이 어디냐는 문제입니다.
규제선은 국내에서만 작동합니다
법률신문이 9월 21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법무부 AI리걸테크 특별분과위원회가 'AI 리걸테크 가이드라인' 초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위원장은 홍대식 서강대 로스쿨 교수입니다. 초안은 이용자가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입력하면 AI가 관련 법규를 적용해 법적 판단을 내놓는 서비스를 '판단형 AI 리걸테크 서비스'로 규정하고,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유료 제공을 제한하는 취지를 담고 있습니다.
논란이 된 지점은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 규제가 닿는 범위입니다. 가이드라인대로라면 엘박스, 슈퍼로이어 같은 국내 리걸테크 서비스의 일부 기능은 일반 소비자에게 제한될 수 있습니다. 반면 챗GPT나 클로드 같은 해외 범용 AI에는 여전히 법률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위원회가 참고한 모델 중 하나는 일본 법무성이 2023년 내놓은 가이드라인인데, 정작 일본 정부는 2026년 7월 규제개혁 실시계획에서 'AI 리걸테크 활용 규칙 명확화'를 과제로 선정하며 방향을 다시 보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옳고 그름이 아닙니다. 규제가 어느 쪽으로 정리되든, 막힌 질문은 사라지지 않고 이동한다는 사실입니다. 이혼 재산분할이 궁금한 사람은 국내 서비스가 답을 안 주면 검색을 멈추는 게 아니라 다른 창을 엽니다. 그 다른 창은 대부분 국경 밖에 있습니다.
오픈AI는 같은 주에 '법률 전용'을 열었습니다
9월 17일(현지시간) 오픈AI가 법률 업무에 특화한 '아스트라 포 로(Astra for Law)'를 공개했습니다. 최신 모델 GPT-6 아스트라에 법률 검색 인덱스와 법률 분석·문서 작성용 지침을 결합한 제품입니다.
숫자가 인상적입니다. 검색 인덱스는 미국 판례·법령·규정·법원 규칙·행정 결정을 2억 3,000만 개 이상의 URL에서 찾고, 대상은 매일 추가됩니다. 비영리단체 프리 로 프로젝트의 코트리스너 데이터가 포함되면서 공간된 미국 선례 판례의 99.9% 이상을 커버합니다. 그리고 이 제품은 로펌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리걸테크 기업이 이 위에 자체 서비스를 얹을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다만 성능은 아직 완성형이 아닙니다. 오픈AI가 Vals AI의 법률 리서치 벤치마크 비공개 세트 200문항으로 평가한 결과, 최고 수준의 추론 설정에서 통과율은 54.0%였습니다. 웹 검색만 사용한 기본 모델의 38.7%보다는 크게 올랐지만, 절반 남짓입니다.
이 54%가 변호사 사무소에 던지는 메시지가 핵심입니다. 가장 공들여 만든 법률 전용 모델조차 절반은 틀리는데, 일반 소비자가 쓰는 범용 챗봇은 그보다 낮은 정확도로 훨씬 자신 있게 답합니다. 그리고 소비자는 그 차이를 구분할 방법이 없습니다.
바뀌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창구의 국적'입니다
지난 몇 년 동안 개인·소형 사무소의 온라인 노출 전략은 사실상 국내 플랫폼 의존이었습니다. 검색 포털 상단, 법률 플랫폼 유료 노출, 지역 키워드 광고. 이 구조는 '의뢰인의 첫 질문이 국내 서비스 안에서 시작된다'는 전제 위에 서 있습니다.
그 전제가 흔들립니다. 국내 소비자용 법률 AI가 규제 논의에 묶여 있는 사이, 의뢰인의 1차 상담은 규제 밖의 대화창에서 끝납니다. 사무소 관점에서 이 변화는 세 가지 실무적 결과를 낳습니다.
첫째, 상담 요청이 들어오는 시점이 늦어집니다. 예전에는 '이게 무슨 죄인가'부터 물으러 왔다면, 지금은 답을 한 번 들은 뒤 '이 답이 맞나'를 확인하러 옵니다. 첫 통화의 성격이 정보 제공에서 오차 교정으로 바뀝니다.
둘째, 광고비의 도달 범위가 줄어듭니다. 플랫폼 노출은 그 플랫폼에 들어온 사람에게만 닿습니다. 질문의 상당수가 대화창에서 소화되면, 같은 예산으로 만나는 사람의 수 자체가 줄어듭니다. 단가가 오르는 게 아니라 모수가 빠지는 것입니다.
셋째, AI가 참고할 수 있는 형태의 글이 새로운 노출 자산이 됩니다. 대화형 AI는 학습 데이터와 실시간 검색 결과를 섞어 답을 만듭니다. 한국 사건에 대한 한국어 자료 가운데 실제 실무자가 쓴 구체적인 글은 여전히 희소합니다. 여기가 비어 있습니다.
이번 주에 해볼 것
거창한 개편이 아니라 두 시간이면 끝나는 작업부터 권합니다.
1) 내 주력 분야 질문 5개를 직접 넣어보십시오. 의뢰인이 쓸 법한 문장 그대로입니다. "회사에서 권고사직 통보받았는데 실업급여 되나요" 같은 식입니다. 답변을 캡처해 두고 두 가지를 봅니다. 내 사무소나 이름이 언급되는가, 그리고 이 답이 어디서 틀리는가.
2) 틀린 지점 세 개를 골라 각각 한 편의 글로 만드십시오. 조문 해설이 아니라 '실무에서는 이 조건이 붙는다'는 부분입니다. AI가 놓치는 건 법리가 아니라 사실관계의 예외입니다. 제목은 질문 문장 그대로, 첫 문단에 결론, 그다음에 조건과 예외. 이 구조가 사람에게도 기계에게도 읽힙니다.
3) 상담 접수 폼에 유입 경로 한 줄을 추가하십시오. '어떻게 알고 연락 주셨나요'에 'AI 답변에서 보고'라는 선택지를 넣는 것입니다. 한 달만 쌓여도 내 광고비가 어느 채널에서 새고 있는지 감이 아니라 숫자로 보입니다.
규제는 국내 사업자를 대상으로 그어지지만, 의뢰인의 행동은 규제선을 따라 움직이지 않습니다. 제도가 정리되기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첫 질문은 매일 어딘가에서 소비되고 있습니다. 지금 확보해야 할 것은 플랫폼 상단 자리가 아니라, 그 대화창이 틀렸을 때 의뢰인이 확인하러 올 수 있는 나의 근거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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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KETHIS1 편집팀
MAKETHIS1 편집팀이 작성하는 법률 마케팅 인사이트입니다. 기자·방송작가 출신이 쓰고, 법학 전공자가 법률 표현을 검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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