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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AI에 선을 그었다: '판단'은 변호사만 파는 상품이 된다

법무부 초안은 법률AI를 '정보 제공'과 '법률 판단'으로 쪼갰습니다. 변호사 블로그 대부분은 규제가 "누구나 팔아도 된다"고 분류한 쪽에 서 있습니다. 공짜가 된 영역에서 계속 경쟁할 것인지가 이번 달의 질문입니다.

법무부가 그은 선은 '정보'와 '판단' 사이였습니다

법무부 AI리걸테크 특별분과위원회(위원장 홍대식 서강대 로스쿨 교수)가 'AI 리걸테크 가이드라인'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달 들어 알려졌습니다. 법률신문이 확보해 보도한 초안의 구조는 단순합니다. 법률AI를 '정보 제공'과 '법률 판단'으로 쪼갠 것입니다.

초안은 이용자가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입력하면 AI가 관련 법규를 적용해 결론이나 대응 방향을 알려주는 서비스를 '판단형 AI 리걸테크 서비스'로 규정했습니다. 그리고 이 판단형 서비스를 일반 소비자에게 유료로 제공하는 것은 제한하고, 구체 사건에 법적 판단을 내리지 않는 서비스는 유료로 제공할 수 있도록 나눴습니다. 판단형에는 변호사의 관여와 관리·감독을 요구하는 방안이 함께 논의되고 있습니다.

법률 전문지라면 여기서 위헌 논란과 변호사법 정합성을 따질 겁니다. 우리가 볼 지점은 다릅니다. 정부가 그은 저 선은 규제선이기 이전에 시장의 가격선입니다. 선의 왼쪽(정보)은 누구나 공급할 수 있고 이미 AI가 무한히 찍어내는 영역입니다. 선의 오른쪽(판단)은 변호사가 개입해야만 성립한다고 국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려는 영역입니다. 수임료를 받을 수 있는 자리가 어디인지를 정부 문서가 대신 표시해준 셈입니다.

규제는 국내를 묶는데, 의뢰인은 이미 울타리 밖에 있습니다

논란의 핵심은 형평성입니다. 이 기준대로라면 챗GPT나 클로드 같은 해외 범용 AI에는 법률 질문을 던지는 데 별 제약이 없는 반면, 엘박스·슈퍼로이어 같은 국내 리걸테크가 제공하는 일부 서비스는 제한을 받게 됩니다. 국내 법률AI들은 존재하지 않는 판례를 그럴듯하게 인용하는 할루시네이션을 막으려고 법령·공개 판례 데이터베이스에 답변을 연결하고 출처를 확인할 수 있게 개발해 왔는데, 정작 그 검증 장치가 없는 범용 AI 쪽으로 수요가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일본은 2023년 법무성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뒤 방향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고, 2026년 7월 규제개혁 실시계획에서 'AI 리걸테크 활용 규칙 명확화'를 과제로 올렸습니다.

사무소 입장에서 이 대목이 왜 중요한가. 의뢰인의 1차 상담 창구가 규제가 닿지 않는 곳에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국내 법률 플랫폼이 무엇을 할 수 있고 없고를 놓고 다투는 동안, 의뢰인은 계약서를 그대로 붙여넣고 범용 AI에게 먼저 묻습니다. 그 답을 들고 전화를 겁니다. 이미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변호사가 노출을 다퉈야 할 화면은 플랫폼 검색 결과 페이지만이 아닙니다. 의뢰인이 AI에게 받은 답변 끝에 "이건 변호사 확인이 필요합니다"라는 문장이 붙을 때, 그 다음 줄에 누구의 이름이 떠오르느냐가 수임의 갈림길이 됩니다. 정보를 얻는 단계는 이미 빼앗겼습니다. 남은 건 판단을 맡기는 단계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변호사 블로그는 '정보' 쪽에 서 있습니다

솔직하게 보겠습니다. 사무소 블로그에 쌓인 글의 제목을 훑어보면 대체로 이런 형태입니다. 어떤 죄의 성립 요건, 어떤 절차의 기간, 어떤 청구의 소멸시효, 어떤 사건의 형량 범위. 전부 정확하고 전부 성실하게 쓴 글입니다. 그리고 전부 가이드라인이 "판단이 아니다"라고 분류할 영역에 있습니다.

그 영역은 이제 가격이 0원입니다. 같은 질문에 AI가 3초 만에, 무료로, 밤 11시에도 답합니다. 거기서 경쟁하면 글의 품질과 무관하게 집니다.

반대로 판단형은 국가가 "변호사 아니면 함부로 못 한다"고 울타리를 치려는 자리입니다. 그렇다면 사무소의 콘텐츠도 그 자리를 향해야 합니다. 방법은 설명을 늘리는 게 아니라 분기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같은 사안인데 사실관계가 한 칸 달라지면 결론이 어떻게 갈리는지, 어떤 증거가 있으면 전략이 뒤집히는지, 초기에 무엇을 하면 되돌릴 수 없는지. 조문 해설은 AI가 합니다. 그러나 "당신 사건은 이 갈림길 중 어디에 있는가"를 묻는 글은 아직 변호사만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글을 읽은 사람만이 상담 버튼을 누릅니다.

판단형 서비스에 변호사의 관여와 관리·감독이 요구되면, 변호사 이름 자체가 서비스의 허가 요건처럼 작동하는 시장도 열립니다. AI 서비스의 검증자·감수자 자리는 앞으로 새로운 노출 채널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제휴 제안을 받을 때는 내 이름이 어느 화면에 어떤 문구로 표시되는지, 유입된 상담이 어떤 경로로 연결되는지, 대가가 어떤 구조로 흐르는지를 반드시 문서로 확인해야 합니다. 과거 AI 법률상담 서비스를 두고 불거진 분쟁의 쟁점도 결국 거기였습니다.

이번 주에는 글 세 편만 옮겨보십시오

거창한 개편은 필요 없습니다. 먼저 사무소 블로그에서 방문자가 가장 많은 글 열 개를 뽑아 '정보형'과 '판단형'으로 라벨을 붙여보십시오. 아홉 개가 정보형이라면, 그 블로그는 무료 AI와 같은 상품을 팔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다음, 그중 트래픽이 높은 세 편의 하단에 '이 사안에서 결론이 갈리는 지점' 세 줄을 추가합니다. 조문을 더 설명하지 말고, 사실관계가 어떻게 다르면 다른 길로 가는지만 씁니다. 이 세 줄이 정보형 글을 상담 유도 글로 바꿉니다.

마지막으로 상담 신청 폼에 칸 하나를 더 만드십시오. "AI에게 물어봤다면 받은 답변을 붙여넣어 주세요." 의뢰인은 이미 답을 들고 옵니다. 그걸 숨기게 만들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그 답변을 받아두면 상담 전에 사건의 윤곽이 잡히고, 첫 통화에서 AI가 놓친 지점을 짚는 순간 수임 확률은 눈에 띄게 올라갑니다.

정부가 선을 긋는 동안, 사무소는 그 선의 어느 쪽에 콘텐츠를 세울지 정하면 됩니다. 규제는 몇 달 뒤에 확정되겠지만 시장은 이미 그 선대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법률AI 가이드라인#법무부 리걸테크#변호사 마케팅#판단형 AI#법률 콘텐츠 전략

Written by

MAKETHIS1 편집팀

MAKETHIS1 편집팀이 작성하는 법률 마케팅 인사이트입니다. 기자·방송작가 출신이 쓰고, 법학 전공자가 법률 표현을 검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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